"정치적 불확실성에 소비심리 위축… 내수침체 가속화 우려""공직사회 정상화, 대외신인도 관리, 재정지출 확대 등 필요" "탄핵 현실화 땐 빠른 헌재 결정 시급… 지나친 비관은 금물"
  • ▲ 비상계엄이 선포된 4일 오전 시민들이 폐쇄된 국회의사당 정문에서 구호를 외치고 있다. ⓒ정상윤 기자
    ▲ 비상계엄이 선포된 4일 오전 시민들이 폐쇄된 국회의사당 정문에서 구호를 외치고 있다. ⓒ정상윤 기자
    윤석열 대통령의 긴급 비상계엄령 선포로 한국 경제가 격랑에 휩싸였다. 44년 만의 계엄령이 6시간 만에 해제됐지만 정치적 불확실성 확대로 후폭풍이 이어지고 있다. 한국 경제의 대외신인도에 타격이 예상되면서 위기 탈출을 위한 대응전략을 시급히 마련해야 한다는 지적이 잇따른다. 

    뉴데일리는 비상계엄령 사태 여파에 따른 경제·사회 파급 효과를 짚어보고 해법을 도출하기 위해 6인의 경제 전문가 의견을 모았다. 전문가들은 경제 하방요인이 축적된 상태에서 발생한 계엄령 선포에 이은 탄핵 정국으로 환율이 1500원대 이상으로 치솟고 내년 경제성장률이 0%대까지 떨어질 수 있다고 경고했다.

    우선 대외 의존도가 높은 우리나라에서 탄핵을 둘러싼 정치적 공방이 커질수록 해외 투자자들의 불안감이 증폭된다는 의견이 나왔다. 강성진 고려대 경제학과 교수는 "계엄령 하나만 보면 결국 해프닝으로 끝났기 때문에 대외 신인도 등 표면적으로 경제에서 매우 심각한 위기로 보이지는 않는다"면서도 "경제 악재가 대내외적으로 쌓이는 상황에서 이번 계엄령이 해외의 개인 투자자들에게 개발도상국 쿠데타처럼 비칠 수 있어 이들 투자 심리에 악영향을 미칠 수 있다"고 우려했다.

    외국인 관광객 감소와 함께 내수 침체가 가속화될 수 있다는 전망도 제기됐다. 강경훈 동국대 경영학과 교수는 "비상계엄 선포로 한국에 여행주의보를 발령한 국가가 속출하는 가운데, 대학의 경우 외국인 학생들이 비상계엄을 이유로 수업을 과제로 대체하고 본국으로 돌아가겠다고 하는 사례까지 나오고 있다"며 "이로 인해 비즈니스, 관광, 학술교류 등 전반에 걸쳐 국내외 교류가 위축될 것으로 보인다"고 예상했다.

    위축된 소비 심리에 계엄 사태는 찬물을 끼얹었다는 분석도 나왔다. 주원 현대경제연구원 경제연구실장은 "정치적 불확실성 등으로 소비 심리가 위축돼 기업의 경영 활동 불확실성도 커지고 있다"며 "이는 내수 침체 가속화와 함께 경제 하방 요인으로 크게 작용하게 된다"고 했다.

    '제로 성장' 가능성도 제기된다. 수출 악화와 환율 고조, 실업 증가로 경제성장률이 1% 미만으로 내려갈 수 있다는 경고다. 김정식 연세대 경제학과 교수는 "현재 국내 주력 산업 대부분이 중국으로 넘어가면서 수출과 일자리가 줄어들고 있는데 새해에는 이런 현상이 더 가속화될 전망"이라며 "지금과 같은 정치적 불안정이 심화되면 외환위기의 위험이 커지면서 환율이 1500원대 이상으로 높아질 가능성은 물론, 1% 미만의 성장률까지 배제할 수 없다"고 지적했다. 

    이에 전문가들은 정치적 안정과 야당 협조, 공직사회 정상화, 대외신인도 관리, 재정지출 확대, 헌재의 빠른 판결 등을 위기를 타개하기 위한 선제조건으로 꼽았다. 

    우선 가장 큰 리스크로 꼽히는 정치적 불확실성을 해소해 경제에 미치는 악영향을 최소화해야 한다는 게 전문가들의 공통된 시각이다. 정치 상황이 안정화되지 않을 경우 국내 산업을 비롯한 경제의 모든 측면이 불확실성에 놓이기 때문이다. 

    강성진 교수는 "여당이 어서 단일 대오하고 대통령실과 야당의 관계를 정리해 줘야 한다"며 "여당이 대통령과 함께 국민들이 바라는 방향으로 갈 수 있도록 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강경훈 교수도 "정치권에서 선제적으로 결판이 나야 한다. 내일 어떻게 될지 모르는 상황에서 기업은 투자 등 의사결정을 쉽사리 할 수 없다"며 "정치권에서 갈등을 넘어 현명한 해법을 찾아주기를 희망하는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야당의 적극적인 협조를 통해 공직사회 정상화와 대외신인도 관리를 일궈낼 수 있다는 견해도 제시됐다. 안동현 서울대 경제학과 교수는 "이럴 때일수록 야당이 나서서 '정치는 정치고 모든 정부의 공무원들은 동요되지 말고 자기 맡은 바 임무를 다해달라'는 모습을 보여야 한다"고 주장했다. 탄핵 리스크를 짊어지는 현 정부의 공무원들이 정권 교체를 염두에 둔 채 업무에 소홀해질 수 있는 만큼 정치와 공직을 분리해서 바라보겠다는 야당의 메시지가 필수적이라는 것이다.

    아울러 야당이 '우리 경제는 건재하다'는 메시지를 해외 정부와 기관에 어필해야 한다는 의견도 개진됐다. 안동현 교수는 "경제 안정에 대한 메시지를 내는 주체가 여당인지 야당인지에 따라 파급효과는 크게 달라질 수 있다"며 "1997년 IMF사태 당시에도 야당이 협조했다면 우리의 충격은 훨씬 감소했을 수 있다"고 설명했다.

    전문가들은 재정지출 확대에 대해서도 한목소리를 냈다. 주원 경제연구실장은 "우리가 가장 시급하게 해결해야 할 것은 내년 예산이 통과되는 것"이라고 말했다. 김정식 교수도 "경제성장률 전망치는 외국인 투자자들이 참고하는 주요 지표 중 하나인데, 이를 높이기 위해서라도 재정지출을 늘려야 한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이어 "대출 규제를 풀고 금리를 인하하는 이런 정책을 써야 한다"며 "여야가 예산확보를 위한 협력을 이뤄내지 못한다면 내년 추가경정예산(추경)을 통해서라도 내수 경기를 부양할 필요가 있다"고 제언했다.

    국회에서 탄핵소추안이 가결될 경우 이후 헌법재판소의 빠른 결정이 시급하다는 주문도 있었다. 안동현 교수는 "어떤 결론이 나든 그 후폭풍은 크게 다가오는 만큼 헌재가 빠른 시일 내에 판단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그는 "탄핵이 기각되면 야당 측에서 길거리에 나서서 시위할 테고, 만약 탄핵이 이뤄지더라도 우리는 혼란에 마주한 상태로 다시 선거를 치러야 한다"며 "어떤 식이든 우박을 맞을 각오를 하되 그 시기를 앞당겨야 한다"고 했다. 

    지나치게 비관적인 전망은 악영향만 낳을 수 있다는 의견도 나왔다. 김경수 성균관대 경제학부 교수는 "계엄 사태가 발생하지 않았다면 더 좋았겠지만 어쨌든 최악의 상황으로 전개되지 않은 점은 불행 중 다행"이라면서도 "일부 시민들은 윤 대통령 탄핵을 외치면서 동시에 경제 공황 가능성까지 언급하며 불안을 조성하고 있는데, 이번 사태를 수습하는 데 도움도 되지 않을뿐더러 악영향만 줄 수 있다"고 경고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