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영권 분쟁' 고려아연 내년 1월 임시주총 예정 피인수 기업 실적 악화·노사 갈등 악순환…MBK 경영 능력 의구심 확산인수 첫해 ROE 7.0%→ 3년 후 4.8%로 '내리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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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영권 분쟁으로 하반기 내내 자본시장을 떠들썩하게 했던 고려아연이 내년 1월 임시 주주총회를 앞두고 있다. 고려아연과 영풍·MBK파트너스 연합 간 경영권이 걸린 표 대결을 앞두고 세간의 이목이 집중되는 가운데 시장에서는 MBK의 경영 능력에 대한 의구심이 커지는 모습이다. 과거 인수 기업들이 실적 악화와 노사 갈등의 악순환 고리가 지속된 만큼 '기업 구조 개선'을 고려아연 인수 명분으로 내세운 MBK에 대한 의심의 시선은 지속되고 있다.12일 금융투자업계에 따르면 고려아연은 내달 23일 임시 주총을 개최한다. 임시 주총에서는 MBK 연합 측이 추천한 14명의 이사 선임 안건을 놓고 양측이 표 대결을 벌인다.영풍·MBK가 14명의 신규 이사 선임을 달성하면 이사회를 장악해 고려아연 경영권을 확보한다. 이번 주총서 의결권을 행사하는 주주를 확정하기 위한 주주명부 폐쇄일은 오는 20일이다.의결권을 가진 주주가 되려면 2거래일 전인 18일까지 고려아연 주식을 매수해야 한다. 영풍·MBK의 고려아연 지분율은 39.83%로, 최윤범 고려아연 회장 측 지분율보다 5.4%포인트 앞서 있다. 최 회장 측 지분율은 한화, 현대차, LG 등을 우호 지분까지 합하면 34.42% 정도다.
◆MBK 인수기업 경영난·노사 갈등 지속…ROE도 후퇴
객관적인 지분율 상황에서 MBK파트너스가 최윤범 회장 측을 앞선 가운데 업계에선 사모펀드 MBK에 대한 우려의 시선을 보내고 있다.
경영 정상화·선진화는 사모펀드가 기업 인수 시 내세우는 핵심 명분으로, MBK 역시 고려아연 인수 명분으로 경영정상화, 기업 지배구조 개선을 주장하고 있다. 전문가들도 사모펀드 역할과 명분에 대해선 인정하지만 시장은 그간 MBK가 인수한 기업들의 사정이 고려아연에서도 반복될 수 있다고 우려한다.
과거 MBK가 인수한 기업들에서 투자축소에 대한 반발과 구조조정, 노사갈등 등이 발생하면서 경영권 분쟁을 겪고 있기 때문이다. 롯데카드와 홈플러스, 영화엔지니어링 등이 대표적이다.
지난 2019년 MBK에 인수된 롯데카드는 노조 갈등이 고조되고 있다. 노조는 MBK가 지난 2022년 첫 매각을 시도했지만 뚜렷한 성과가 없었고, 성장을 위한 투자도 줄었다고 주장한다. 매각 시도가 계속되는 동안 실적과 자산 건전성은 악화됐다. 올해 롯데카드의 상반기 순이익은 628억원으로 지난해 같은 기간 3060억원 대비 79.5% 감소했고, 연체 채권 비율도 올해 상반기 말 1.80%로 2022년 6월 말 0.91%와 비교해 두 배 가까이 늘었다.
MBK의 또 다른 투자 포트폴리오인 홈플러스 상황도 별반 다르지 않다. MBK는 2015년 홈플러스를 인수한 후 아직까지 투자금을 회수하지 못했을 뿐 아니라, 회사 실적도 악화됐다. MBK 인수 전 연간 2000억원의 영업이익을 내던 홈플러스는 지난해 영업손실 1994억원을 기록, 3년 연속 적자의 늪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
2009년 MBK에 인수된 영화엔지니어링은 이후 회사 경쟁력이 급격히 악화됐다. 인수 당시 영화엔지니어링은 국내 강구조물 시공능력 평가 6년 연속 1위를 기록할 정도로 기술력 우수 기업이었지만 피인수 7년 만엔 2016년 3월 법정관리에 들어갔다.
이외에도 딜라이브와 네파, BHC 등 MBK가 인수한 기업들 역시 유사한 내부 잡음을 겪은 것으로 전해진다.
MBK의 경영 기업들은 인수 첫해보다 3년 후 자기자본이익률(ROE)가 오히려 하락하면서 주주들의 이익이 줄어드는 경향을 보이고 있다.
기업분석연구소 리더스인덱스가 금융감독원의 기관 전용 사모집합투자기관 현황에서 지난해 기준 약정액 상위 5대 PEF가 경영권을 소유한 28개 기업의 실적을 분석한 결과 MBK는 실적이 부진한 네파와 홈플러스 등 영향으로 인수 기업들의 첫해 평균 ROE가 7.0%에서 3년 후 4.8%로 2.2%포인트 떨어졌다. MBK가 경영권을 가져간 기업들의 인수 첫해에서 3년 후 매출액 증가율은 0.9%에 그쳤다.
때문에 고려아연 임직원들의 불안감도 높아지고 있다. 고려아연에 따르면 본사 임직원 약 2000명을 대상으로 설문조사한 결과, 응답자의 72.8%(855명)이 '지속적인 언론 노출과 주변의 관심 및 우려가 급격히 증가하면서 심리적 부담과 불안을 느끼고 있다'고 답했다고 밝혔다. '고용불안을 느끼거나 이직에 대해 생각해 본 적이 있다'는 응답도 59.6%(700명)에 달했다.
고려아연 관계자는 "많은 구성원이 적대적 M&A에 대한 부담감과 고용불안, 이직 고려 등을 경험하면서 회사 경영 안정성과 인적자원 관리에 상당한 차질이 우려된다"며 "최근 국내 반도체 업계에서 핵심인력의 이탈과 해외 유출이 심각한 문제로 대두된 가운데 제련분야에서도 동일한 문제가 현실화될 가능성이 커지고 있다"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