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경제 대내외 위기 속 '트럼피즘' 가시화거듭된 탄핵에 사회위기까지… 경제위기 전이"환율 1500원대 이상, 성장률 1% 미만 우려""정부·기업·여야 등 합심해 외교공백 메워야"
  • ▲ 미국 공화당 도널드 트럼프 후보가 6일(현지시각) 플로리다 웨스트팜비치에서 승리 선언을 하고 있다 ⓒAP/뉴시스
    ▲ 미국 공화당 도널드 트럼프 후보가 6일(현지시각) 플로리다 웨스트팜비치에서 승리 선언을 하고 있다 ⓒAP/뉴시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 당선인이 '미국을 다시 위대하게(MAGA)' 구호와 함께 4년 만에 미국 수장 자리에 오른다. 다만 한국은 대내외 경제 위기 속 정치적 혼란이 가중되며 자국 우선주의를 내세우는 트럼프에 대응 할 방파제가 부족하다는 지적이 따른다. 

    13일 관계부처와 산업계 등에 따르면 트럼프 2기 행정부 출범이 일주일 앞으로 다가오며 트럼피즘이 향후 4년간 세계 경제를 좌우할 것으로 전망된다. 트럼프는 취임 첫날부터 약 100개의 행정명령을 쏟아낼 준비를 하고 있으며, 상·하원을 장악한 공화당은 입법을 통해 트럼피즘을 뒷받침할 계획이다.

    앞서 트럼프 1기 행정부는 지난 2017년 미국의 '국가안보전략'을 통해 중국을 안보와 번영을 위협하는 국가에 대해 '수정주의 세력'으로 규정하고 무역, 안보 등 포괄적 제재를 가했다. 이어 2018년에는 반도체 등 첨단 산업 주도권을 쥐려는 베이징을 겨냥해 평균 3% 수준이던 대중국 관세를 12~19%까지 올렸다. 이에 양국 간 무역 분쟁을 넘어 글로벌 공급망에 심각한 훼손이 발생했다.

    트럼프 2기 행정부에서 이같은 미·중 무역분쟁은 더욱 격화될 전망이다. 이번에는 트럼프가 행정부 출범도 전에 △미국 수입품에 10~20%의 보편적 기본 관세 부과 △트럼프 상호무역법(TRTA) 제정 등의 대선 공약 이행 △항구적 정상 무역관계(PNTR) 종료를 통한 평균 60%의 대중국 고율 관세 부과 등 보호무역주의 강화 조치를 예고했기 때문이다. 

    현재 국내 수출은 증가율은 이미 1%대에 그치며 둔화세가 뚜렷하다. 한국은행이 발표한 국제수지(잠정) 통계에 따르면 작년 11월 수출은 571억 달러로 전년 동기간보다 1.2% 증가에 머물렀다. 미국과 중국으로의 수출은 각각 5.2%, 0.7% 감소했다.

    문제는 이들의 패권 경쟁이 심화되면 미·중 수출 의존도가 40% 이상에 달하는 한국 경제의 타격이 불가피하다는 것이다. 실제 대외경제정책연구원은 미국이 보편 관세 10%를 부과하고 대중국 관세를 25%까지만 올려도 한국의 대미 수출은 13%가량 감소할 것으로 예측했다.

    그러나 트럼프 2기 행정부의 출범을 앞두고도 한국은 탄핵 정국으로 인한 정치적 불확실성으로 경제 위기 대응이 부실하다는 지적이 제기된다. 지난 계엄 이후 국회는 윤석열 대통령에 대한 탄핵소추안을 통과시켰고, 야당은 대통령 권한대행을 맡은 한덕수 국무총리마저 탄핵했다. 이후에는 대행의 대행을 맡은 최상목 경제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까지 탄핵하겠다는 의사를 밝히며 한국 정치는 혼란의 늪에 빠지게 됐다. 최 대행 체제에서 '무안 공항' 등 사회적 위기가 발발한 것도 경제위기 대응을 소홀하게 만드는 요인으로 작용했다.

    나아가 최근 트럼프의 측근이 윤 대통령을 면담한 것으로 알려진 가운데, 야당은 윤 대통령 끌어내리기에 온 힘을 쓰면서 여야는 정치적 격돌을 끊임없이 이어가고 있다. 트럼프가 취임하면 최 권한대행이 명목상으론 그의 1차 상대가 되겠지만, 미국이 이를 인정해 줄지도 미지수다. 나원준 경북대 경제통상학부 교수는 "국제 사회는 단순한 비즈니스 관계로 이뤄지는 게 아니기 때문에 통상이 성립하려면 각국의 공식·비공식적인 부분이 갖춰져야 한다"며 "통상에서는 정치적 불확실성을 해소하는 게 매우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이러한 경제위기가 장기화될 경우 대외신인도가 나락에 빠질 거란 점도 결정적인 리스크다. 최근 S&P·무디스·피치 등 글로벌 3대 신용평가사(신평사)는 최 권한대행과의 화상면담에서 "현재 정치적 불확실성이 한국 경제에 미치는 영향이 제한적"이라면서도 "장기화할 경우 외국인 투자 또는 기업에 미치는 부정적 영향을 간과할 수 없을 것"이라고 밝혔다.

    결국 정부와 기업, 정치권이 합심해 외교공백을 메우고 트럼프 2기 대응전략을 촘촘히 짜는 게 경제위기를 최소화 할 방법으로 꼽힌다. 김정식 연세대 경제학과 교수는 "정치적 불안정이 심화되면 외환위기 가능성이 커지면서 환율이 1500원대 이상으로 치솟을 위험은 물론, 성장률이 1% 미만으로 떨어질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고 말했다. 

    김정현 산업연구원 전문연구원은 "트럼프 2.0의 보호무역주의 기조 강화에 따라 투자 유출 측면에서의 대응 방안이 강구될 필요가 있다"며 "한국은 FTA 체결국으로 보편관세 부과 예외국 또는 차등 부과국으로 지정될 수 있도록 외교적 대응이 절실하다"고 봤다. 그러면서 "관세 인상 리스크에 더해 환율 변동성이 커지거나 교역조건이 불리해지는 경우 기업의 생산기지 해외 이전이 가속화될 수 있어 대응 노력이 요구된다"고 제언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