트럼프 "전기차 의무화 철회"⋯ IRA 축소 수순판매 둔화 불가피… 韓 제조업체 수출·점유율 타격 국내 자동차 업계, 美 투자 유지하며 유연 대응 전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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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행정명령에 서명하고 있다. 250121 AP/뉴시스. ⓒ뉴시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취임식에서 전기차 지원 정책을 폐지하겠다고 밝히면서 국내 자동차 업계도 긴장감에 빠졌다. 국내 자동차 업체들은 미국의 고관세 부과 등을 피하고자 미국 현지생산 거점 구축 등 투자를 늘릴 것으로 예상된다.22일 외신 등에 따르면 전일(현지시각) 트럼프 대통령은 취임 첫날 '에너지 비상사태'를 선포하고 화석연료 중심의 에너지 정책으로의 회귀를 선언했다.트럼프 대통령은 취임식 직후 서명한 행정명령을 통해 바이든 정부가 추진해 온 2030년까지 신차 판매량의 56%를 전기차로 전환하는 정책 등을 폐지했다.해당 행정명령은 "전기차를 다른 기술보다 우대하고 다른 종류의 자동차를 너무 비싸게 만들어 개인, 민간 기업, 정부 단체의 전기차 구매를 사실상 의무화하는 불공정한 보조금과 기타 잘못되고 정부가 강요하는 시장 왜곡의 폐지에 대한 검토"를 명시했다.전기차 구매 시 세액공제를 제공하는 인플레이션방지법(IRA) 폐지도 시사한 것으로 풀이된다. 이와 같은 정책은 미국의 전기차 판매를 둔화시킬 것으로 예상된다.실제 김성진 한국환경연구원 탄소중립연구실 연구위원은 최근 보고서에서 "내연기관차 배출량 규제와 전기차 판매율 의무화 규제가 폐지된다면 미국 내 전기차 시장의 성장 속도는 크게 둔화할 것"이라면서 "이에 따라 한국 전기차 제조업체의 수출 및 시장점유율 감소가 예상된다"라고 분석했다.IRA는 완성차와 배터리를 대상으로 ▲구매자 대상 전기차 세액공제 ▲투자 세액공제 ▲첨단제조생산 세액공제(AMPC) 등의 혜택을 부여한다. 이중 전기차를 구매하는 소비자가 누리는 최대 7500달러의 세액공제와 배터리업체가 받는 AMPC의 존속 여부가 가장 큰 관심사다.AMPC는 투자기업에 대해 배터리셀은 ㎾h(킬로와트시)당 35달러, 모듈은 ㎾h당 10달러를 환급하는 제도다. 국내 배터리 제조사들은 이 제도에 따라 분기마다 최대 수천억 원의 혜택을 받았다.전문가들은 IRA 폐기를 위해선 상·하원의 동의를 얻어야 하는 만큼 트럼프 대통령이 IRA를 바로 폐기하기보다는 행정명령 등을 통해 IRA에 따른 혜택을 대폭 축소할 가능성이 크다고 내다보고 있다.김필수 대림대 교수는 "이번 폐기 언급은 트럼프 대통령이 '미국 우선주의'에 입각해 자동차 산업에서 자국 주도권을 선포했다고 해석할 수 있다"라며 "다만 전기차 의무화 폐기가 IRA 폐기를 선언했다고 보기는 어렵다"라고 설명했다.트럼프 대통령이 IRA 규정에 직접 손을 대지 않더라도 중국 등 해외우려기업(FEOC) 규제를 강화하는 방향으로 보조금을 줄일 수 있다. 이 경우 한중 합작법인(JV)을 운영하는 한국 배터리 관련 기업에 리스크로 작용할 수 있다.국내 자동차 업계는 이전부터 전기차 의무화 폐지를 예상한 만큼, 향후 IRA 축소나 폐기까지 여파 최소화에 주력하겠다는 방침이다.현대차그룹은 미국 조지아주의 전기차 공장인 '현대차그룹 메타플랜트 아메리카(HMGMA)'를 지난해 말부터 가동한 터라 IRA 축소나 폐지 시 파급은 크지 않을 전망이다.다만 HMGMA 설립을 위해 126억 달러를 투자한 만큼 해당 공장에서 하이브리드차 생산을 병행하고, 올해 내 생산량을 연간 50만 대까지 늘리는 등 현지 상황에 따라 유연하게 대응한다는 계획이다.고관세 부과 등을 피하기 위한 추가 투자 가능성도 제기된다. 지난 2022년 이후 현대차그룹의 대미 총투자액은 178억5000만 달러(26조 원)에 달한다. 현대차그룹은 HMGMA와 현대차 앨라배마공장, 기아 조지아공장의 총 연간 생산량을 118만 대까지 끌어 올려 미국 현지 생산 비중을 70%까지 늘릴 계획이다.다만 국내 자동차 산업의 미국 수출 비중이 49.9%인 것을 고려하면 관세 부과는 부품업체에는 악영향을 미칠 전망이다.이항구 자동차융합기술원장은 "관세 부과 시 미국으로 가는 완성차 수출이 줄어들 수 있고, 금액과 물량이 다 줄어들 것"이라며 "결과적으로 우리 부품 수출이 상당히 어려울 수 있다"고 말했다.장상식 한국무역협회 국제무역통상연구원장은 "트럼프 2기 정부는 한국에 대해 관세 조처를 한다면 자동차처럼 미국의 무역적자가 큰 분야에서 공세적으로 나올 가능성이 커 보인다"라고 전망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