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병환 금융위원장 "불법사금융 근절은 민생 중의 민생현안"불법사금융 피해건수 2020년 대비 87% 증가… 대부업 이용자 감소세업계 "변동형 최고금리제도 도입 시 대출공급 늘어날 것"
  • ▲ 김병환 금융위원장이 23일 서울 서초구 법률구조공단 서울 개인회생·파산 종합지원센터에서 열린 불법사금융 근절과 건전 대부시장 활성화를 위한 현장간담회에서 발언하고 있다.ⓒ금융위원회
    ▲ 김병환 금융위원장이 23일 서울 서초구 법률구조공단 서울 개인회생·파산 종합지원센터에서 열린 불법사금융 근절과 건전 대부시장 활성화를 위한 현장간담회에서 발언하고 있다.ⓒ금융위원회
    대부업계가 대출 문턱을 높이며 중저신용자들이 불법사금융으로 내몰리고 있다. 제도권 금융의 공백이 커지며 취약계층의 어려움이 가중되는 상황에서 불법사금융 피해가 심각한 수준으로 치닫고 있다.

    금융당국은 오는 7월 시행될 대부업 개정안을 앞두고 사전 점검에 나섰지만 일각에서는 저신용자 보호를 위한 변동형 법정최고금리제도 도입 필요성도 제기되고 있다.

    ◇금융당국, '초고금리 대부계약 무효화 세부기준' 마련

    23일 금융위원회는 '불법사금융 근절과 건전 대부시장 활성화를 위한 현장 간담회'를 개최하고 불법사금융 근절방안을 강조했다.

    김병환 금융위원장은 “대부업 시행에 차질이 없도록 초고금리 대부계약 무효화를 위한 세부 기준과 온라인 대부중개사이트 등록 요건을 신속히 마련하겠다”고 말했다.

    이어 "대부업법 개정으로 발생할 수 있는 서민·취약계층의 자금 공급 축소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2월 중 종합 지원 방안을 마련할 계획"이라고 덧붙였다.

    특히 서민금융 우수대부업자의 자금조달 여건 개선을 위해 자기자본 대비 총자산 한도를 기존 10배에서 12배로 상향하고 은행 등 금융업권으로부터 자금조달이 용이하도록 인센티브 방안을 마련하겠다고 강조했다.

    오는 7월부터 시행되는 대부업법 개정안에는 불법대부계약에 대한 효력을 제한하고 불법사금융 범죄 이득을 박탈하기 위한 법적 근거가 포함됐다. 성착취 추심, 인신매매·신체상해 등을 원인으로 체결된 계약이나 초고금리 대부계약 등 반사회적 불법대부계약은 원금과 이자를 모두 무효로 한다.

    또한 법적 용어 변경을 통해 등록 없이 불법 대부업을 영위하는 업자의 명칭을 ‘미등록 대부업자’에서 ‘불법사금융업자’로 변경해 그 성격을 명확히 했다.

    금융당국은 2월말까지 관계기관과 협력해 ‘불법사금융 대응 집중 홍보기간’을 운영할 예정이다. 취약계층을 대상으로 맞춤형 홍보를 강화하며, 연중 민관 합동으로 지속적인 홍보를 진행해 피해 예방과 대응 방법을 안내할 계획이다.

    김 위원장은 "불법사금융 근절은 민생 중의 민생현안이라고 생각한다"며 "관계기관에서 특별한 소명의식을 갖고 불법사금융 근절에 올 한해 임해주기를 다짐했으면 한다"고 강조했다.

    ◇빗장 걸어잠근 대부업계… 대출 문턱 높아져

    불법사금융 피해는 급증하는 반면 대부업 이용자는 계속 줄어들고 있다. 서범수 국민의힘 의원실에 따르면 지난해 1~10월 금융감독원 불법사금융 피해신고센터에 접수된 상담·신고 건수는 1만2398건으로, 2020년(6615건) 대비 87% 증가했다. 특히 불법 채권추심 피해는 2020년 479건에서 2024년 2429건으로 약 5배 이상 폭증했다.

    이와 대조적으로 대부업계는 대출 문턱을 높이며 중저신용자들에게 빗장을 걸어잠그고 있다. 서민금융연구원이 NICE평가정보 자료를 분석한 결과 대부업체의 대출 승인율은 2021년 12.3%에서 2023년 4.9%로 급락했다. 

    금융감독원의 ‘대부업 실태조사’에 따르면 대부업 이용자 수는 2021년 112만명에서 2024년 6월 말 71만4000명으로 감소했다. 같은 기간 대출잔액도 2023년 말 12조5146억원에서 2024년 6월 말 12조2105억원으로 2.4% 줄어드는 등 대출 공급이 전반적으로 위축된 상황이다.

    이는 조달금리 상승과 연체율 증가로 대부업계의 영업환경이 악화된 결과로 분석된다. 대부업계는 금리 인상에 따른 차입 비용 상승과 경기 악화로 인한 채무자의 상환능력 저하로 인해 신규 대출을 제한하고 있다. 이에 따라 대출 공급은 축소되고 있다. 이러한 상황에서 중저신용자들은 제도권 금융에서 배제되며 불법사금융으로 유입될 가능성이 커지고 있다. 이 같은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일각에서는 변동형 법정 최고금리제도의 도입 필요성이 제기되고 있다.

    임형석 금융연구원 선임연구위원은 '중저신용자 민간 신용대출 특징과 시사점' 연구보고서를 통해 "불법사금융 양성화 취지로 도입된 법정최고금리가 지나치게 낮은 수준에서 운용될 경우 저신용 차주의 제도권 금융 접근성이 제한되며 불법사금융으로 구축될 가능성이 높다"고 말했다. 

    이어 그는 "중저신용자의 신용접근성 제고를 위해 금융사가 신용리스크를 적절히 반영할 수 있는 완충 금리구간을 확보할 필요가 있으며 절제된 법정최고금리 운영이 긴요한 것으로 판단된다"고 설명했다.

    업계 관계자는 "조달금리 상승과 채무자의 상환능력 하락으로 연체율이 높아지며 업계의 대출 승인율이 하락세를 보이고 있다"며 "변동형 법정 최고금리제도를 시행하게 된다면 업계 전반의 대출 공급은 확실히 늘어날 것"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