트럼프 선공에 캐나다·멕시코·中 보복 선언 韓 주요 수출품목도 관세 예고해 수출 타격관세로 방위비 증액 압박 나설 가능성 높아 달러 강세 속 관세로 인플레이션 촉발 우려 산업부, 전담팀 24시간 가동하며 대응 나서
-
- ▲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 ⓒ뉴시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캐나다·멕시코·중국에 대한 관세 부과를 강행하면서 관세전쟁 포문이 열렸다. 캐나다와 멕시코도 맞불 관세를 예고하고 중국도 세계무역기구(WTO) 제소를 선언하며 반격에 나섰다. 트럼프 대통령은 유럽연합(EU) 등 동맹국에도 예외가 없다는 방침이어서 향후 관세 부과 대상국이 확대될 가능성이 크다. 국가별 경쟁적 관세 인상이 이어지면 수출 의존도가 높은 한국 경제에 타격이 예상된다. 관세 전쟁이 본격화되면서 원·달러 환율이 장중 1470원대로 솟구치는 등 리스크가 확대되고 있다.◇4일부터 캐나다·맥시코·중국에 관세 강행트럼프 대통령은 오는 4일부터 캐나다와 멕시코산 제품에 25%, 중국산 제품에는 10% 추가 관세를 부과한다고 밝혔다. 다만 원유 등 캐나다에서 들어오는 에너지 제품에는 10%의 관세를 적용하기로 했다. 또 캐나다·멕시코·중국 3개국에 대해 개인이 수입하는 800달러 이하의 물품에 관세를 부과하지 않는 '최소 기준 면제'도 적용하지 않기로 했다. 대선 과정에서 '관세 무기화'를 공약해 온 트럼프 대통령이 미국 1~3위 교역국에 관세 칼날을 휘두른 것이다.캐나다·멕시코·중국도 이에 맞섰다. 캐나다는 미국산 수입품에 대해 25%의 맞불관세를 부과하기로 했고 멕시코 정부도 보복 관세 방침을 내세웠다. 또 캐나다는 미국·멕시코·케나다 무역협정(USMCA)에 따른 구제 조치도 추진할 계획이다. 중국도 WTO 제소를 비롯해 미국에 대한 보복 조치를 준비 중이며 캐나다 역시 WTO 제소 방침을 밝혔다.미국은 이같은 보복 관세에 재보복으로 대응할 전망이다. 트럼프 대통령이 서명한 행정명령에는 상대국이 보복 조치를 할 경우 관세율을 올리거나 품목을 확대할 수 있다는 이른바 '보복 조항'도 포함돼 있어서다.당장 한국이 표적이 되진 않았지만 이번 조치로 북미를 겨냥해 멕시코와 캐나다에 생산 거점기지를 세운 기업들이 당장 비상이다. UMSCA에 근거한 무관세 혜택이 사라질 위기에 처했기 때문이다. 인건비와 건설비가 저렴한 멕시코에는 삼성전자, LG전자가 가전과 TV 공장을, 기아가 자동차 공장을 세워 미국 시장을 공략해왔다. 포스코도 철강 공장을 멕시코에 두고 있다.캐나다에는 배터리용 핵심 광물 확보와 전기차·배터리 시장 거점으로 삼기 위해 배터리 기업들이 투자해 왔었다. LG에너지솔루션과 스텔란티스 배터리 합작공장이 지난해 10월 배터리 모듈 양산을 시작했다. 포스코퓨처엠은 제너럴모터스(GM)와 양극재 합작 공장을 조성 중에 있다.특히 지난해 기준 342억달러로 전체 대미 수출의 26.76%에 달한 자동차 수출길에 가시밭길이 예고되고 있다. 멕시코에서 자동차 완제품을 만들고 USMCA 체결을 활용해 미국에 무관세로 수출하던 길이 막히게 됐기 때문이다. 멕시코에 대한 25% 관세 부과로 가격 경쟁력이 떨어져 수출에 타격을 입을 것으로 전망된다.중국에도 10% 관세를 추가 부과한 것 역시 직간접적 영향을 끼칠 전망이다. 중국에 대한 한국산 중간재 수출이 크게 위축될 수 있어서다. 지난해 대중 수출액이 1330억달러로 중국이 우리나라 최대 수출국에 이름을 올렸지만 미·중 갈등으로 향후 수출 규모는 늘어나기 어렵다는 전망이 지배적이다. -
- ▲ EU 깃발과 트럼프. ⓒ로이터 연합뉴스
◇관세전쟁, 유럽으로 확전… 방위비로 불똥튀나관세 전쟁은 확전 양상이다. 당장 EU가 다음 타깃으로 떠올랐다. 트럼프 대통령은 이날 다음 관세 부과 대상국으로 EU를 거론하며 다른 나라들에게도 관세를 부과하겠다는 방침을 분명히했다. 이에 따라 지난해 대미 무역 흑자 8위에 오른 한국 역시 미국의 관세 표적에서 비껴가기 어려울 것으로 전망된다.전문가들은 트럼프 대통령의 EU에 대한 관세 압박의 배경으로 북대서양조약기구(나토) 회원국들에 대한 방위비 분담금 인상을 꼽는다. 트럼프 대통령은 나토 유럽 회원국들의 '안보 무임승차'를 주장하며, 방위비 지출 수준을 현행 국내총생산(GDP) 대비 2%에서 5% 수준으로 대폭 끌어올릴 것을 요구해왔다.이에 따라 향후 한국에도 주한미군 방위비 분담금 인상 요구 카드를 꺼내들 것이란 예상이 나오고 있다. 앞서 트럼프 대통령은 대선 기간 중 "한국이 방위비 분담금으로 100억달러를 부담해야 한다"고 주장하며 한국을 '머니머신(money machine·매우 부유한 나라)'이라고 표현하기도 했다.송영관 한국개발연구원(KDI) 선임연구위원은 "트럼프 대통령이 EU 관세 부과를 예고한 것은 나토 방위비 분담금을 높이기 위한 협상용일 가능성이 크다"며 "한국에 대해서도 관세 등을 활용해 주한미군 방위비 증액을 압박할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고 내다봤다.더욱이 트럼프 대통령은 한국의 주력 수출 제품인 반도체와 철강 등에 대해서도 관세 부과 가능성을 예고한 상태다. 트럼프 대통령은 반도체, 의약품, 철강, 알루미늄, 구리, 원유, 가스 등의 품목에도 관세 부과를 언급했다. 송 선임연구위원은 "미국이 반도체, 철강에도 관세를 부과한다면 한국 경제에 미치는 부정적 여파가 굉장히 클 것"이라며 "중국이 레거시반도체에서 한국을 많이 따라잡은 상태에서 미국이 반도체에 관세를 부과하면 미국과 중국 모두에서 반도체 수출이 줄어드는 상황에 직면할 수 있다"고 우려했다.국제금융센터는 "미국의 관세 부과가 중국의 과잉생산을 심화시키고 중국기업의 수출이 다른 국가로 선회할 경우 글로벌 수출시장에서 우리나라와의 경쟁이 더욱 치열해질 우려가 있다"며 "트럼프의 미국 우선주의가 본격화되는 가운데 관세 부과의 파급효과가 선진국뿐 아니라 신흥국으로 확산될 경우 보호무역주의 확대 등으로 글로벌 성장률 저하, 물가 상승, 환율 불안 등 부작용을 유발할 가능성이 있다"고 분석했다. -
- ▲ 제롬 파월 미국 연방준비제도(Fed·연준) 의장. ⓒ로이터 연합뉴스
◇환율 불안에 경기 부양 위한 금리 인하도 '안갯속'원·달러 환율도 다시 치솟고 있다. 관세 공포가 현실화되면서 안전자산 선호에 강달러 현상이 강화된 영향이다. 이날 환율은 장중 1470원대까지 급등했다. 지난달 13일 이후 3주 만이다.트럼프 대통령의 관세부과로 미국 내 인플레이션을 부추길 것이란 우려도 나온다. 래리 서머스 전 미국 재무장관은 전날 CNN과의 인터뷰에서 "인플레이션을 낮추려는 노력에도 불구하고 (관세 부과가 현실화하면) 향후 9개월간 인플레이션이 1% 상승할 가능성이 있다"고 내다봤다. 미국 내 인플레이션이 심화하면 미국 금리 인하가 늦춰질 수 밖에 없어 달러는 강세, 원화는 약세로 이어질 수 있다.앞서 미국 연방준비제도(Fed)는 지난달 29일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 정례회의에서 기준금리 목표 범위를 연 4.25~4.50%로 동결했다. 이와 관련 제롬 파월 미국 연방준비제도 의장은 "통화정책 기조 변화를 서두를 필요가 없다"며 금리 인하에 제동을 걸었다.연준의 이번 금리 동결로 한국과 미국의 기준금리 차이는 1.50%포인트(P)로 유지됐다. 연준이 통화완화 속도 조절에 나서면서 미국과의 금리 차이 부담에 한국은행이 금리인하에 나서기도 어려운 상황이 됐다. 일각에서는 하반기 물가 압력 상승으로 미 연준이 금리를 인상할 수도 있다는 전망까지 나오고 있다.곽노성 동국대 국제통상학과 명예교수는 "금리 차는 자본이동의 원천이 되는 만큼 미국이 금리를 내리지 않거나 올리는 상황에서 한국만 낮추면 한·미 금리차가 확대돼 국내 투자자금이 미국으로 이탈하고 원화 약세가 더 두드러지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 이어 "원화가 저평가되면 수출은 가격 경쟁력을 가질 수 있으나 이는 트럼프 대통령의 관세 부과로 상쇄돼 한국으로선 어려운 여건에 처했다"며 "트럼프 1기 당시 관세 때문에 멕시코와 캐나다로 생산공장을 이전한 노력이 캐나다·멕시코에 대한 25% 관세 부과로 물거품이 될 가능성이 크다"고 우려했다.한편 이같은 통상환경의 급변에 산업통상자원부는 통상교섭본부를 중심으로 미국의 향후 행정명령 동향을 실시간 모니터링하기 위한 전담팀을 24시간 가동하며 대응에 나섰다. 이날도 정인교 통상교섭본부장 주재로 부내 태스크포스(TF) 회의를 열고 미국 신정부의 캐나다, 멕시코, 중국 대상 관세 조치의 내용과 영향을 점검하는 한편 미국 신정부의 주요 통상·에너지 관련 행정조치의 영향과 대응방안을 검토했다. 아울러 정부는 대미 무역흑자를 줄이고 미국 통상압력에 대비하기 위해 미국산 액화천연가스(LNG) 수입을 확대하는 방안도 추진할 전망이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