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왕고래 경제성 없다 정부 판단에 동력 약화 예산 확보 어려워 '자본잠식' 석유공사 부담↑야당 어깃장에 전기본 국회 보고 지연 사태 원전, 최대 발전원 등극에도 신규 건설 악영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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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시추 지점에 정박해 정확한 시추위치를 조정하고 있는 웨스트카펠라호의 모습.ⓒ한국석유공사
정부의 굵직한 에너지 정책에 먹구름이 드리워졌다. 동해 심해 가스전 개발사업인 '대왕고래 프로젝트'가 1차 탐사 시추가 사실상 실패로 돌아가면서다. 또 다른 매장 가능성이 제기된 울릉분지 14개 유망구조에도 의구심이 커지는 등 추진 동력이 꺾이는 모양새다. 전력수급기본계획(전기본)도 야당 어깃장에 사상 초유의 지연 사태를 겪으면서 국회 보고 날짜도 잡지 못하고 있다.정부가 '대왕고래 프로젝트' 1차 탐사시추 결과 경제성이 없다는 판단을 내리면서 추가 시추 동력을 확보하기가 순탄치 않을 전망이다. 산업통상자원부는 지난 6일 1차 탐사시추에서 일부 가스 징후가 있었지만 경제성을 확보할 수준은 아닌 것으로 잠정 확인했다고 발표했다.이에 따라 해당 시추공은 원상 복구된 상태로 대왕고래에 대한 추가 탐사는 실시하지 않겠다는 입장이다. 대왕고래를 제외한 6개 유망구조에 대한 추가 탐사는 이어가겠다는 방침이나 문제는 예산이다.올해 상반기에 추가경정예산(추경) 편성이 이뤄지더라도 동해 심해 가스전 사업의 추가 탐사에 반영될 가능성은 낮다. 야당은 지난해 단독 처리한 예산에서 관련 항목을 사실상 전액 삭감한데다 이번 1차 탐사시추 결과를 놓고도 여야 공방이 거세지고 있어서다.'자본잠식' 상태인 한국석유공사의 재정으로는 단독으로 추가 시추를 이어가기도 어려운 상황이다. 1공당 시추비용은 약 1000억원 필요한데 1차 시추 비용을 사실상 홀로 떠안은 석유공사는 시추 실패로 부담이 더욱 가중됐다. 석유공사의 지난해 상반기 기준 자본은 마이너스(-) 1조3864억원에 달한다. 부채만 21조1664억원에 이른다. 이자 비용만 매년 5000억원을 지출하고 있다.정부는 시추과정에서 얻은 데이터로 추가적인 유망구조의 오류를 보정해 성공확률을 높일 수 있다는 입장이다. 이를 통해 유망구조별 신뢰도를 높인다면 투자유치에서도 의미있는 결과를 기대할 수 있을 것이란 설명이다. 오는 3월 부터 투자유치 절차를 개시한다는 목표다.하지만 1차 시추결과에서 기대했던 '탄화수소' 부존 여부를 확인하지 못해 투자유치도 불확실하다. 해외투자를 유치하더라도 정부가 1차 시추 결과에 대해 경제성이 없다고 밝힌 만큼 리스크가 부각돼 협상이 불리하게 진행될 가능성이 있다. 석유공사의 재원 마련 어려움에 해외 투자 유치에 의존하게 되면 향후 개발 성공하더라도 한국 몫의 개발 이익 확보가 줄어들게 된다.임종세 한국해양대 에너지자원공학과 교수는 "자원 개발에는 많은 비용이 소요되는 만큼 비용 충당에 대한 합의가 있어야 된다"며 "투자 유치는 리스크를 나누겠다는 것이나 개발에 성공했을 때 수익도 나눠야 하는 문제가 발생하는 만큼 이에 대한 판단과 공감대가 이뤄져야 한다"고 말했다.이런 가운데 또 다른 매장 가능성이 제기된 울릉분지 '마귀상어'를 두고도 의구심이 커지고 있다. 대왕고래에 이어 마귀상어까지 유망성 평가 용역을 따낸 미국 자문 업체 '액트지오'가 사실상 1인 기업인데다 세금 체납 전력, 법인 자격 문제 등으로 선정 배경, 신뢰성 논란이 해소되지 않고 있어서다. 지금까지 액트지오가 석유공사에서 받은 용역비만 40억원에 달하나 대왕고래 프로젝트는 사실상 실패해 정치권에서는 '먹튀' 비판까지 나오고 있다. -
- ▲ 부산시 기장군 장안읍 고리원전. ⓒ뉴시스
에너지 정책 브레이크는 이 뿐 아니다. 11차 전기본의 주도권이 야당으로 넘어가면서 국회 보고가 이뤄지지 못하고 있다. 전기본은 국회 동의가 아닌 국회 보고 과정을 거치면 되지만 야당이 어깃장을 부리면서 결국 해를 넘겨 역대 전기본 중 가장 지연되고 있다.11차 전기본은 2024~2038년 15년간 적용되는 정부의 에너지 계획 청사진이다. 전기본이 제 때 확정되지 않으면서 갈수록 늘고 있는 인공지능(AI)과 반도체 등 첨단 산업에 필요한 전력의 제 때 공급에도 적신호가 켜졌다.정부는 전기본 보고가 기약없이 미뤄지자 전기본 확정을 위해 재생에너지 비중 확대를 요구하는 야당의 요구를 반영한 조정안까지 마련했다. 신규 대형원전 건설 목표를 3기에서 2기로 축소 반영하고 신재생에너지를 그만큼 늘리는 내용을 제시했지만 야당은 요지부동이다. 야당 내에서도 이견을 좁히지 못하고 의견을 확정하지 못하고 있어 이달 내에 수립될지도 미지수다.11차 전기본이 확정돼야 신규 원전 부지 선정을 착수할 수 있지만 국회 보고 절차 일정도 못잡으면서 신규 원전 선정 절차가 시작도 하지 못하고 있다. 이런 상황 속 '2050 원전 중장기 로드맵'도 무기한 연기되며 확정 발표가 미뤄지고 있다.이는 세계적인 흐름에 역행한다는 지적이 나온다. 미국, 유럽연합(EU) 등 주요국에서는 전력 수요 급증에 대비해 원전 확대에 나선 것과 대비된다. 특히 지난해 원자력발전이 전체 전력 거래량 가운데 가장 많은 비중을 차지하며 2006년 이후 18년만에 최대 발전원으로 등극했다. 원자력 발전량도 15년만에 최대치를 기록했다. 원전 증가와 가동률 상승 등 원전 생태계 회복이 그 배경으로 꼽힌다.홍서기 한양대 원자력공학과 교수는 "원자력은 탄소배출이 없고 경제적이며 안정적인 에너지원이나 정치적 고려로 전기본 기존안에서 신규 원전 건설 계획이 후퇴했다"며 "전기본 국회 보고도 늦어지면서 신규 원전 건설 부지 선정 등이 늦어지고 있고 관련 기업들도 사업 방향과 계획 수립도 미뤄지고 있는 형국"이라고 지적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