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호·순환출자 금지 회피한 탈법행위 해당 여부 들여다봐 시높시스-앤시스 기업결합 건 전원회의 안건 상정 앞둬 "플랫폼법, 통상 문제 안되도록 국회 협의·미국과 소통 강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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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한기정 공정거래위원회 위원장. ⓒ공정거래위원회
한기정 공정거래위원장은 "고려아연 상호출자·순환출자 회피 탈법행위 신고가 접수됨에 따라 공정거래법 위반 여부에 대해 면밀히 검토할 계획"이라고 17일 밝혔다.◇공정위로 전선 확대된 고려아연 분쟁한 위원장은 이날 기자간담회에서 고려아연 경영권을 두고 최윤범 고려아연 회장 측과 분쟁을 벌이고 있는 영풍·MBK파트너스(MBK) 연합이 최 회장을 공정거래법 위반 혐의로 지난 1월 공정위에 신고한데 대해 이같이 밝혔다.공정위에 따르면 영풍·MBK 연합은 고려아연이 경영권 방어 과정에서 해외 계열사를 통해 국내 계열사 주식을 매수해 상호출자 및 순환출자 규정을 위반했다고 주장하고 있다.이와 관련 한 위원장은 "현행 공정거래법상 상호출자제한기업집단에 속하는 회사의 국내 계열사에 대한 상호출자와 순환출자는 원칙적으로 금지된다"면서도 "해외 계열사에 대해서는 규정이 없어 해외 계열사가 개입된 경우 규제대상으로 인정하기에는 한계가 있다"고 설명했다.공정거래법 상호출자과 순환출자를 금지하는 제21조, 제22조에는 국내 계열사만 명시돼 있어서다. 해외 계열사의 국내 계열사 직·간접 출자, 해외 계열사의 순환출자와 관련해선 공시의무가 부과된다.다만 한 위원장은 "신고인 측이 고려아연이 해외 계열사의 명의만 이용해 규제를 회피하는 탈법행위를 했다고 주장하고 있어 사실관계 확인, 자료요청, 의견청취 등 통상적 사건처리 절차를 거쳐 공정거래법 위반 여부에 대해 면밀히 검토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탈법행위를 금지하는 제36조에는 제21조·제 22조를 회피하려는 행위를 금지하고 있기 때문이다. -
- ▲ 공정거래위원회 전경. ⓒ뉴시스
◇반도체 기업결합에 '촉각' … '민·관 합동 광고대행 TF' 신설공정위는 전원회의에 시높시스-앤시스 기업결합 건 상정을 앞두고 있다. 그간 공정위는 한국 경제 핵심산업인 반도체 분야의 해외 사업자 간 기업결합에 대해 경쟁 제한성 여부 등을 면밀히 살핀 바 있다.지난해 5월 미국 사업자 '시높시스'가 다른 미국 사업자 '앤시스' 주식을 350억달러(약 46조원)에 인수했다고 공정위에 신고했다. 시높시스와 앤시스는 삼성전자, SK하이닉스, 엔비디아, 애플 등 국내외 주요 반도체 사업자를 고객으로 하는 반도체 칩 설계 소프트웨어 공급시장의 1위 및 4위 사업자다.한 위원장은 "해외 사업자 간 결합이지만 로봇·인공지능(AI) 등 미래산업 경쟁력과 직결된 반도체 설계와 관련돼 국내 반도체 시장에 미치는 영향이 매우 크다"며 "시장에 미치는 경쟁제한 우려를 심층적으로 검토했고 이달 초 안건 상정한 후 전원회의 심의를 앞두고 있다"고 전했다.시높시스가 자진 시정방안을 제출한 상태로, 지난해 8월부터 시행된 공정거래법상 '기업결합 자진 시정방안 제출제도'를 적용한 최초 사례다. 한 위원장은 "시장의 정보를 풍부하게 보유한 기업에게 먼저 경쟁제한 우려의 시정방안을 제출하게 해 이를 고려한 시정조치를 부과하는 선진적·효율적 제도가 첫발을 내딛는 것"이라고 평가했다.아울러 정부가 추진 중인 플랫폼법 등과 관련된 미국과의 통상마찰 우려에 대해 한 위원장은 "국익 관점에서 통상 문제로 발전하지 않도록 적절히 대응하겠다"고 밝혔다. 이어 "플랫폼 분야의 경쟁촉진과 입점업체 보호를 위한 두 법안이 발의돼 국회에 계류 중인 상황"이라며 "통상 환경 변화가 종합 고려될 수 있도록 입법 논의 과정에서 국회와 협의하고 미국 측과 소통을 강화할 계획"이라고 부연했다.또 공정위는 '온라인 광고대행 불법행위'에 대해 과학기술정보통신부·중소벤처기업부·경찰·한국인터넷광고재단 등과 '민·관 합동 광고대행 태스크포스(TF)'를 신설해 민생 피해구제 방안을 마련 중이다. 지난 11일부터 한국인터넷광고재단 홈페이지에 '온라인 광고대행 사기 신고센터'를 개설해 운영을 시작했다. 관련 피해를 입은 자영업자는 언제라도 신고할 수 있고 다음달부터 분기별 TF 회의를 통해 사기업체 수사의뢰와 경찰 수사가 이뤄질 예정이다. -
- ▲ 공정거래위원회 ⓒ뉴시스
◇올해 '민생경제 회복·미래 대비' 목표한편 공정위는 올해 업무계획을 '민생경제 회복'과 '미래 대비'를 목표로 ▲하도급·유통 중소·납품업체의 정당한 대가 보장 ▲가맹 정보공개 확대를 위한 공시제 도입 ▲인구위기에 대응하는 소비자 보호대책을 중점 추진한다.이 중 하도급·유통·소비자 분야에서는 중소 하도급업체가 대금을 제때 지급받을 수 있도록 보호장치를 확대하는 종합 개선대책을 추진 중이다. 최근 학계·법조계·사업자단체 추천 전문가로 '하도급대금 지급보장 강화 태스크포스(TF)'를 구성, 내주 '하도급대금 지급보증 면제사유 축소를 안건으로 1차 회의를 개최한다.또 건설업계에서 하도급대금의 일부를 묶어놓고 지급하지 않는 유보금 설정 관행이 부당특약에 해당된다는 것을 명시하는 고시 개정을 추진한다. 지난달 말까지 행정예고가 완료돼 규제개혁위원회 심사 등을 거쳐 다음달 개정을 완료·시행할 계획이다.유통분야의 신속한 납품대금 지급방안 마련을 위해 현재 백화점·TV홈쇼핑·쇼핑몰 등 11개 업태 139개 유통브랜드·납품업체 대상으로 서면실태조사를 실시 중이다. 조사결과를 분석해 현행 지급기한의 적정성 및 제도개선 필요성을 검토한다는 방침이다.인구위기 대응 관련 소비자 보호대책도 추진 중이다. 공정위는 작년부터 꾸준히 '깜깜이 결혼 비용' 문제해결을 위해 가격정보 공개를 추진해왔다. 지난달 24일부터 소비자원 '참가격' 홈페이지 등에 11개 협약체결 결혼식장·결혼준비대행업체가 필수·선택품목 가격을 공개한데 이어 추후 분기별로 변동사항을 업데이트할 예정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