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 의대정원 자율결정 방안 추진대학 총장 결정 따라 증원 규모 0~2000명교육부, 24·25학번 동시 교육 준비
  • ▲ 대구 경북대학교 의과대학 강의실이 텅 비어있다. ⓒ뉴시스
    ▲ 대구 경북대학교 의과대학 강의실이 텅 비어있다. ⓒ뉴시스
    정부가 2026학년도 의대 정원 규모를 각 대학이 자율적으로 결정하도록 하는 방안을 추진 중이다. 이 경우 내년도 의대 증원 규모는 최소 0명에서 최대 2000명이 될 수 있다.

    19일 관계기관에 따르면 국회 보건복지위원회는 이날 법안심사소위원회를 열어 보건의료기본법 개정안 4건, 보건의료인력지원법 개정안 2건을 심의할 예정이다. 해당 법안에는 향후 의대 정원 규모를 결정하는 과정에서 전문가 의견을 과학적으로 반영할 수 있도록 '의료인력 수급 추계위원회'를 신설하는 내용을 담고 있다.

    복지부는 이날 추계위 관련 법안 심사를 할 때 '2026학년도 의대정원 특례 조항'을 법안 부칙에 넣을 필요가 있다는 입장을 전할 예정이다. 

    부칙에는 "대학 총장은 대학별 교육 여건을 고려해 2026학년도 대학입학전형시행계획 중 의대 모집 인원을 2025년 4월30일까지 변경할 수 있다"는 내용이 들어가 있다. 이는 복지부 장관이 추계위와 보건의료정책심의위원회(보정심) 심의를 거쳐 2026학년도 의사인력 양성 규모를 정하기 어려운 경우로 한정된다.

    정부가 이같은 방안을 검토하는 이유는 빠듯한 입시 일정 때문이다. 2026학년도 의대 정원은 오는 3월까지 확정돼야 하지만, 추계위 설치 법안이 통과된 이후 위원회 구성 및 논의 과정까지 포함하면 물리적으로 시간이 부족하다는 지적이 나온다.

    이에 정부가 직접 정원을 배정하기보다 각 대학이 자체적으로 교육 여건을 고려해 정원을 결정하도록 하는 방식이 제안된 것이다. 특례 조항을 부칙에 넣을 경우 각 대학 결정에 따라 내년도 의대 증원 규모는 최소 0명에서 최대 2000명으로 결정된다. 

    다만 이와 관련 복지부는 "2026학년도 의대 정원은 원칙적으로 보건의료기본법 개정 또는 보건의료인력지원법 개정을 통해 추계위에서 결정할 계획"이라며 "추계위를 통한 결정이 어려운 경우에 대비해 보건의료기본법 개정안 또는 보건의료인력지원법 개정안 부칙을 검토하는 과정에서 나온 대안 중에 하나"라고 설명했다. 아울러 "현재 국회에서 관련 법률안 논의가 진행 중으로, 법률안이 개정되는 즉시 하위법령을 정비함과 동시에 추계위 구성을 준비해 조속히 운영이 될 수 있도록 지원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이런 가운데 교육부는 2024·2025학번 의대 신입생을 동시에 교육할 준비를 진행 중이다.

    이주호 사회부총리 겸 교육부 장관은 지난 18일 국회에서 "정부와 대학은 2024·2025학번을 동시에 교육할 수 있도록 만반의 준비를 갖추고 있다"며 "대부분의 대학이 2025학년도 1학기 개설 과목과 교원 배정을 완료한 상태"라고 밝혔다.

    교육당국은 국립의대에 전임교원을 추가 배정하고 의대 건물 신축을 지원하고, 사립의대에는 교육 여건 개선을 위한 융자 지원을 제공할 방침이다.

    ◇ 좁혀지지 않는 의-정 입장차 … 의료계 "의대 정원 오히려 줄여야"

    2026학년도 의대 정원을 두고 정부가 '최적의 해법'을 찾겠다고 밝혔지만, 의료계와의 의견 차이는 여전히 좁혀지지 않고 있는 실정이다.

    의료계는 정부의 이번 방안에 강력히 반발하는 모습이다. 대한의사협회(의협)는 2026학년도 의대 정원은 오히려 줄여야 한다는 입장을 유지하고 있다.

    김택우 의협 회장은 최근 기자간담회에서 "올해 의대교육을 어떻게 정상화할 것인지가 가장 중요하다"면서 "실질적 교육이 불가능한 상태인 만큼 (2026학년도 의대 정원은) 감원해야 된다는 목소리가 더 크다"고 주장했다.

    의료계는 의대 증원에 반대해 휴학한 학생들과 올해 신입생이 한꺼번에 몰리면서 교육 여건이 악화될 것을 우려하고 있다.

    2024학번과 2025학번 학생들이 동시에 교육을 받게 되면 전국 의대 신입생 규모는 7500명 이상으로 폭증하게 된다. 이에 의료계는 교육 공간 부족, 실습 기회 축소, 교원 부담 증가 등의 문제가 불가피할 것으로 보고 있다.

    서울의 한 대학병원 교수는 "2025학년도 의대 증원 규모(1497명)를 고려할 때, 2026학년도에는 최소한 이 인원만큼 감축해야 한다"고 말했다. 또 다른 교수는 "정부가 무리하게 의대 증원을 추진하면서 의학교육의 질이 심각하게 훼손될 우려가 크다"며 "2026학년도에는 신입생을 모집하지 않는 방안도 고려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의정 갈등이 1년을 넘기면서 가장 큰 피해를 보는 것은 환자라는 지적도 나온다.

    김성주 한국중증질환연합회 회장은 "지난 1년간 의료계와 정부의 대립으로 환자와 국민의 피해가 심각하게 증가했다"며 "정부와 의료계는 하루빨리 문제를 해결하고 정상적인 의료 환경을 회복해야 한다"고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