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안공항 참사 당시도 공석 … 항행안전시설 총괄자도 부재내부서 사장 진급은 한번뿐 … 경찰·군인·정치인 출신이 다수상임이사 인사도 적체 … "간부급이라도 전문가로 구성해야"
  • ▲ 서울 강서구 한국공항공사 본사 청사의 모습 ⓒ한국공항공사
    ▲ 서울 강서구 한국공항공사 본사 청사의 모습 ⓒ한국공항공사
    인천국제공항을 제외한 전국 14개 공항을 관리하는 한국공항공사 수장 자리가 10개월째 공석에 머물러 있다. 지난해 말 무안공항 참사가 발생하며 공항 안전 컨트롤타워의 중요성이 더 커졌는데도 사장 자리가 채워지지 않으면서 낙하산 인사를 위한 자리라는 것을 사실상 실토했다는 비판까지 나온다.

    27일 공사 안팎에 따르면 작년 12월 무안공항 참사가 발생했을 당시 전국 14개 공항을 관리하는 공항공사 사장은 보이지 않았다. 윤형중 전 사장이 작년 4월 돌연 사퇴한 이후 대통령실 관리비서관을 지낸 김오진 국토교통부 1차관이 '취업 승인' 결정까지 받았으나, 각종 불법 의혹으로 낙마했기 때문이다. 

    그 사이 무안국제공항에서는 제주항공 여객기가 착륙을 시도하다 승객과 승무원 179명이 사망하는 대형 참사가 났다. 김해국제공항에서도 최근 이륙 전 에어부산 여객기에서 불이 나 승객·승무원 176명이 긴급 대피하는 사고가 발생했다.

    결국 무안공항 참사 수습은 부사장이 대행체제로 진행했으며, 여기에 이사회 등 최고 의사 결정에 참여해야 할 임원이 1년 가까이 완전체를 이루지 못하면서 불안정한 모습을 노출시키고 있다. 특히 참사의 주요 원인으로 지목된 항행안전시설 업무를 총괄하는 건설기술본부장은 작년 12월 말 명예퇴직해 2개월째 안전보안본부장이 겸직하고 있다.

    공항공사는 낙하산 인사를 내리꽂는 경향이 다른 공기업보다 강하다는 평가를 받는다. 역대 사장을 출신별로 보면 △경찰 4명 △군인 3명 △국정원 2명 △정치인 2명 △국토부 1명 △내부 1명 등 대부분이 외부 비전문가 인사였다. 이처럼 비전문가가 컨트롤타워 역할을 맡다 보니 공항 전문성과 안전은 실종될 수밖에 없다는 것이다.

    여기에 최근 주주총회에서 공항공사가 장기 공석인 상임이사 3명 중 1명만 선임해 논란은 더욱 커졌다. 공항공사 이사회는 사장·부사장·감사와 본부장급 3명 등 6명의 상임이사, 7명의 비상임이사로 구성돼 있는데, 최근 불거진 공항 안전 문제에도 사장을 비롯한 이사회 자리가 채워지지 않으면서 아마추어 경영인과 낙하산 인사 등을 위한 자리를 빼놓은 것 아니냐는 의구심까지 제기된다.

    익명을 요구한 항공 분야 전문가는 "공항공사는 내부에서 자체적으로 사장으로 진급한 경우는 여태껏 한 번밖에 없어서 전문성 측면에서 문제가 있다"며 "최근 공항 안전에 중대한 위험이 나오면서 시민들이 불안에 떨고 있는데도 사장 임명을 늦추는 것은 애초에 그 자리를 중요하지 않다고 생각하거나, 중요성을 알고도 입맛에 맞는 인사를 하기 위함이 아니겠느냐"고 꼬집었다.

    물론, 최근 중앙부처 산하기관의 기관장급 인사가 늦어지는 것은 정치혼란 속에서 어쩔 수 없다는 의견도 나온다. 다만 환경부만 해도 올해 산하기관인 국립공원공단, 한국환경공단에 이사장 인사를 내며 기관이 본연의 업무에 충실하도록 돕고 있다.

    이에 공항공사가 기관장 등 인사를 정부에 더욱 강하게 요청해야 한다는 의견도 나온다. 권보헌 극동대 항공안전관리학과 교수는 "최근 정치 혼란과 무안공항 참사 수습을 고려해 사장 자리에 오르기 꺼리는 분들도 있을 수 있다"면서도 "공항 안전의 중요성이 커진 만큼 전문가 위주로 인사가 이뤄질 필요성이 있다. 특히 상임이사를 비롯한 간부급은 전문가로 구성해 공사의 중대한 결단을 도와야 한다"고 제언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