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강 신청 0명 … 의대 증원 축소에 신입생마저 동참'타고 올라온 사다리 걷어차는 꼴' 비판 목소리 커신입생에 휴학 강요하는 선배들에 동참 불가피론도소신 행동 힘든 의료계 구조… 선배 영향력 절대적
-
- ▲ 한 의과대학 강의실이 비어있다. ⓒ뉴시스
정부의 '의대 증원'에 따라 올해 의대에 입학한 신입생 4610명 중 대다수가 '의대 정원 축소' 목소리를 내고 있어 논란을 빚고 있다. 정부의 증원 정책에 따라 사다리를 타고 올라 온 당사자들이 정작 후배들이 올라 탈 사다리를 걷어차는 꼴이라는 비판이다.4일 더불어민주당 진선미 의원이 교육부로부터 제출받은 자료에 따르면, 올해 전국 40개 의대 중 10개 대학에서 수강 신청 인원이 '0명'으로 집계됐다. 나머지 30개 대학에서도 학생들의 수강 신청률은 극히 저조했다. 일부 의대에서는 개강을 연기하며 사태 해결을 모색하고 있지만 의정 갈등이 평행선을 달리면서 학사 일정 정상화는 요원한 상황이다.이같은 상황에서 신입 의대생들의 행보가 논란이다. 2025학번 의대생 중 3분의 1은 정부의 증원 덕에 입학했다. 그러나 이들은 '의대 정원 축소'를 외치며 후배들이 같은 기회를 얻는 것을 막는 모습을 보이고 있다. 이를 두고 교육계에선 "올라갈 땐 정부가 만든 사다리를 이용하고, 올라간 뒤에는 후배들의 길을 막는 행태"라고 비판의 목소리를 높였다.올해 신입생들은 전년 대비 1497명 늘어난 정원 속에서 입학했다. 이로 인해 2025학년도 의대 입시 경쟁률은 낮아졌고 추가 합격자도 대폭 늘었다.부산대 의대의 경우 정시 최초 합격자 중 13명이 등록을 포기해 다음 순번에게 기회가 주어졌다. 이는 전년도(5명)의 3배 수준이다. 상위권 의대에서도 유사한 현상이 나타나면서 평소보다 많은 수험생이 의대 입학 기회를 얻었다.의대 증원 혜택으로 입학한 신입생들이 '의대 정원 축소'라는 모순된 주장에 동조하는 데는 의료계 특유의 조직 분위기가 큰 영향을 끼쳤다는 분석이다.의대 특성상 신입생들은 전공의 과정까지 약 10년 동안 선배들과 생활해야 한다. 졸업 후에도 같은 병원이나 학계에서 만나게 되는 경우가 많아 예과 때 사귄 선배가 평생 간다는 말이 있을 정도다. 당장 선배들과 관계과 원활하지 못하면 이른바 '족보'로 불리는 학습자료 접근이 어려워져 학교 생활 내 상당한 불이익을 받는다.이같은 이유로 의대 신입생에게 선배의 입김은 큰 영향을 끼친다. 이로 인해 일부 대학의 신입생 오리엔테이션(OT)에서는 선배들이 신입생들에게 투쟁의 필요성을 강조하고 휴학을 권유하는 행태가 다수 발생했다. 일부 대학에서는 선배들이 신입생들에게 실명 투표를 강요하며 휴학 참여 여부를 조사한 것으로 알려졌다.의료계 전반에서 신입생을 상대로 동맹 휴학 참여를 강요하는 분위기가 형성되면서 수업을 듣고 싶어도 눈치를 보며 포기하는 학생들이 늘어나는 실정이다.교육부가 운영하는 의대 학생 보호·신고센터에는 신입생들에게 휴학을 강요하는 사례가 다수 접수됐다.서울경찰청 사이버수사대는 연세대 의대 학생들이 수업을 듣겠다고 밝힌 동기들에게 휴학 동참을 압박하고 이를 거부한 학생들의 신상 정보를 공유하는 등 집단적 괴롭힘을 가한 정황을 포착해 내사에 착수했다.이런 가운데 교육부가 올해는 의대 휴학·재수강 같은 학사 유연화를 시행하지 않겠다고 강조하면서 의정 갈등이 강대강 국면을 맞을 조짐이다. 교육부는 "의대 신입생은 수업에 반드시 참여해야 불이익을 면할 수 있을 것"이라며 "수업에 불참한 의대생에게는 지난해와 같은 휴학 승인은 결코 없을 것"이라고 경고했다.의료계는 '2026학년도 의대 정원을 2024년 수준으로 되돌려야 한다'는 입장을 고수 중이다. 반면 정부와 대학들은 학사 정상화를 최우선 과제로 두고 학생들의 복귀를 유도하기 위한 대책을 찾으면서 의정 갈등은 여전히 평행선을 달리는 모양새다.한 의대 학장은 "교육부가 학생들과 대학에 지침을 줘야 하는데 무책임한 것 같다"며 "학생들이 교육을 받을 수 있도록 교육부가 적어도 2월까지는 방안을 마련했어야 했는데 문제 해결이 점점 더 어려워지고 있다"고 말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