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상목 부총리·안덕근 장관 미국행 … 양국 통상장관 간 개별 협의도 국채 매입·방위비 상승·중국 압박 등 거론 … "새 정부로 안건 넘겨야""범부처TF로 모든 안건 대응 … 미국 협력 후 논의 내용 미발표 고려"
  • ▲ 최상목 경제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오른쪽)과 안덕근 산업통상자원부 장관이 21일 정부서울청사에서 열린 경제안보전략 태스크포스(TF) 회의에 참석해 대화하고 있다. ⓒ연합뉴스
    ▲ 최상목 경제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오른쪽)과 안덕근 산업통상자원부 장관이 21일 정부서울청사에서 열린 경제안보전략 태스크포스(TF) 회의에 참석해 대화하고 있다. ⓒ연합뉴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최근 통상 압력을 높이는 가운데 이번 주 관세 인하를 끌어내기 위한 한미 고위급 협의가 본격 가동된다. 전문가들은 우리 정부가 원하는 '관세율 인하'라는 목표를 달성하기 위해서는 '신중한 접근'이 필요하다는 조언을 내놨다.

    21일 관계부처 등에 따르면 최상목 경제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과 안덕근 산업부 장관은 오는 24일 오후9시(현지시간 오전8시) 미국 베센트 재무부 장관, 그리어 무역대표부(USTR) 대표와 '한-미 2+2 통상협의'를 진행한다. 2+2 통상 협의 이후에는 한미 양국 통상 장관 간 개별 협의도 예정돼 있다.

    2+2 협의는 트럼프 2기 출범 이후 처음이다. 우선 미국은 이번 회담에서 '강달러 해소'를 위한 작업에 돌입할 전망이다. 트럼프 대통령의 '경제책사'로 불리는 스티븐 미란 백악관 경제자문위원장은 작년 11월 '미란 보고서'에서 강달러가 제조업 경쟁력 약화와 무역적자 확대의 원인이라고 지목한 바 있다.

    미국이 국채 금리 하락을 유도하기 위해 국채 매입을 압박할 가능성도 있다. 최근 트럼프 대통령의 전방위적 관세 압박으로 인해 상호관세 부과 전까지 3.9%를 밑돌던 10년 만기 국채 금리는 지난 11일 4.5%까지 올랐다. 국채 금리가 상승하면 새로운 국채를 발행할 때 미국 정부는 더 높은 이자를 줘야 하는 만큼 미국의 재정 적자가 가속화될 수 있다.

    방위비 분담금도 주요 안건으로 거론된다. 트럼프 대통령은 지난 대선 기간 한국을 '머니머신'에 비유하면서 방위비 분담금을 현재의 9배인 100억 달러로 높여야 한다고 주장했다. 곽노성 동국대 국제통상학과 명예교수는 "트럼프의 입장에서는 자신의 힘을 인지하고 '원스톱 쇼핑'을 구상할 것"이라면서도 "우리로서는 통상과 안보를 최대한 분리하는 방식으로 가야 한다"고 강조했다.

    당장 미국으로 수출되는 철강·알루미늄·자동차에 대한 관세(25%)가 발효돼 이미 수출 피해가 가시화되는 상황이라는 점도 문제다. 여기에 트럼프 대통령이 145% 관세로 시작한 대중국 압박의 전선을 해운과 코로나19 기원 등으로 확대하며 압박의 범위와 수위를 점점 올리는 상황에서 주요 국가와의 교섭 카드로 '대중국 압박 동참'을 꺼내 들 수 있다는 우려도 나온다.

    트럼프발 '관세 폭격'은 중국의 강경한 대응과 채권을 중심으로 한 금융시장 혼란, 자국 내 반(反)트럼프 시위 격화 등 전방위적으로 역풍을 맞고 있다. 트럼프 대통령이 역풍 차단 차원에서 조기에 가시적인 성과를 이끌어내야 하는 상황에 처한 만큼 돌발적인 개입이나 예기치 못한 이슈 돌출 등에 만반의 준비를 해야 할 상황이다. 

    앞서 지난주 열린 미일 관세 협상에서 트럼프 대통령이 직접 등판해 일본의 방위비 압박을 비롯한 무역적자 해소, 미국산 자동차 수입 확대 등을 요구한 바 있다. 이번 주 한미 협의도 미국 측 제안으로 '2+2' 회담으로 확대됐는데, 협상 판을 키우려는 트럼프 행정부의 의도에 휘말리지 말고 정교한 전략이 필요하다는 얘기다.

    전문가들은 '미국이 더 급하다'는 인식 아래 조바심을 거두고 우리 목표 달성을 위한 '신중론'이 필요하다고 입을 모으고 있다. 이번 협상의 경우 미국은 90일간 70여 개국과 개별 협상을 진행해야 하는 만큼 첫 협상은 미국의 최대 이익을 반영한 '본보기' 방식으로 전개될 가능성이 높아 더더욱 그렇다. 

    문종철 산업연구원 연구위원은 "우리나라가 조기 대선 상황이라 대통령이 새로 선출되면 협상을 재개하자는 입장을 명확히 하는 게 최선"이라고 조언했다. 다만 "미국이 이런 주장에 호응을 해줄지는 미지수"라며 "이 경우 우리나라가 미국에 상당 부분 협력을 하더라도 합의안을 국제적으로 공표하지 않는 방법을 논의할 필요가 있다"고 부연했다.

    일부에선 범부처 태스크포스(TF)를 만들어 무역이나 방위비 분담금 외의 예기치 못한 이슈까지 탄탄하게 준비해야 한다는 주문도 있다. 조선업계 관계자는 "정부는 관세 위주로 대비하는 것으로 보이는데 막상 미국이 또 다른 이슈를 꺼낼 수 있다는 불안감이 업계 전반에 퍼져 있다"며 "범부처 TF를 구성해 변수를 최대한 제거하고, 우리나라에 미치는 피해를 최소화해 줬으면 하는 바람"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