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맹국에 '안보 무임승차론' 집권 1기부터 줄곧 제기 나토에 '방위비 5%' 압박 … 日 방위비 2배 증액 약속트럼프, 韓 향해 현 방위분담금 10배 수준 인상 주장"방위비 증액, 즉각·가시적 성과로 밀어붙일 가능성""상황 유사하고 먼저 협상 나설 일본 면밀히 살펴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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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 ⓒ로이터/연합뉴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동맹국에 안보 무임승차론과 함께 통상 압박을 강화할 태세다. 미국이 한국과 내주부터 무역협상을 시작하는 가운데 관세뿐 아니라 방위비 분담금 등 안보 이슈까지 묶은 '패키지딜'을 요구할 공산이 높다는데 무게가 실린다. 정부는 이번 협상에서 방위비 분담금을 포함하는 '패키지딜'에는 선을 긋고 있지만, 트럼프 대통령의 '패키지딜' 전략이 본격화하고 있는 만큼 대비가 필요하다는 지적이다.트럼프 대통령은 집권 1기에서부터 안보 무임승차론에 불을 지피며 동맹국에 방위비 분담을 늘릴 것을 강하게 요구해왔다. 트럼프 대통령은 2기 행정부 출범과 동시에 북대서양조약기구(나토)에 방위비 증액 청구서를 던졌다. 나토의 국방비 지출을 현행 GDP 2%에서 5%로 올릴 것을 공식화한 것이다. 지난 3월에는 "방위비를 내지 않으면 방어해 주지 않을 것"이라고 직접적으로 경고했다.지난해 기준 미국을 포함한 나토 32개 회원국의 평균 국방비는 GDP의 2.71%로 트럼프 대통령이 요구한 5%에 훨씬 못 미친다. 트럼프 대통령이 관세 폭탄과 방위비 증액 요구까지 본격적으로 꺼내 들면서 안보 불안이 커지자 나토 회원국들도 증액에 나서고 있다. 스웨덴이 2030년까지 방위비를 GDP 대비 3.5% 수준까지 확대하고 덴마크가 올해와 내년 국방비를 1000억크로네를 추가 편성하겠다고 발표한 것이 대표적이다.일본은 트럼프 대통령의 방위비 인상 요구에 선제적으로 2027년까지 트럼프 1기와 견줘 2배로 늘리겠다고 화답했다. 니혼게이자이신문(닛케이)에 따르면 일본의 지난해 기준 방위비 예산은 GDP의 1.6%였는데 2배로 증액하면 GDP의 약 3%대까지 오를 것으로 추산된다.이에 따라 한국에도 최소 2배 이상의 방위비 분담금 인상을 밀어붙일 공산이 커졌다. 트럼프 대통령은 대선 후보 시절에도 한국을 현금 인출기를 뜻하는 '머니머신'이라고 부르며 방위비 분담금 인상을 강하게 주장해왔다. 한국이 방위비 분담금으로 100억달러를 내야 한다는 주장을 폈는데 현 방위비의 무려 10배 수준이다.당장 내주 한미 고위급협상에 돌입하기로 한 가운데, 앞서 트럼프 대통령이 관세 협상과 방위비 분담금 문제를 '패키지'로 다루겠다는 예고한 바 있어 안보 현안에 대한 대응 필요성이 제기된다.다만 이와 관련 최상목 경제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은 주한미군 방위비 분담 협상 문제를 검토하지 않고 있다는 입장을 밝혔다. 전날 국회 대정부질문에 출석한 최 부총리는 "현재 준비하고 있는 (관세 협상) 의제에 방위비는 포함되지 않는다"고 선을 그었다. -
- ▲ 경기 연천군 임진강 일대 석은소 훈련장에서 열린 한미 연합 제병협동 도하훈련을 마친 장병들이 연합부교를 건너고 있다.ⓒ뉴시스
전문가들은 트럼프 행정부가 관세와 방위비 분담 증액을 한꺼번에 테이블에 올리는 패키지딜에 나설 경우 한국은 경제적 압박과 안보적 불확실성에 놓이게 될 것이라고 우려한다.임을출 경남대 극동연구소 교수는 "트럼프 행정부는 무역 정책을 안보 이슈와 결합해 안보 비용을 분담하고 무역 적자를 축소하면서 미국 제조업을 부흥시키려 하는데, 중국과 같은 경쟁국에 압력을 가하고 동맹국에는 협력을 강요하는 전략"이라고 분석했다.이어 "방위비 분담금 증액은 트럼프가 즉각적이고 가시적인 성과로 내세울 수 있는 항목으로 정치적, 재정적 이익이 크기 때문에 가장 강하게 밀어붙일 가능성이 높다"며 "한국은 경제적 압박 속에서 안보 협력 비용을 늘려야 하는 딜레마에 처한 셈"이라고 지적했다.한국은 미국의 확장 억제에 의존하고 있는 등 미국이 한국에 대한 최대 영향력을 행사하는 것은 안보 측면인만큼 이번 협상에서 이를 최대한 활용할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 트럼프 대통령이 한덕수 대통령 권한대행 겸 국무총리와의 통화를 마치고 한국과의 협상을 '원스톱 쇼핑'이라고 표현한 것 역시 이같은 우려를 키운다.박원곤 동아시아연구원 북한연구센터 소장(이화여대 북한학과 교수)는 "트럼프 대통령이 방위비 분담금 문제는 꾸준하게 거론해왔고 '원스톱 쇼핑'을 이야기한 만큼 관세 협상과 분담금 문제를 합쳐서 요구해 올 가능성이 높다"며 "지난해 타결된 방위비분담금특별협정(SMA)의 재협상을 요구할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고 봤다.한국과 상황이 비슷하고 미국과의 협상에 먼저 돌입할 일본을 예의주시할 필요성도 제기된다. 미국은 90일의 상호관세 유예 기간에 한국, 일본, 영국, 호주, 인도 5개국을 최우선 협상 목표로 삼았다. 스콧 베선트 미 재무장관은 블룸버그TV 인터뷰에서 "지난주에는 베트남, 수요일(16일)에는 일본, 다움주에는 한국과의 협상이 있다"고 밝혔다.박원곤 교수는 "일본과 한국의 상황이 유사한만큼 90일의 상호관세 유예기간 중 미국과 먼저 우선협상을 벌일 일본의 상황을 면밀히 볼 필요가 있다"고 했다.이어 "미국이 해외 주둔국 중 SMA로 불리는 특별협정을 맺어 주둔군 비용을 받아내는 곳은 한국과 일본 뿐인데다, 한국과 일본은 북한 위협에 동시에 노출돼 있고 대미 무역 흑자를 보고 있는 국가"라며 "일본이 미국과 어떻게 협상하느냐가 우리에게는 굉장히 중요할 것"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