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해 삼성화재 철수 계기로 규제 손질 … 소비자 선택권 강화IFRS17 체계서 저축성 보험 한계 … CSM 확보 어려워중소형사 "대형사 중심 흐름 지속 … 틈새시장 공략 불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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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9년 만에 손질되는 '방카슈랑스 25%룰'을 앞두고 보험업계가 분주하다. 판매 비중 제한이 풀리며 대형 보험사는 점유율 확대를 노리고 있지만 중소형사는 은행 채널 내 입지 축소에 대한 우려를 내비치고 있다. 생보업계 입장에선 자본력과 계열사 유무에 따라 희비가 갈리는 반면 손보업계에 대한 영향은 제한적일 거란 평가가 나온다. 

    ◇생보 33%, 손보 75%까지 … 방카슈랑스 '25%룰' 완화

    금융위원회는 지난 16일 정례회의에서 KB국민은행 등 43개사의 '금융기관 보험대리점에서 보험상품 모집 시 적용되는 판매 비중 규제 개선'을 혁신금융서비스로 신규 지정했다.

    이에 따라 생명보험은 기존 25%에서 33%까지, 손해보험은 은행·단위조합 기준 50%, 증권사는 최대 75%까지 특정 보험사의 상품을 판매할 수 있게 된다. 단 금융지주 계열 보험사에 대해서는 몰아주기 방지를 위해 생보 25%, 손보 33%의 기존 비중이 유지된다. 풍수해보험 등 정책성 상품은 비중 산정에서 제외된다.

    '25% 룰'은 2005년 도입된 규제로 특정 보험사에 대한 판매 집중과 과도한 수수료 경쟁을 막기 위해 마련됐다. 그러나 방카슈랑스 시장에 참여하는 보험사 수가 줄면서 현장에서는 소비자가 원하는 상품이 있어도 판매 비중을 맞추기 위해 이를 제한하거나 대체 상품을 권유하는 사례가 반복돼 왔다.

    특히 지난해 4월 삼성화재가 수익성 문제를 이유로 방카슈랑스 시장에서 철수하면서 규제 개정 논의가 본격화됐다. 현재는 DB손보, 현대해상, KB손보, NH농협손보 등 4개 손보사만 이 시장에 남아 있어 1곳만 더 빠져도 기존 비율을 준수하는 것이 사실상 불가능한 상황이 된다.

    이에 은행권은 유통 채널 운영의 어려움을 이유로 25%룰 완화를 요청했으며 금융당국도 방카슈랑스 채널의 활성화와 소비자 선택권 강화 차원에서 제도 개선을 결정했다.

    한편 방카슈랑스 채널은 수익성은 낮지만 저출산·고령화로 종신보험 수요가 둔화한 가운데 저축성 보험을 중심으로 단기 유동성을 확보하는 창구로 활용되고 있다. 생명보험협회에 따르면 지난해 생보업계는 방카 채널을 통해 16조1165억원의 초회보험료를 거둬들였다. 이는 전체 초회보험료(23조1845억원)의 약 70%에 달한다.

    ◇대형사 중심 흐름 지속될 듯 … 중소형사, 실익은 '제한적'

    보험업계는 이번 규제 완화 조치의 실효성이 기대만큼 크지 않을 것으로 보고 있다. 

    브랜드 인지도와 수수료 책정 여력이 있는 대형 보험사들은 방카슈랑스 채널을 활용해 점유율을 확대할 수 있는 반면 중소형사들은 자본 여력과 경쟁력에서 밀리며 입지가 좁아질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중소형사 간에도 차이는 있다. 금융지주 계열 중소형사는 일정 수준의 계열사 판매 지원을 기대할 수 있지만 비계열 중소형사는 은행 채널 접근 자체가 쉽지 않아 경쟁 격화 속에서 더 큰 부담을 안게 될 수 있다. 규제 완화로 점유율 확보를 위한 보험사 간 경쟁이 심화되면 은행의 영향력이 커지면서 출혈 경쟁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이 같은 흐름이 지속될 경우 방카슈랑스 채널에서 중소형사의 경쟁력은 더욱 약화될 수 있다는 전망도 나온다.

    여기에 회계제도 변화와 금리 환경도 중소형사에는 부담 요인이다. 새 회계기준 IFRS17 체계에서는 보험 부채를 시가로 평가해 저축성 보험의 CSM(보험계약서비스마진) 확보가 어려운 구조다. 실제 생보업계의 방카 초회보험료는 IFRS17 도입 직전인 2022년 17조4878억원에서 2023년 11조8815억원으로 줄었다.

    금리 인하 기조가 이어지며 확정금리형 저축성 보험의 '역마진' 가능성도 커지고 있다. 보험사는 약속된 금리를 맞추기 위해 낮은 수익률의 자산을 운용해야 하는 구조이기 때문에 수익성 악화 우려가 지속되고 있다.

    한상용 한국금융연구원 연구위원은 '금융기관 보험대리점 제도 개선방안 및 시사점' 보고서를 통해 "은행이 같은 지주 계열 보험사 상품과 높은 수수료를 지급하는 대형 보험사 상품을 우선적으로 판매한다면 비은행 계열 중소형 보험사들의 입지가 더욱 좁아지게 된다"며 "금융당국은 혁신금융서비스 진행 현황을 면밀히 모니터링하고 보험업계와의 상시적이고 긴밀한 소통과 협력을 통해 부작용을 최소화할 필요가 있다"고 설명했다.

    업계 관계자는 "방카 규제 완화가 대형사 중심 흐름을 더 강화하는 계기로 작용할 가능성이 크다"며 "중소형사들은 비은행 계열을 중심으로 틈새시장을 공략하거나 특화 상품 전략을 강화하는 방향으로 전환할 수밖에 없을 것"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