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융위, 지난 2일 우리금융 자회사 편입 조건부 승인동양·ABL생명 총 직원 수 1700여 명 … 구조조정 불가피업계 "매각 위로금 협상 타결 어려워 … 장기화될 것"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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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우리금융지주가 동양생명·ABL생명 인수를 승인받았지만, 고용보장과 보상 문제를 둘러싼 노사 갈등의 불씨가 커지고 있다. 인수 승인 이후 노조와의 공식 협상이 시작되지 않으면서 반발 움직임이 이어지고 있다.

    ◇동양·ABL생명 매각 공동대책위 "우리금융, 아직 연락 없어"

    금융위원회는 지난 2일 정례회의에서 우리금융그룹의 동양생명·ABL생명 자회사 편입을 조건부 승인했다. 지난해 8월 중국 다자그룹과 1조5493억원 규모의 주식매매계약(SPA)을 체결한 지 8개월 만이다.

    우리금융은 그동안 인수 승인 전에는 고용보장·보상 논의가 어렵다는 입장을 유지해왔으나 승인 이후에도 노조와 공식 협상은 시작하지 않은 것으로 알려졌다.

    이에 동양생명·ABL생명 매각 공동대책위원회는 지난달 15일 정부서울청사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우리금융과 다자그룹에 고용보장과 보상 방안을 명확히 밝힐 것을 촉구했다.

    대책위는 기자회견에서 "지난 3월 동양·ABL생명 이사회 의장을 만나 다자그룹의 입장을 확인했으나, 우리금융 측에 요청한 고용보장·보상안에 대한 답변은 기한이 지나도록 받지 못했다"고 밝혔다.

    노조 관계자는 "아직 우리금융으로부터 어떤 공식 연락도 받지 못했다"며 "이번 주까지 상황을 지켜보고 다음 주부터 대응에 나설 계획"이라고 말했다.

    한편 우리금융은 지난 3월 '우리라이프', '우리금융라이프 등의 상표권을 출원하며 자회사 편입 이후 통합 준비에 나섰다.  우리금융 측은 오는 7월 초 주주총회를 열어 새 경영진을 선임하고 편입 절차를 마무리할 계획이다.

    ◇임직원 1700여명 … 구조조정 우려 커져

    보험업계에 따르면 동양생명과 ABL생명의 직원 수는 각각 937명, 752명으로 총 1689명이다. 삼성생명, 한화생명, 교보생명에 이어 생명보험업계 네 번째 규모다.

    하지만 자산 규모는 총 53조2427억원으로 NH농협생명과 비슷해 인력 대비 효율성 논란이 제기된다. 업계는 이 때문에 구조조정 가능성이 불가피하다고 본다. 합병 후 기준 자산 규모가 비슷한 농협생명의 작년 말 임직원 수는 1155명으로, 이를 기준으로 하면 동양·ABL생명은 약 700명가량 감원이 필요하다는 계산이 나온다.

    지난 2021년 신한라이프 출범 당시 오렌지라이프는 400명 이상에게 최대 3년치 기본급과 특별퇴직금을 지급하며 희망퇴직을 진행했다. 2020년 KB금융의 푸르덴셜생명 인수 뒤에도 KB라이프 출범과 함께 희망퇴직이 이뤄졌다.

    노조는 이러한 선례를 근거로 기본급 1200% 수준의 위로금을 요구하고 있다. 이는 2021년 라이나생명 매각 당시 시그나그룹이 지급한 수준을 참고한 것이다. 당시 시그나그룹은 기본급의 800%를 위로금으로, 추가로 근속 보너스 400%를 지급했다. 오렌지라이프도 인수 당시 처음 제시한 300%를 400%로 상향했다.

    업계 관계자는 "위로금 수준은 회사 사정에 따라 다르지만 1200%는 우리금융에도 상당한 부담"이라며 "협상 타결까지 상당한 시간이 걸릴 수 있다"고 말했다.

    보험업계에서는 성대규 전 신한라이프 대표가 동양생명의 새로운 수장에 선임될 가능성이 크다는 분석이 나온다. 현재 동양·ABL생명 인수단장을 맡고 있는 성 전 대표는 과거 신한생명과 오렌지라이프를 통합해 신한라이프를 출범시킨 경험이 있으며, 당시 임금·직급 체계 통합 협상을 1년 만에 마무리한 바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