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평등 명분으로 혁신 억누르는 획일적 기업 규제 걷어내야""국민 분열은 사회불안 초래, 통합으로 경제위기 극복해야""노란봉투법 등 반기업법 추진 땐 성장률·일자리에 악영향" 재원 마련 대책 없는 기본사회 공약 … "국가 부도 날 수도"
  • ▲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선 후보가 제21대 대통령 선거를 하루 앞둔 2일 오후 경기 성남시 야탑역 광장에서 열린 유세현장에서 시민들을 향해 인사하고 있다. (경기 성남=서성진 기자)
    ▲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선 후보가 제21대 대통령 선거를 하루 앞둔 2일 오후 경기 성남시 야탑역 광장에서 열린 유세현장에서 시민들을 향해 인사하고 있다. (경기 성남=서성진 기자)
    이재명 대통령 당선인은 가장 먼저 잠재 성장률 0%대 장기 불황의 늪에 빠진 대한민국을 이끌어야 한다. 미국 트럼프 행정부의 관세 정책 여파로 대미 수출은 물론 전체 수출이 급감하고 건설경기 부진으로 내수까지 위기다. 첫째도 경제, 둘째도 경제, 셋째도 경제라는 말이 결코 지나치지 않다. 그런데 이 당선인의 경제관을 보면 나라 경제에 대한 걱정을 하지 않을 수가 없다. 국제 무역 질서 개편 흐름에서 기업은 생존의 기로에 서 있는데 이 당선인은 노란봉투법·상법개정·주4.5일제 같은 반기업법을 추진할 것이 유력하다. 재원 마련 방안도 없는 기본사회 공약은 그 자체로 국가 재정을 위태롭게 한다. 뉴데일리는 국내 유력 경제전문가 4인을 통해 새 정부가 추진해야 할 경제 정책 방향에 대해 조언한다.

    ◆"수출과 소비, 투자 모두 위기…기업 옥죄는 규제 완화해야"

    한국은행은 지난달 29일 올해 경제성장률 전망치를 기존 1.5%에서 0.8%로 대폭 하향조정했다. 한은의 '2025년 5월 경제전망'과 '미국 관세정책의 품목별 수출 영향' 보고서에 따르면, 한국 경제는 내수 침체, 건설 투자 부진, 수출 감소라는 삼중고에 직면해 있다. 여기에 미국의 관세 정책 여파로 자동차, 철강 등 수출 주요 품목도 큰 타격이 불가피할 전망이다. 산업통상자원부가 발표한 '5월 수출입 동향'에 따르면, 올해 5월 수출은 572억7000만달러로 지난해보다 1.3% 감소했다. 대미 수출 역시 100억달러로 지난해보다 8.1% 급감했다. 특히 해외 투자은행(IB) 36곳 중 11곳은 올해 한국의 성장률을 한은의 전망치(0.8%)보다 낮은 0.3~0.7%로 내다봤다. 최근 30년간 우리나라의 성장률이 1% 미만이었던 때는 1998년(-5.1%·IMF), 2009년(0.8%·글로벌 금융위기), 2020년(-0.7%·코로나19) 등 세 번이었다.

    그렇다면 새 정부가 경제 위기를 극복하기 위해 가장 중점적으로 추진해야 할 경제 정책은 무엇일까.

    곽노성 동국대 국제통상학과 명예교수는 수출과 소비, 투자 모두 위기라며 "경제 성장에서 가장 중요한 요소는 '총요소생산성(TFP·Total Factor Productivity)'이며, TFP를 결정짓는 핵심 요인은 산업활동에 참여하는 인구의 증가와 1인당 생산성 향상"이라며 "1인당 생산성 증가를 위해서는 혁신적인 기술 도입 등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곽 교수는 "AI(인공지능)와 같은 첨단기술 분야에서의 선도적 혁신이 필요하지만, 이를 가로막는 각종 규제가 장애물로 작용하고 있다"며 "새 정부의 가장 근본적인 과제는 평등을 명분으로 혁신을 억누르는 획일적 규제와 정책을 걷어내는 일"이라고 말했다. 양준모 연세대 경제학과 교수도 "인공지능을 비롯한 신산업 정책을 강화해 산업구조를 고도화하고 우리 경제의 경쟁력을 강화해야 한다"고 했다. 

    이정희 중앙대 경제학부 교수는 "국민 통합으로 경제 위기를 극복해야 한다. 국민 분열은 사회 불안을 초래하고, 이는 소비 위축과 투자 감소로 이어진다. 미래에 대한 불확실성 때문에 사람들은 지갑을 닫고 경제 활동을 줄이게 되는 것"이라며 "따라서 새 대통령이 가장 먼저 해야 할 일은 국민 통합이고, 그 다음 민생 안정에 주안점을 두면서 서민과 중산층의 경제적 고통을 덜어주는 정책을 추진해야 한다"고 조언했다.

    강성진 고려대 경제학과 교수는 "단기적으로는 현재 어려움에 직면해 있는 청년층 및 소상공인 자영업자를 대상으로 한 사회안전망 확충이 중요하다"며 "청년층에게는 직업을 찾기 전까지 재교육 등으로 직장을 찾는데 도움이 되게 하고, 자영업자에게는 부채부담을 완화할 수 있는 이자율 경감 혹은 채무 상환기일 연기 등의 전통적 지원정책을 강화할 필요가 있다"고 지적했다.

    아울러 경제전문가들은 새 정부가 기업을 옥죄는 규제를 전면 개혁해야 한다고 입을 모았다.

    이 교수는 "기업들이 새 정부 출범과 함께 가장 기대하는 것은 규제 개혁"이라면서도 "그동안 규제 개혁은 말로는 활발히 진행된다고 하지만 실제 성과가 크지 않은 경우가 많았다. 이번에는 좀 더 강한 의지를 갖고 기업이 활동하기 좋은 환경을 실질적으로 만들어 주길 기대한다"고 했다. 

    양 교수는 "과도한 기업 규제를 개선하고 적절한 세액 공제를 통해 투자 환경을 전반적으로 개선해야 한다"며 "또 생산연령인구가 줄어들고 노동생산성이 감소하는 만큼 노사관계를 정상화해 우리 경제의 선순환을 만들어야 한다"고 했다. 

    강 교수는 "경기회복은 결국 기업의 투자확대가 전제되어야 가능하다. 그러나 기업에 대한 정부의 직접적 지원이나 국영기업을 통한 시장활성화는 한계가 있고 정부가 사용할 수 있는 재원도 한계가 있으므로 규제 완화가 가장 급한 정책대안"이라며 "규제 완화는 재정투입을 안 하고도 혁신 산업이 발달 할 수 있는 계기가 될 수 있다"고 했다. 

    곽 교수는 "기업정책은 소위 말해서 기존 산업의 경쟁력 유지다. 우리 주력 산업이 중국의 거센 추격을 받고 있어서다. 반도체의 선전에도 불구하고 석유화학, 자동차의 부진으로 수출이 감소했다"며 "정부는 제도적으로 산업을 뒷받침해야 한다. 예컨대 주 52시간제와 최저임금처럼 기존 제도를 경직되게 적용하기보다는 예외적 유연성을 허용하는 방안을 고민해야 한다"고 했다. 

    ◆"노란봉투법·상법개정·주4.5일제는 반기업법…추진에 신중해야"

    반면, 경제전문가들은 노동조합 파업에 면제부를 쥐어주는 노란봉투법(노동조합 및 노동관계조정법 2·3조 개정), 기업 지배구조를 개편하는 상법 개정, 주 4.5일제 등 이재명 정부가 추진할 것으로 예상되는 기업 정책에 대해선 "대표적인 반기업법"이라며 우려했다.

    양 교수는 "노란봉투법과 상법개정안, 주4.5일제 등은 대표적인 반기업법으로 우리 기업의 성장 동력을 낮추고 점진적으로 우리나라에서 기업 이탈을 불러올 수 있다"며 "이는 추락하는 우리 잠재 성장률을 더욱 하락시키고 일자리 감소까지 이어지는 악순환을 반복하게 만든다"고 지적했다.

    강 교수는 "그렇지 않아도 경제가 어려운 시기에 새로운 일자리 창출을 저해하고 투자를 위축시켜 경기 침체를 가속화 할 가능성이 크다"며 "어느 한 정책에 집착하지 말고 노동시장 관련 여러 정책을 종합적으로 고려해서 결정해야 할 것"이라고 했다.

    이 교수는 "기업 입장에서는 비용 부담이 커지는 것을 원하지 않는 것이 사실"이라며 "새 정부가 출범하면 공약을 무조건 그대로 이행하는 것이 아니라 기업 환경과 경제 상황을 종합적으로 살피면서 우선순위를 정하고, 그에 따라 정책을 신중하게 추진해야 할 것"이라고 했다. 

    곽 교수는 "진정한 리더라면 국가 발전이라는 더 큰 관점에서 접근해야 한다. 국민의 생존권과 기본권을 보장하면서도 혁신의지를 꺾지 않는 제도적 해법을 모색해야지 단순히 법으로 강제하는 방식은 오히려 기업들의 손발을 묶는 결과를 낳을 수 있다"며 "정부가 혁신하라며 제도적 변화를 주문하면서도 다른 한편으로는 불합리한 규제로 기업의 발목을 잡는다면 아무리 의지가 있어도 혁신은 불가능하다"고 했다.

    ◆"기본사회 공약 추진 시 재정악화…국가 부도 날 것" 

    이 당선인의 '기본사회' 공약에 대해 경제전문가들은 재원 마련 방안이 없는 상태에서 실현 가능성에 의문을 제기하며 국가 재정이 악화될 것이라고 경고했다.

    곽 교수는 "한국의 국가부채는 GDP 대비로만 보면 50%대라며 안심하는 분위기도 있지만 중요한 건 절대적인 수치가 아니라 증가 속도다. 지금 우리 재정은 굉장히 빠른 속도로 부채가 누적되고 있고, 이대로 가다가는 다음 세대에게 단순한 빚뿐 아니라 국가 부도의 리스크까지 넘겨주게 될 것"이라며 "선심성, 포퓰리즘 정책은 다음 세대를 희생시키는 길이다. 책임 있는 재정 운영이 필요하다"고 했다.

    양 교수는 "기본사회 공약이 추진될 경우 재정 악화 가속화가 예견된다"며 "급격한 재정 지출로 인한 국가 채무 증가는 이자율 상승과 민간투자 위축을 야기하므로 안정적인 재정 운영이 필요하다"고 했다. 

    이 교수는 "기본사회 공약은 방향은 맞지만 실제로 추진하기가 쉽지 앖다"며 "성장을 통해 재정 수입을 확충하고, 그 재원을 기반으로 복지나 제도 개선을 확대해 나가야 하는데 지금 상황에서 성장을 도모하는 것도 그렇게 간단한 일이 아니다"라고 했다.

    다만, 강 교수는 기본사회를 모든 국민의 최저생활을 보장할 수 있는 개념으로 해석할 필요가 있다고 봤다.

    그는 "국민 기초생활보장제도를 더욱 강화해 최저생계비 이하에 사는 사람이 없도록 맞춤형으로 정책을 펴야 한다"며 "자칫하면 기본사회가 모든 국민에게 같은 혜택들 주는 방향으로 이해된다면 오히려 부유층을 지원하는 정책이 될 수 있다"고 했다.

    ◆한미 외교 시험대 …"에너지·조선 등 협력하되 실익 취해야"

    새 정부는 출범하자마자 각 무역 대상국에 고율 관세를 부과한 미국과의 통상 협상에 나서 성과를 내야하는 외교 시험대에 올랐다. 트럼프 행정부는 지난 4월 2일 상호관세를 발표하면서 한국에 기본 관세 10%와 국가별 관세 15%를 더해 총 25%의 상호관세를 부과한다고 발표했다. 이후 미국은 기본 관세 10%만 유지하고, 국가별 관세는 오는 7월 8일까지 90일간 유예하며 개별 국가와 협상을 진행 중이다. 미국은 지난달 20~22일(현지시간) 워싱턴DC에서 열린 한미  2차 기술협의에서 우리나라에 30개월 미만 소고기 수입 제한, 쌀 수입 고관세, 수입차 배출가스 규제, 구글 정밀지도 반출 제한 등 다양한 비관세 장벽 문제 해결을 요구했다. 새 정부는 미국 요구사항을 최대한 적게 수용하면서도 실익은 최대한 챙겨야 한다. 

    양 교수는 "우리나라는 미국과 영국의 관세 협상을 기준점으로 삼을 필요가 있다. 기존의 FTA(자유무역협정) 체제를 중심으로 한미 간 협력할 수 있는 분야를 넓히는 것이 관건"이라며 "에너지 분야와 자원개발 분야의 공동협력, 첨단 산업 분야의 공동연구개발 추진, 차세대 원자력 발전 생태계 구축, 미국산 가스 도입 확대, 양국의 농수축산물 가격 안정을 위한 공동협력 등이 협상 카드로 쓰일만하다"고 했다.

    곽 교수는 "미국에 우리가 FTA를 통해 이미 시장을 개방했고 사실상 관세율이 0%인 만큼 무분별한 관세 인상은 바람직하지 않다는 입장을 명확히 할 필요가 있다"며 "이와 동시에 미국으로의 투자도 약속해야 할 것이다. 단 중요한 것은 국내 일자리 유출을 최소화하는 방식의 대미 투자 전략을 취해야  한다. 기업들이 알래스카 송유관 사업이나 조선 산업 등 프로젝트에 개별적으로 자금을 투입해 참여하는 방식을 생각해볼 수 있다"고 했다.

    강 교수는 "미국의 관세정책은 너무 많은 무역수지 적자에 기인한 것이어서 무역수지 개선방안을 제시할 것"이라며 "한국도 8위의 무역 흑자국이므로 이에 대한 대응을 해야 한다. 에너지, 조선업 등에 대한 상호 협력, 주한미군 방위비 분담금 증액 등 우리쪽 카드를 가지고 있어야 한다. 다만 환율을 인위적으로 조정하는 협상은 매우 위험하다. 1985년 플라자협정으로 일본이 아직도 그 충격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있음을 명심해야 한다"고 했다.

    이 교수는 "이번 한미 통상 협상은 우리 경제 전반에 큰 영향을 미칠 수 있는 중대한 사안이기 때문에 철저한 전략과 준비가 필요하다"며 "미국 측이 요구하고 있는 비관세 장벽 완화 같은 경우 만약 우리가 이를 전면 수용할 경우 국내 산업이나 소비자들에게 부담이 될 수 있고, 국민적 반발도 초래할 수 있다. 우리에게 실익이 되는 부분은 취하되, 민감한 분야는 설득과 조율을 통해 시간차를 두고 풀어나가는 방식이 바람직하다"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