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재부 예산 기능 분리 … 재정경제부·기획예산처 이원화기후에너지부 규제·진흥 대립 … 에너지 분야에 힘 실릴 듯해수부 부산 이전, 타부처 협업·부처 경쟁력 약화 등 우려
  • ▲ 정부세종청사 전경. ⓒ뉴데일리
    ▲ 정부세종청사 전경. ⓒ뉴데일리
    제21대 대통령 선거에서 중앙부처 분리와 이전, 신설을 공약으로 내건 이재명 대통령이 당선되면서 세종관가의 긴장감이 높아지고 있다. 정권마다 이뤄지는 대대적인 조직 개편에 공무원들은 반사 이익을 얻을 것이라는 기대감보다는 막연한 걱정과 피로감을 호소하는 경우가 더 많이 감지된다. 

    9일 정치권과 관계부처 등에 따르면 이 대통령은 대통령실에 예산을 담당하는 수석급 직책인 재정기획보좌관을 신설하는 등 기재부 개편 작업을 본격화하고 있다. 해양수산부의 부산 이전과 함께 환경부의 기후 부문, 산업통상자원부의 에너지 부문을 합친 기후에너지부 신설 논의도 발빠르게 진행 중이다.

    우선 기재부 개편안은 재정경제부와 기획예산처로 이원화하는 방향이 유력하다. 기재부는 경제 정책 수립에 중점을 두고, 예산 편성 기능은 국무총리실이나 대통령실 산하로 이관될 전망이다. 이 경우 국내 금융정책 총괄 기능이 재경부로 흡수되면서 금융위원회도 연쇄 개편이 불가피할 예정이다.

    여권에서 기재부 재편을 구상하는 명목상 이유는 기재부가 경제 기획에 더해 재정까지 컨트롤하고 있는 만큼 지나치게 권한이 집중됐기 때문이다. 실제로 세종관가 내에서도 기재부가 타 부처의 상급 기관 노릇을 한다며 비대해진 권력을 어느 정도 축소해야 한다는 데 공감대가 형성된 상태다.

    다만 기재부가 그동안 예산 편성 과정에서 더불어민주당이 심혈을 기울인 민생 지원금에 반대해 왔고, 최근엔 추가경정예산안(추경) 편성에서도 규모를 두고 대립각을 세운 만큼 이러한 논의에 '처벌적 요소'가 포함된 게 아니냐는 우려의 시각도 있다. 

    특히 예산권이 대통령실 아래 놓일 경우 예산 편성에서 정치적 입김이 더 크게 작용해 중립성이 훼손되거나 '포퓰리즘 정책'이 남발할 수 있다는 지적도 나온다. 김원식 건국대 경제학과 명예교수는 "기획예산처가 대통령실 아래에 놓인다면 중립성이 훼손될 수밖에 없을 것"이라고 우려했다.

    '기후에너지부' 신설 역시 관가의 주요 이슈다. 앞서 이 대통령은 "에너지 전환과 기후 대응을 한 축으로 통합해 컨트롤타워를 만들겠다"며 환경부의 기후 분야와 산업부의 에너지 분야를 통합한 중앙부처 신설을 시사한 바 있다. 

    그러나 규제와 진흥이 공존하는 신설 부처가 효율적인 정책을 펼칠지는 미지수로 남는다. 기후에너지부를 신설할 때 환경적 측면을 강조하더라도 정책 이행 과정에서 실질적으로 기후 분야가 에너지 분야에 밀릴 수 있기 때문이다. 

    전문가들은 전기·가스 등 에너지 요금은 소비자 물가와 직결되는 부분인데 단기적으로 가시화되지 않는 기후보다는 결국 당장 효과를 발휘할 수 있는 에너지 분야에 더 초점을 맞추게 되지 않겠냐고 우려한다. 서울 소재 경제학과 교수는 "에너지 분야는 알래스카 LNG 개발 등 통상과도 연결되는 거대한 업무 영역이라 단순히 기후위기를 극복하는 수단으로 여기기에는 현시점에서 무리가 있다"고 지적했다.

    민주당 내부에서도 의심의 눈초리는 존재한다. 민주당 관계자는 "기후 분야도 국제적 흐름에 따라 중요하지만, 에너지는 우리 삶에 당장 필요한 것인 만큼 기관장이 결국 에너지 분야에 더 관심이 많을 수 있다"면서 "두 기능을 합쳐 부처를 만든다면 기후 분야가 환경부 내에 있을 때보다 오히려 두각을 드러내지 못할 수 있다는 점을 염두에 두고 있다"고 말했다.
  • ▲ 이재명 대통령이 4일 오전 서울 여의도 국회 로텐더홀에서 열린 제21대 대통령 취임 선서 행사에서 취임사를 하고 있다. ⓒ정상윤 기자
    ▲ 이재명 대통령이 4일 오전 서울 여의도 국회 로텐더홀에서 열린 제21대 대통령 취임 선서 행사에서 취임사를 하고 있다. ⓒ정상윤 기자
    해수부는 이 대통령의 빠른 부산 이전 지시에 이를 전담하는 추진단을 꾸리는 등 본격적인 준비에 나섰다. 대통령 지시인만큼 울며 겨자먹기식으로 이전 준비에 나섰지만 2013년 부처 신설과 함께 세종 시대를 연 지 얼마 되지도 않았는데 또 다시 이삿짐을 꾸려야 해 난감하다는 반응이 주류를 이룬다.

    해수부 부산 이전에 따른 가족생활도 문제지만 업무 연속성, 타 부처와의 협업, 고급 인력 이탈에 따른 부처 경쟁력 약화도 우려 대상이다. 5급 행정고시 임용은 사실상 성적순으로 부처에 배치되는데 해수부 부산 이전이 현실화할 경우 '인기 부처'와는 거리가 멀어질 수 있다는 것이다. 

    아울러 예산에 민감한 부서에서는 기재부 공무원들과 대면 접촉이 많은데 청사가 부산으로 이전한다면 대응이 더욱 어려워질 것이란 의견도 개진된다. 해수부 관계자는 "해수부가 중앙부처인 만큼 다른 부처들과 합동 정책을 내기도 하고 협의를 많이 한다"며 "부산으로 이전할 경우 기재부뿐 아니라 국회 업무 대응에도 불편을 겪을 수 있다"고 했다.

    정권마다 시행되는 조직개편에는 명과 암이 존재하지만, 산토끼를 잡으려다 집토끼를 놓치는 오류를 범해선 안 된다는 지적이 나오는 이유다. 해수부 관계자는 "갓 임용된 후배 중에서는 전입·전출 제도를 고려하고 있거나 아예 공직 생활을 내려놓을 생각까지 한다는 얘기도 들린다"고 전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