韓 국가경쟁력 순위평가 20위→27위기업 효율성·인프라 경쟁력 큰 폭 하락주력산업 고전·신사업 투자 부진 '비상등'노동개혁·기업친화정책·신산업 육성 시급한데 이재명 정부와 여당, 상법 개정안과 노란봉투법 강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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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한국 국가경쟁력 하락(PG). ⓒ연합뉴스
한국의 국가경쟁력이 크게 뒷걸음질쳤다. 스위스 국제경영개발대학원(IMD)이 발표한 '2025년 세계 국가경쟁력 평가 결과'에서 한국은 69개국 중 27위를 기록했다. 지난해보다 무려 7계단 떨어진 순위다. 지난해 역대 최고 순위인 20위에 올랐던 한국은 올해 기업 효율성과 인프라 부문에서 순위가 급락하면서 집계 이래 가장 큰 낙폭을 기록했다.충격적인 것은 우리나라의 경쟁력이 사회주의 국가인 중국보다도 뒤쳐졌다는 것이다. 69개국 중 스위스가 전체 1위인 가운데, 싱가포르가 2위, 홍콩이 3위이며 대만이 6위였다. 중국은 16위로 우리나라보다 11계단이나 높았다. 관료주의 폐해가 심한 일본은 35위로 우리보다도 쳐지는데, 우리로서는 일본을 바라볼 처지가 아니다.기업의 급속한 쇠락에 경쟁력이 추락하는데 이재명 새 정부와 여당은 기업 경영의 발목을 잡는 상법 개정안과 노란봉투법을 몰아붙이고 있다. 하나같이 기업 경영에 치명적인 요인들이다. 국가 전체의 신수종 사업은 나오지 않고 있는 가운데, 곳곳에 돈 뿌리기와 양곡법 등 포퓰리즘 정책 일색이다.◇역대 최대폭 하락 기록IMD가 17일 발표한 '2025년 국가경쟁력 평가'에 따르면 한국은 올해 경제성과(16위→11위)와 정부 효율성(39위→31위)에서 순위가 상승했지만 기업 효율성(23위→44위)과 인프라(11위→21위) 분야에서 큰 폭으로 하락하며 종합 순위는 27위에 그쳤다.역대 가장 높았던 지난해 20위보다 7위 낮아진 것이다. 이번 낙폭은 한국이 1997년 IMD 국가경쟁력 평가 대상에 포함된 이후 가장 큰 폭의 하락이다. 아시아 국가 중에서는 대만이 6위, 중국이 16위를 기록하며 한국보다 높은 순위를 차지했다. 지난해 최상위였던 싱가포르는 올해 2위로 내려왔고, 홍콩이 3위에 올랐다.IMD는 매년 6월 세계경쟁력연감을 통해 각국 정부의 기업환경 조성 능력과 기업의 운영 효율성 역량을 종합적으로 평가한다. 경제성과, 정부 효율성, 기업 효율성, 인프라 등 4대 분야에서 20개 부문, 337개 세부 항목을 평가한다.특히 기업 경쟁력을 나타내는 '기업 효율성' 분야가 23위에서 44위로 21계단 급락하며 전체 순위를 끌어내렸다. 이 분야에서 △경영 관행(28위→55위) △태도·가치관(11위→33위) △노동시장(31위→53위) △생산성(33위→45위) △금융(29위→33위) 등 모든 부문이 동반 하락했다.27계단이나 하락한 경영 관행 부문의 경우 기업의 기회·위협 대응(17위→52위), 고객만족도 고려 정도(3위→40위), 기업의 민첩성(9위→46위) 등이 크게 밀렸다. 12위 떨어진 생산성 부문도 대기업 경쟁력(41위→57위)로 순위가 하락했다. 태도·가치관 분야에서는 세계화에 대한 인식(9위→35위), 외국문화에 개방적인 정도(22위→56위) 순위가 급락했다. 이는 한국 기업들에 글로벌 시장 환경 변화나 신사업 분야 등에 신속히 대응하지 못하고 있다는 것을 보여준다는 평가다.또한 인프라 분야도 11위에서 21위로 10계단 뒷걸음질쳤다. 이 분야 역시 △기본 인프라(14위→35위) △기술 인프라(16위→39위) △과학 인프라(1위→2위) △보건·환경(30위→32위) △교육(19위→27위) 등 전 부문에서 일제히 하락하며 기반 체계 전반의 경쟁력이 약화되고 있음을 반증했다.이 중 23계단 하락으로 가장 큰 낙폭을 보인 기술 인프라의 경우 디지털·기술 인력구인(28위→59위), 사이버보안(20위→40위) 등의 순위가 하락을 이끌었다. 21위 떨어진 기본 인프라에서는 도시관리(4위→28위), 유통인프라 효율성(3위→28위)가 하락세를 보였고 8계단 하락한 교육의 경우 초·중등교육(31위→49위), 대학교육(46위→58위)이 하위권에 머물렀다. 한국이 미래 산업 성장이 토대가 되어줄 인재 육성 체계가 여전히 취약해 국가경쟁력 저하로 이어지고 있음을 보여준 셈이다.반면 경제 성과(16위→11위)와 정부 효율성(39위→31위)은 순위가 상승하며 개선세를 보였다. 경제 성과 분야의 경우 상품수출 증가율(44위→10위), 민간 서비스 수출 증가율(62위→19위) 순위가 크게 오르며 국제무역(47위→34위) 부문이 크게 올랐다. 국제투자(35위→21위)와 물가 안정(43위→30위)은 크게 개선됐다. 반면 국내 경제(7위→8위)와 고용(4위→5위)은 소폭 하락했다.정부 효율성은 탈세의 국가경제 위협이나 연금 운영 등에 대한 설문 조사 점수가 오른 영향으로 재정(38위→21위) 순위가 올랐다. 조세정책(34위→30위), 제도여건(30위→24위) 등에서 순위가 상승한 반면 기업 여건(47위→50위), 사회 여건(29위→36위)에선 하락했다. -
- ▲ 부산항 부두에 컨테이너가 쌓여있는 모습. ⓒ연합뉴스
◇韓 경제 삼중고 속 신수종 산업 부재 우려감이와 관련 강유정 대통령실 대변인은 서면 브리핑을 통해 "이재명 정부는 기재부의 국가경쟁력정책협의회 운영을 활성화하는 등 국가 경쟁력 및 대외 신인도를 높일 수 있도록 범부처 차원에서 체계적으로 대응할 예정"이라고 밝혔다.올해 한국은 기업 효율성 분야에서 순위 하락폭이 컸다. 2023년 33위에서 지난해 23위로 10계단 껑충 뛰어 올랐지만 올해 무려 21계단이나 밀려 44위에 주저앉았다.이는 반도체, 자동차 등 주력 산업의 경쟁력이 예전만 못한 데다, 인공지능(AI) 등 미래 먹거리 산업에서도 뚜렷한 우위를 확보하지 못한 채 뒤처지고 있다는 것을 방증한다. 또 미국의 관세 폭탄 등 통상 압력이 한국 기업들에 불확실성으로 작용한 영향도 컸다는 평가다.실제 자동차와 반도체 등 한국의 주력 수출 분야가 중국의 빠른 추격과 미국의 통상 압박으로 글로벌 경쟁에서 고전하는 상황이 나타나고 있다. 이들 주력 산업을 대체할만한 새로운 성장산업의 부재도 우려를 더하고 있다.한국은행의 '2025년 5월 경제전망'과 '미국 관세정책의 품목별 수출 영향' 보고서에 따르면, 한국 경제는 내수 침체, 건설 투자 부진, 수출 감소라는 삼중고에 직면해 있다. 여기에 미국의 관세 정책 여파로 자동차, 철강 등 수출 주요 품목도 큰 타격이 불가피할 전망이다.국내외 시장조사업체 등에 따르면 반도체·자동차 등 8대 주력 산업의 세계 시장 점유율은 10년 전보다 모두 움츠러들었다. 반도체 D램 시장 점유율은 2015년 81.5%에서 올해 75.9%로 축소됐다. 같은 기간 자동차는 9.0%에서 7.4%로 떨어졌고 조선의 한국기업 수주 점유율은 30.0%에서 27.0%, 스마트폰은 23.8%에서 20.0%로 각각 감소했다.기업 효율성 분야에서 노동시장 부문도 지난해보다 22계단이나 하락했는데, 주 52시간제 등 경직된 근로시간 규제 등 고용 유연성을 떨어뜨리는 제도와 강성 노조 등의 영향이 복합적으로 작용한 결과로 풀이된다. 헤리티지재단의 '2025년 경제자유지수' 보고서에 따르면, 한국은 노동시장 항목에서 조사 대상 184개국 중 100위에 머물렀다. 노동시장 평가는 근로시간, 채용, 해고 등에 대한 규제 수준을 기준으로 매겨지며, 규제가 많을수록 점수가 낮아진다. 현대제철은 강성 노조와의 출구 없는 갈등으로 생산 차질 등 경영애로를 겪고 있는 대표적 사례로 언급된다. 철강산업의 공동화 우려가 커지는 배경 중 하나로 강성 노조 문제가 자리하고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앞으로의 상황도 녹록지 않다. 이재명 대통령이 노란봉투법(노동조합 및 노동관계조정법 2·3조 개정안)과 상법개정안 등 반기업법 재추진 의지를 강하게 피력한 바 있어서다. 노봉법은 노조 파업 남발과 무분별한 교섭요구 등에 따른 산업현장 혼란 우려로 재계가 강하게 반대해왔다. 상법개정안 역시 주주들의 소송 남발, 행동주의 펀드 공격, 기업 경영 위축 등으로 경영권 방어가 어려워질 것이란 우려가 높다.미래 성장 산업에 대한 투자도 미진하다. 스탠퍼드대 인간중심AI연구소의 'AI 인덱스 보고서 2025'에 따르면 지난해 AI에 대한 민간 부문 투자는 미국이 1099억8000만달러, 중국 92억90000만 달러로 집계됐다. 이는 각각 전년 투자 대비 63%. 28% 늘어난 수준이다. 반면 한국은13억3000만달러로 전년보다 4.3% 줄어들며 조사 대상 투자 규모 순위에서도 9번째에서 11번째로 10위권 밖으로 밀려났다.전문가들은 각종 규제와 관세 부담으로 기업들의 해외 생산 거점 이전이 가속화되고 있는 만큼 노동개혁과 기업 친화 정책을 시급히 추진해야 한다고 지적한다.김대종 세종대 경영학과 교수는 "한국의 법인세 최고세율 26%는 세계 평균인 21%보다 높아 기업 투자와 성장을 저해하는 요인으로 꼽힌다"며 "강력한 노조와 규제로 기업하기 힘든 환경인데다 우버 등 신산업을 법적으로 제한하는 점도 경쟁력 약화에 한몫한다"고 말했다.이어 "대학생 취업률이 45%에 불과한데다 많은 기업이 미국과 베트남 등으로 공장을 이전하면서 국내 일자리 감소도 심각한 문제로 대두되고 있다"며 "한국은 노동개혁과 기업 친화 정책을 통해 노동 생산성을 끌어올리고 신산업 육성과 일자리 창출에 집중해야 한다"고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