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용부 '주 4.5일 근무제' 도입 계획 업무보고중소기업 배제 가능성 … 노동시장 이중구조 심화기업 생산성 감소에 국내 탈출 … 국가 경쟁령 약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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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고용노동부 ⓒ연합뉴스
이재명 대통령의 핵심 노동 공약인 '주 4.5일제'가 단계적 도입이 추진되는 가운데, 재계와 정치권을 중심으로 제도 도입에 따른 노동시장의 이중구조 가속화와 기업 생산성 저해로 빚어지는 국가 경쟁력 악화 우려가 나온다.23일 정치권과 노동계 등에 따르면 고용노동부는 최근 국정기획위원회에서 주 4.5일 근무제 확산과 함께 근로시간제도 전면 개편에 착수하겠다는 내용의 업무 계획을 보고했다. 주 5일 근무제를 주 4.5일로 줄여 연평균 노동시간을 2024년 1859시간에서 2030년에는 1717시간까지 단축하겠다는 이 대통령의 공약 이행 차원이다.우선 고용부는 주 4.5일제 달성을 위해 다양한 방법을 검토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올해 하반기 '실근로시간 단축 지원법'을 만들고 4년간 총835억원을 배정해 근로시간을 줄인 기업에 세제 혜택을 제공하는 등 단계적으로 주 4.5일제 도입 기업을 늘린다는 구상이다.현행법상 노동자의 법정근로시간은 주 40시간이고 여기에 연장근로가 12시간까지 가능해 기업은 주 52시간까지 업무를 시킬 수 있다. 이를 4시간 단축해 주 48시간제로 개편하고 2030년까지 연간 노동시간을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평균 수준으로 낮추겠다는 것이다.다만 이 경우 생산성이 낮고 인력이 부족한 중소기업은 근로시간 단축을 제도화하는 게 어렵다는 지적이 나온다. 대기업과 공공기관 중심으로 주 4.5일제 도입이 추진된다면 노동시장 이중구조가 심화할 수 있다는 것이다.중소벤처기업연구원에 따르면 작년 300인 미만 기업의 주 52시간 초과 근로자 비중은 6.0%로 300인 이상(4.6%)보다 1.4% 포인트 높았다. 5인 미만은 8.4%, 5~29인 5.6%, 30~299인은 5.2% 등으로 종사자 규모가 작을수록 주 52시간을 넘겨서 일하는 근로자 비중이 많았다.상대적으로 인력 여유가 있는 대기업과 달리 중소기업은 근로시간을 줄일 수 있는 여력이 적었음을 보여준 통계도 있다. 고용부에 따르면 지난해 1000인 이상 대기업 10곳 중 1곳(9.0%)은 자발적으로 '근로시간 단축 제도'를 도입했으나 10~29인 중소기업은 2.6%만이 해당 제도를 도입했다.아울러 해당 정책을 일률적으로 추진한다면 기업 생산성을 떨어뜨리고 글로벌시장에서 경쟁력을 잃게 만들 것이란 우려도 나온다. 이상호 한국경제인협회 경제산업본부장은 "재계를 위축하는 법안들은 수출과 내수에 큰 축을 맡는 기업들의 활동을 저해하게 된다"며 "이는 전반적인 투자나 소비를 위축시키는 악순환으로 청년 일자리에도 심대한 영향을 끼칠 수 있다"고 설명했다.한국은행 보고서에 따르면 기업의 생산성 증가율은 2001~2010년 연평균 6.1%에서 2011~2020년 0.5%로 급감했다. 노동생산성도 OECD 회원국 37개국 중 33위로 최하위권에 머무르고 있다. 이런 흐름에서 다수의 전문가들은 우리나라가 경제 위기에 처한 상황에서 기업들에 대한 규제 완화를 통한 생산성 향상을 도모해야 한다고 외치고 있지만 현시점 고용 정책은 정반대로 달리고 있는 것이다.중장기적으로 보면 기업들이 추가 인력 확보에 부담을 느껴 고용, 하청을 줄이거나 해외로 나가게 된다면 그 피해는 일자리를 구하려는 청년과 조직화하지 못한 노동 약자에게 돌아갈 수 있다는 점도 우려사항이다.특히 한번 도입하면 부작용이 커도 되돌리기 어렵다. 프랑스 정부가 2000년 주 39시간의 법정근로시간을 주 35시간으로 단축한 뒤 경제적 어려움이 가중됐지만 되돌리지 못하는 것이 대표적이다. 김상봉 한성대 경제학과 교수는 "노동 개혁 등 주요 정책이 제 시기에 처리되지 않으면 향후 피해가 더 커질 수 있다"며 "개혁 정책이 순차적으로 이뤄져야 중·장기적인 정책도 바로 추진될 수 있다"고 제언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