勞 '저출생 해법' 주장했지만, 사회적 공감대 확보 사실상 실패 채용 축소·소비자 불편 우려 속 민주당도 "극단적 대결 곤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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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전국금융산업노동조합(금융노조)이 오는 26일 주 4.5일제 전면 도입을 핵심 요구로 총파업에 나선다. 그러나 임금 삭감 논의 없이 근로시간만 줄이겠다는 요구가 사회적 공감대를 얻기 어렵다는 지적이 나온다. 

    노조는 “저출생·돌봄 위기 해소”를 내세우지만, 전문가들은 남성 육아휴직 활성화, 유연근무제 확대, 보육 인프라 강화 같은 현실적 대안이 더 효과적일 수 있다고 본다. 정치권 내부에서도 금융노조의 강경 행보를 곱게 보지 않는 기류가 감지된다.

    ◇“시간만 줄이고 보수는 그대로?” … 채용 위축 우려

    금융감독원 금융통계정보시스템을 보면 2024년 시중·특수·지방은행 직원의 1인당 평균 연봉은 약 1억1200만원으로, 전 산업 평균(5338만원)의 두 배가 넘는다. 이런 상황에서 임금 삭감 없는 주 4.5일제는 시간당 인건비 상승으로 이어지고, 수당·퇴직급여 부담도 늘어날 수 있다.

    업계는 이 경우 신규 채용이 줄어들 가능성이 크다고 우려한다. 실제로 5대 은행의 신규 채용 규모는 2023년 대비 35% 감소했고, 점포도 1년 반 사이 177곳이 줄었다. 파업으로 영업 공백이 상수화된다면 청년 일자리와 지역 금융 접근성이 추가로 악화될 수 있다는 전망이 나온다. 

    노조는 장시간 노동이 육아·가사와 양립을 어렵게 만든다며 저출생 대응 차원에서 주 4.5일제를 주장한다. 그러나 한국경영자총협회(경총)는 최근 보고서에서 “육아휴직 확대, 유연근무제 활성화, 보육 인프라 확충이 저출생 대응에 더 직접적인 효과를 낼 수 있다”고 지적했다.

    이는 근로시간 총량을 획일적으로 줄이는 방식보다는 가족친화 제도를 촘촘히 설계하고 실제 사용률을 높이는 정책이 더 실효적이라는 반론이다. 

    ◇소비자 불편·산업 신뢰 하락 우려 … 민주당도 “극단적 대결은 곤란”

    금융노조는 ‘월~목 30분 연장·금요일 단축’을 대안으로 내세웠지만 고령층·소상공인처럼 대면 창구 의존도가 높은 고객들의 불편은 여전히 불가피하다는 평가가 나온다.

    코로나19 시기 은행권이 1년 반 가까이 단축 영업을 유지하다 여론의 역풍을 맞았던 사례도 있어, 이번 파업 카드가 소비자 불편과 신뢰 하락으로 이어질 가능성이 제기된다.

    노동계에 우호적인 더불어민주당조차 이번 금융노조 파업 강행에는 선을 긋는 모습이다.

    한정애 민주당 정책위의장은 지난 22일 성명에서 “금융산업 노사가 파업이라는 극단적 대결보다는 상호 양보와 타협을 통해 주 4.5일제 도입 논의를 이어가야 한다”며 “정부도 이를 국정과제로 추진 중이지만 사회적 공감대가 선행돼야 한다”고 밝혔다.

    박해철 민주당 대변인도 “금융 노사 간 자율적 합의와 사회적 공감대 위에서 주 4.5일제가 추진되길 희망한다”며 “파업은 답이 될 수 없다”고 강조했다. 정치권 내부에서도 금융노조의 요구가 설득력을 얻기 어렵다는 평가다.

    노조는 영국 채러티뱅크, 아톰은행의 주4일제 도입을 근거로 들지만, 이는 점포 없는 특수은행·인터넷은행의 제한적 시도에 불과하다. 국내처럼 대면 영업 비중이 높은 상업은행에 동일하게 적용하기엔 산업 구조와 고객 기반이 다르기 때문이다. 

    결국 금융노조의 주 4.5일제 요구는 ‘저출생 해법’이라는 대의를 내세우지만 임금 조정·채용 유지·소비자 보호 같은 핵심 과제에 대한 해법은 부족하다. 

    금융권 관계자는 "임금 삭감 없는 시간 단축은 인건비 부담을 키워 신규 채용 위축으로 이어질 가능성이 크다"면서 "지금 필요한 것은 파업이 아니라 임금·생산성·유연근무·고객 보호를 연동한 단계적 단축 로드맵"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