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대통령 '주 4.5일제 및 노란봉투법' 추진 예고노동정책 대 전환 … 노사 임단협 협상 난항 예상현대차·HD현대중 등 정부 정책 업고 협상력 키워관세폭탄·내수 부진에 노조리스크까지 '첩첩산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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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재명 대통령 당선으로 노동계 ‘하투(夏鬪)’가 격렬해질 전망이다. 올해 기업 노사 간 임금 및 단체협약(임단협)이 본격화한 가운데 이 대통령이 노동계가 염원하는 ‘노란봉투법’과 ‘주 4.5일제’ 등 추진에 강한 의지를 보이고 있어서다. 친노조 정책과 맞물린 노사 갈등 극대화로 가뜩이나 어려운 기업 환경이 더 큰 수렁에 빠질 수 있다는 우려가 제기되고 있다.

    5일 업계에 따르면 이재명 대통령은 윤석열 전 대통령의 재의요구권(거부권) 행사에 가로막혔던 상법 개정안과 ‘노란봉투법(노동조합법 2·3조 개정안)’ 재추진에 속도를 낼 전망이다. 노란봉투법과 함께 공약으로 내걸었던 ‘주 4.5일제’와 ‘포괄임금제 폐지’, 노동계의 강력한 요구사항이던 ‘정년 연장’도 속도감 있게 추진될 가능성에 무게가 실리고 있다.

    노란봉투법은 파업 시 사측의 손해배상 청구와 가압류를 제한해 노동자의 파업권을 강화하는 내용이다. 이 법안은 더불어민주당 주도로 국회 본회의를 통과했으나, 윤석열 정부에서 수차례 거부권이 행사되며 좌절된 바 있다. 이 대통령은 취임 후 이를 재추진하겠다는 입장을 늘 강조해왔다.

    사용자, 노동쟁의 범위 확대, 노조의 손해배상책임 제한 등을 주요 내용으로 하는 노란봉투법이 통과되는 경우 산업계 전반에 상당한 파장이 예상된다. 노란봉투법이 협력업체 생태계 훼손과 사용자 고유의 경영권 침해, 파업 만능주의 확산 등 부작용을 야기해 산업현장의 혼란을 초래할 수 있다는 우려가 제기된다.

    이 대통령이 “장시간 노동을 해소하겠다”며 공언한 주 4.5일제, 포괄임금제 폐지도 논란의 소지가 상당하다. 임금을 유지한 채 4.5일제를 도입하면 생산성 저하와 인건비 증가로 이어져 기업 경쟁력이 약화할 수 있고, 연장근로 시간과 관계없이 고정된 급여를 지급하는 포괄임금제를 폐지한다면 기업 경영 부담은 더욱 가중될 수밖에 없어서다.

    정년을 65세까지 단계적으로 늘리는 정년 연장도 노동계의 강력한 요구사항이었던 만큼 연내 추진될 가능성이 제기된다. 경영계는 직무급제 등 임금체계 개편 없이 정년만 늘리면 기업 인건비 부담이 급증하고 청년 고용에 악영향을 준다며 퇴직 후 재고용 등을 주장해왔지만 일률적 법정 정년 연장이 유력해졌다는 평가가 나온다.

    노동정책의 대대적인 전환 속에서 노사 간 임단협 협상도 험로가 예상된다. 노동계는 미국 관세 등 글로벌 불확실성이 극대화한 상황에서도 대선에 앞서 7~8%대 높은 임금인상과 정년 연장 등 강력한 요구안을 제시했다. 노동계가 이 대통령의 친노조 정책을 등에 업고 협상력을 강화하며 투쟁 수위를 높일 것으로 전망된다.

    현대차 노조는 지난달 28~29일 열린 임시 대의원대회에서 월 기본급 14만1300원 인상(호봉승급분 제외·금속노조 지침)과 전년도 순이익의 30% 성과급 지급을 내용으로 하는 임단협 요구안을 확정했다. 아울러 통상임금의 750%인 상여금을 900%로 인상하고, 직군·직무별 수당을 인상 또는 신설하는 안도 요구안에 포함됐다.

    현대차 노조는 정년을 현재 60세에서 국민연금 수령 개시 전년 연말(최장 64세)로 연장하고, 정년 연장을 이끌기 위한 포석으로 기존 35년까지이던 장기근속자 포상 기준에 40년 근속을 신설하는 안도 마련했다. 또 임금 삭감 없이 금요일 근무를 4시간 줄이는 주 4.5일제 도입을 제시하기도 했다.

    최근 들어 철수설이 불거진 한국GM 노조도 기본급을 14만1300원 인상하는 동시에 당기순이익의 15%를 성과급으로, 통상임금의 500%를 격려금으로 지급하는 요구안을 마련했다. 이러한 요구안이 현실화할 경우 1인당 6000만원이 넘는 성과급과 격려금이 지급돼야 한다.

    HD현대중공업과 한화오션 노조는 각각 기본급 14만1300원 인상안을 만들어 임단협 교섭에 나섰다. 지난해 수준의 성과급 및 격려금에 더불어 한화오션은 120만원의 하계 휴가비 지급을 요구안에 추가됐다. 이들 노조는 정년 만 65세 연장, 임금피크제 폐지 등도 함께 주장하고 있다.

    이 밖에 포스코와 대한항공 노조도 기본급 7.7% 인상을 포함한 요구안을 제시했다. SK하이닉스 노조도 임금 8.25% 인상, 연봉 상한선 상향, 초과이익분배금(PS) 배분율 상향 및 상한 폐지 등을 요구 중이다. 아울러 차량 유지비·유류비 등 통상임금 확대 등을 요구하고 있다.

    한층 강화된 노조의 요구에 사측은 난감한 표정을 짓고 있다. 전 세계적인 경기침체에 미국 고율 관세로 불확실성이 극대화한 상황에서 이러한 요구안을 제시하는 노조와 합의 불발 시 회사는 더 큰 위기에 빠질 수 있다는 위기감이 고조되고 있다.

    업계 관계자는 “지난해 대법원이 조건부 정기 상여금도 통상임금에 포함해야 한다는 판결로 기업 인건비 부담이 크게 늘어난 상황”이라며 “여기에 고율의 임금인상과 정년 연장 요구는 사측에 큰 부담일 수밖에 없다. 대내외 불확실성을 감안해 노사의 대승적 합의가 필요할 때”라고 토로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