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토부 산하 공공기관장 사의 표명 이어져 낙제점 받은 '친윤' 공기업 기관장 거취 주목정권 교체 때마다 흔들 … 정책 연속성 뒷전 비판
  • ▲ 세종시 어진동 정부세종청사 국토교통부. ⓒ뉴시스
    ▲ 세종시 어진동 정부세종청사 국토교통부. ⓒ뉴시스
    이재명 정부가 내각 인선을 본격화하자 국토교통부 산하 공공기관 수장들이 연이어 사의 표명을 했다. 표면적으론 경영 악화 책임을 진 '자진 사퇴'이나, 일각에선 정권 교체에 따른 전방위적 물갈이의 신호탄이 아니냐는 해석이 나온다. 특히 공공기관 경영평가에서 낮은 점수를 받은 기관일수록 사퇴 압력에서 자유롭지 못할 것이란 관측이 제기된다. 

    24일 관가와 건설업계 등에 따르면 수서고속철도 운영사인 에스알(SR)의 이종국 대표가 최근 자리에서 물러나겠다는 뜻을 밝힌 것으로 알려졌다. 이 대표는 공공기관 경영평과에서 하위 등급을 받은 데 따른 책임을 지고 사퇴 의사를 표명한 것으로 전해졌다. 에스알은 공공기관 경영평가에서 D등급(미흡)을 받은 바 있다. 

    또 유병태 주택도시보증공사(HUG) 사장은 지난 23일 국토부에 자진사퇴 의사를 전달했다. 2년 연속 경영평가에서 D등급을 받아 해임 건의 대상에 오른 상태였다. 정부는 기관장이 2년 연속 최하위 등급을 받고 재임기간 요건을 충족한 경우 해임을 건의한다. 

    HUG는 올해 경영평가에서 유일하게 해임 건의 대상이 된 기관이다. 전세사기 사태가 확산되면서 지난해 HUG가 대신 갚은 대위변제 금액만 4조4896억원에 이르렀다. 그 여파로 HUG는 2조5198억원의 순손실을 기록하며 3년 연속 적자 수렁에서 벗어나지 못했다. 유 사장은 이미 책임론이 불거진 상황에서 사실상 해임 수순을 앞두고 스스로 거취를 정리한 것으로 보인다. 

    국토부 산하 공공기관장들의 자진사퇴가 잇따르면서 경영평가 성적표가 좋지 않으면 거취 압박을 받는 분위기가 자리잡는 모양새다. 

    실제 정치권에서는 압박 수위를 한층 높이고 있다. 더불어민주당은 "전문성 없는 '윤석열 코드' 인사와 무능한 공공기관장들은 즉각 사퇴하라"며 "윤석열에 대한 충성심을 우선시하고 전문성 없는 '코드 인사'가 결국 공공기관의 무능과 난맥상을 초래한 것"이라고 비판하며 해당 기관장들의 즉각 사퇴를 요구했다. 

    아울러 이재명 정부는 전임 정부 출신 별정직 공무원들에 대한 면직 절차에 착수했다. 여당은 임기가 남은 공공기관 임원도 현 정부의 국정 철학과 중대한 불일치 사유가 있다면 해임할 수 있도록 한 조항을 담은 '공공기관의 운영에 대한 법률 개정안'을 발의하기도 했다. 

    기획재정부가 최근 '2024년도 공공기관 경영실적 평가 결과 및 후속조치안'을 심의·의결했는데 평가 대상은 32개 공기업과 55개 준정부 기관 중 D등급은 ▲주택도시보증공사 ▲그랜드코리아레저 ▲주식회사에스알 ▲제주국제자유도시개발센터 ▲대한석탄공사 ▲한국방송광고진흥공사 등 9곳이었다. E등급을 받은 기관은 ▲한국광해광업공단 ▲우체국금융개발원 ▲한국관광공사 ▲한국환경산업기술원 등 4곳이다. 

    이번 평가는 전 정부에서 이뤄졌지만, 결과가 이재명 정부 출범 이후에 발표되면서 대규모 인적 쇄신의 신호탄이 될 것이라는 전망이 나온다.

    올해 경영평가에서 낙제점에 해당하는 성적을 받은 기관장 중 5명이 윤석열 정부 인사다. 유병태 HUG 사장(D등급), 윤두현 그랜드코리아레저 대표(D등급), 김규환 대한석탄공사장(D등급), 민영삼 한국방송광고진흥공사장(D등급), 황영식 광해광업공단 사장(E등급) 등이다. 

    이밖에 함진규 한국도로공사 사장과 한문희 한국철도공사 사장은 아직 임기가 남아 있음에도 불구하고 정치권의 사퇴 압박이 이어질 것이란 관측이다. 함 사장은 국민의힘 의원 출신으로 정책위원회 의장 등을 역임해 경영평가 결과와는 별개로 정치적 부담에 따른 거취 변화 가능성이 점쳐진다. 

    한 사장은 올해 초 취임했지만 코레일은 출범 이후 단 한차례도 임기를 채운적 없다는 점에서 이번에도 역시 정권 교체기마다 반복되는 사퇴압박에서 자유롭지 못할 전망이다. 

    이학재 인천국제공항공사 사장도 20대 대선 당시 윤석열 캠프에서 정무특보를 맡아 이재명 후보의 대장동 의혹을 집중 공세했던 인물이다. 이런 배경 탓에 최우선 교체 대상으로 거론되고 있다. 다만 이 사장은 취임 이후 인천국제공항공사를 ‘세계 국제여객 3대 공항’ 반열에 올려놓는 등 경영능력을 입증했다는 점은 변수다. 

    이를 두고 정권 교체 때마다 기관장 교체를 시도하는 관행은 행정의 안정성과 정책 연속성을 훼손한다는 비판이 나온다. 매번 반복되는 정권 교체기 관례적 물갈이로 정책 연속성과 전문성은 뒷전으로 밀리고 있다는 지적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