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관직 유임된 송미령, 과거 입장 뒤집으며 논란 "정부 국정 철학 맞춰 전향적 재검토" 입장 선회과거엔 '포퓰리즘'이라더니 농정 일관성은 어디에쏟아지는 여야 질타 … 농민단체, 상경 투쟁 예고
  • ▲ 송미령 농림축산식품부 장관. ⓒ연합뉴스
    ▲ 송미령 농림축산식품부 장관. ⓒ연합뉴스
    이재명 대통령이 송미령 농림축산식품부 장관을 유임한 이후 국민의힘 뿐 아니라 여당과 진보진영, 농민단체에서도 반대 목소리가 좀처럼 수그러들지 않고 있다. 송 장관은 윤석열 정부 당시 양곡관리법 등 농업 4법을 '농망법(농업을 망치는 법)'이라고 강하게 비판하며 대통령에게 재의요구권(거부권) 행사를 건의한 장본인이다. 그럼에도 정권 교체 이후 기존 정책 기조와 무관하게 자리를 지켰다는 점에서 '기회주의적 행보'라는 비판이 나온다.  

    26일 관계부처에 따르면 농식품부는 양곡관리법 등 이재명 정부의 핵심 농정 과제로 꼽히는 법안들에 대해 사실상 전면 재검토에 들어갈 것으로 전망된다. 송 장관이 과거 이들 법안에 강하게 반대한 전력이 있는 만큼 향후 정책 조율에 있어 진통이 예상된다. 

    양곡관리법 등 농업 4법은 시장 원리에 역행하는 과잉 입법이라는 비판이 전문가들 사이에서 일관되게 제기된다. 장기적 농업 경쟁력 확보보다는 당장의 농민 여론에 기댄 포퓰리즘(대중영합주의) 정책이라는 비판도 나온다. 송 장관 역시 전 정부 시절 해당 법안들을 두고 "얕은 포퓰리즘에 불과하다"고 일갈한 바 있다. 

    양곡관리법의 경우 가격 하락 시 정부가 자동으로 쌀을 매입해주는 구조로 농가에 잘못된 신호를 보내 감산 대신 증산에 나서게 할 가능성이 커지기 때문이다. 양곡관리법은 문재인 정부에서도 재정 부담과 공급 과잉 우려 등을 이유로 반대했던 법안이다. 

    한국농촌경제연구원의 '양곡관리법 개정안 효과 분석' 보고서에 따르면 양곡관리법이 시행될 경우 정부가 2030년까지 초과 생산 쌀 매입에 투입해야 할 예산이 연평균 9666억원에 이를 것으로 추정된다. 쌀 의무 매입 비용도 2027년에는 1조1872억원, 2030년 1조4659억원 증가할 것이란 예상이다.  

    김한호 서울대 농업자원경제학과 교수는 "쌀값이 떨어질 때마다 정부가 전량을 떠안는 매입 정책은 지양해야 한다"며 "한정된 예산의 우선순위를 냉정하게 따져야 하고 농업을 정예화하는 데에도 바람직하지 않다"고 했다. 

    송 장관은 양곡법 대안으로 재배면적 감축을 조건으로 정부가 초과 생산량을 매입하는 방안을 제시한 것으로 전해졌다. 이와 비슷한 취지의 더불어민주당 윤준병·문대림 의원 안이 국회 농림축산식품해양수산위원회 법안소위에 상정돼 있다. 

    쌀 뿐만 아니라 다른 농작물 가격이 기준가격 이하로 떨어질 경우 차액을 보전해주는 농수산물 유통 및 가격안정법(농안법) 등도 마찬가지 문제를 안고 있다. 재정 부담 뿐 아니라 정부의 과도한 시장 개입이 시장 원리를 훼손하며 부작용을 초래할 수 있다는 우려가 크다. 

    과거에는 이 같은 이유로 해당 법안을 강하게 반대했던 송 장관이 자신의 기존 입장을 스스로 뒤집은 셈이 됐다. 전날 송 장관은 국회에서 "농망법 표현에 대해 의원님들이나 현장 농업인들 입장에서 상당히 마음 아프게 느끼셨을 것으로 생각한다"며 "(이재명 정부) 국정 철학에 맞춰 쟁점 법안과 정책을 전향적으로 재검토하겠다"며 입장 변화를 시사했다. 

    송 장관의 입장 번복을 두고 국민의힘은 물론 진보진영에서도 강한 비판이 쏟아졌다. 강명구 국민의힘 의원은 "소신까지 바꿔 가면서 농업의 미래를 망치려는 사람이 장관 자리에 있는 것은 바람직하지 않다"며 "송 장관의 기회주의적 처신에 대해서 강력하게 비판한다"고 자진 사퇴를 촉구했다. 

    송 장관의 유임 결정에 반발해 1인 시위를 시작한 전종덕 진보당 의원은 "농민들은 이 대통령에게는 실망, 송 장관 유임에는 절망하며 분노하고 있다"며 "일말의 양심이 있다면 농민들에 사과하고 자진 사퇴하라"고 질타했다. 여당에서도 불편한 기색이 감지된다. 이원택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과거 발언, 입장과 태도가 이재명 정부의 국정 방향·정책과 같지 않기 때문에 가시밭길이고, 과정 과정마다 논란이 될 수 있다"고 했다. 

    농민들의 반발도 큰 걸림돌이다. 전국농민회총연맹은 트랙터 상경 시위를 예고했다. 전농은 "진정성 없는 거짓 사과로 또다시 농민을 우롱한 것"이라며 "어떻게든 자리를 지키기 위한, 마음도 없는 사과로 농민을 우롱하지 말고 즉각 사퇴하라"고 반발 수위를 높이고 있다. 

    그럼에도 대통령실은 송 장관 지명 철회에 대해서는 현재로선 검토하지 않는 것으로 알려졌다. 대표적인 쟁점 법안인 양곡관리법의 경우 이 대통령의 핵심 공약이나 과거 문재인 정부에서도 무산됐던 난제다. 여당 인사를 농식품부 장관에 새로 임명할 경우 농민단체 압박에 법안 수정이나 대안 마련에 나서기가 쉽지 않아 부담이 크다는 점에서 결국 송 장관 유임이라는 선택으로 귀결됐다는 분석도 나온다. 이 대통령은 사회적 갈등과 충돌은 유임된 장관이 직접 나서서 조정할 것을 주문하기도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