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대면 다시 열리지만…높아진 대출 문턱에 실수요자 '한숨'하반기 대출총량 10조 감축 압박…은행권 '속도 조절' 본격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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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정부의 고강도 가계부채 규제가 시행되면서, 은행들이 대출 총량 관리를 이유로 주택담보대출(주담대) 문턱을 일제히 높이고 있다. 하반기 가계대출 증가폭을 10조원가량 억제하겠다는 정부 방침에 따라 은행들은 대출금리를 올려 사실상 '속도 조절'에 들어갔다. 이 여파로 무주택 실수요자들까지 대출을 시도하기 어려운 상황에 내몰리고 있다.

    7일 은행권에 따르면 시중은행들은 지난달 정부의 6·27 대책에 따른 새 규제 내용을 전산 시스템에 반영하기 위해 일시 중단했던 비대면 대출을 이번주부터 본격적으로 재개할 전망이다.

    우리은행은 이날 오전 9시부터 비대면 신용대출을 다시 시작했고, NH농협은행은 8일부터 재개할 계획이다. 신한은행과 하나은행은 비대면 신용·전세대출은 운영 중이다. 다만 이들 은행은 총량 규제 부담 등을 고려해 모두 비대면 주담대 재개에는 신중한 입장을 보이고 있다.

    KB국민은행은 지난 2일 은행권 중 가장 먼저 비대면 주담대 접수를 재개했다.

    문제는 은행들이 대출 창구를 다시 열고 있지만, 실질적인 문턱은 이전보다 더 높아졌다는 점이다. 겉으론 비대면 대출이 재개되고 있지만, 내부적으로는 총량 관리 압박에 따라 한도는 줄고 심사는 까다로워졌으며, 금리까지 올라 실수요자 입장에선 체감 난도가 훨씬 커졌다는 지적이 나온다.

    정부는 6·27 대책을 통해 올해 하반기 가계대출 증가폭을 10조원가량, 연간 기준으로는 20조원 가까이 억제하겠다는 목표를 세웠다. 이에 금융당국은 각 은행에 기존보다 대폭 낮춘 총량 목표치를 제시했고, 은행들도 금리 인상, 대출 한도 축소, 모집인 영업 중단 등의 방식으로 적극적인 속도 조절에 나선 상황이다.

    우리은행은 최근 5년마다 금리가 바뀌는 주담대 금리 0.06%포인트 올렸다. 하나은행은 갈아타기 금리, 신한은행은 변동형 주담대 금리를 인상했다. 

    기준금리 하락 국면에서 시장금리는 하락하고 있는 반면 주담대 금리에 추가로 붙는 가산금리를 높여 대출을 억제하고 있는 모습이다.

    정부의 가계대출 규제 기조는 더욱 강화될 것으로 전망된다. 금융위원회 등 관계기관은 지난 3일에도 '가계부채 점검회의'를 열고 가계부채 관리 강화 이행 상황을 점검했다. 

    통상 주택 거래와 대출 실행일까지 약 2~3개월의 시차가 발생해 이달에도 가계대출 증가세가 이어질 수 있기 때문이다. 관계기관은 매주 가계부채 점검 회의를 열고 창구 동향과 대출 추이 등을 면밀히 살피기로 했다.

    이재명 대통령은 지난 3일 최근 발표된 고강도 대출 규제가 ‘맛보기’에 불과하다고 밝히면서 시장에서는 추가 규제 여부에 관심이 주목된다. 

    금융권 관계자는 “하반기에도 가계대출 규제가 더 강화될 수도 있을 것으로 보인다”며 ”은행들이 기존 총량 목표치 보다 가계대출 잔액 10조원 이상 추가로 줄여야 하는 상황에 놓이면서 적극적으로 신규 대출을 받기 어려워졌다”고 말했다.

    이어 "주담대 금리를 내리게 되면 금리가 낮은 은행으로 수요가 쏠리게 되며, 풍선효과도 나타날 수 있다"며 "정부와 금융당국이 강조한 대출 총량 관리가 어려워지기 때문에 당분간 금리를 내리기 어려울 것으로 예상된다"고 덧붙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