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업연구원 '반도체 글로벌 지형 변화 전망' 보고서"2030년 반도체 시장 최대 3000조원 규모로 성장""韓 '기회의 창' … AI정책자금 과감히 투입해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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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이재용 삼성전자 회장이 삼성전자의 반도체부문 자회사인 충남 세메스(SEMES) 천안사업장을 찾아 반도체 및 디스플레이 제조장비 생산 공장을 살펴보고 있다. (사진=삼성전자 제공) 2020.06.30. ⓒ뉴시스
인공지능(AI)과 데이터센터 투자 확대로 5년 뒤 세계 반도체 시장이 최대 3000조원 규모로 폭발적으로 성장해 고전 중인 한국 파운드리 산업에 '기회의 창'이 열릴 수 있다는 국책 연구기관의 분석이 나왔다.다만 레거시 메모리‧파운드리 분야에서 후발주자인 중국의 추격에 맞서 반도체특별법 통과와 함께 정부의 과감한 AI 정책자금 투입을 고려해야 한다는 제언도 함께 제기됐다.10일 산업연구원(KIET)이 발간한 '반도체 글로벌 지형 변화 전망과 정책 시사점' 보고서에 따르면, 세계 반도체 시장은 향후 5년간 AI·데이터센터 산업 발전에 따라 급격한 성장을 할 것으로 분석됐다.보고서는 2026∼2030년 데이터센터 반도체 시장 규모가 최소 700조원에서 최대 3000조원대까지 폭발적으로 성장할 것이라는 맥킨지, 델오로, 가트너 등 기관의 전망치를 제시했다.그러면서 TSMC 5/4nm 매출액과 웨이퍼 단가 추정치로 계산해볼 때, 현재 빅테크‧팹리스 주요 고객사 물량 공급이 어려운 상황일 수 있다고 진단하며 "반도체 패권 경쟁 승리를 위해 향후 5년 동안 우리 민관의 역량을 적지 집중 투입해야 한다"고 강조했다.보고서는 특히 레거시 메모리‧파운드리 분야에서 중국의 추격이 과거 우리 디스플레이 산업 붕괴 당시와 마찬가지로 이미 한국 반도체 산업에 대한 전면적이며 실존적인 위협이라 평가했다.실제 2021년 세계 시장 점유율 2.7%에 불과했던 양쯔메모리(YMTC)의 2024년 점유율은 9%에 육박했고, 전년비 매출액 증가율은 160%를 기록했다. 이대로라면 미국의 마이크론과 웨스턴디지털의 4-5위 자리도 넘볼 수 있어 낸드(NAND) 글로벌 5강 과점 체제는 이미 무너졌다는 평가가 나온다.이준 선임연구위원은 "2022-2024년 기간 중국 집성전로기금 등 정부 지원에 힘입어 국적 파운드리 기업 SMIC의 매출 대비 시설투자액 비율은 98%를 기록했다"며 "과거 미국‧일본‧대만과 우리 경험을 바탕으로 중국 메모리‧파운드리 기업들의 추격 속도를 상정하는 것은 매우 위험한 일"이라 설명했다삼성과 SK하이닉스의 매출 대비 시설투자액 비율은 20-40% 수준이다. 이에 대해 이 선임연구위원은 "선제적 대규모 시설 투자와 이익회수 후 재투자라는 우리 성공방정식이 더 이상 작동하지 않을 시간이 올지도 모른다"고 우려했다.한국의 반도체 산업 지원 규모가 다른 경쟁국가에 비해 지나치게 저조하다는 지적도 나왔다.지난해 12월 공개된 반도체특별위원회 보고서에 따르면 첨단공정 반도체팹 구축에 20조원을 투자했을 때 투자액 대비 정부 지원 비율은 한국이 5.25%에 그쳤다. 반면 일본은 54%, 미국은 27.5%, 유럽연합(EU)은 30%에 달했다.경희권 연구위원은 "초과 수요로 인한 기회의 창은 길지 않다"며 "적기 공급 역량 확충을 위한 반도체특별법 합의안 도출과 통과, 그리고 토지‧전력‧용수 등 인프라 적시 공급 체계 확립이 매우 시급하다"고 강조했다.이 선임연구위원은 "국가기간전력망확충특별법을 적극 활용하고, 새정부의 AI 정책자금 역시 우리 인공지능 반도체와 양산 주력 기업에 조달 정책 형태로 투입하는 방안도 고려할 수 있다"고 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