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업 중대재해 공시제·대출심사 연계 … 실질적 금융제재 부과작업중지권, 2020년 삭제 … 자의적 해석에 불필요한 작업중지"노동자 안전 위한 판단 존중 … 기업 경영 현실성 고려해야"
  • ▲ 감전사고 발생한 광명 포스코이앤씨 고속도로 건설공사 현장 ⓒ연합뉴스
    ▲ 감전사고 발생한 광명 포스코이앤씨 고속도로 건설공사 현장 ⓒ연합뉴스
    앞으로 기업들은 중대재해가 발생하면 해당 사실과 함께 재발방지책, 안전 투자 비용 등을 공개해야 할 전망이다. 아울러 정부는 사업장에서 근로감독관이 산재 예방을 위해 작업중지 명령을 내리도록 하는 방안을 검토하고 있다.

    12일 고용노동부에 따르면 정부는 산업 재해를 줄이기 위해 기업의 중대 재해 공시 의무화를 추진하고, 공시제와 금융권 대출 심사를 연계해 경제적 제재를 부과하는 방안을 모색 중이다.

    우선 우리나라 산재 사망자는 2019년부터 작년까지 연간 800명대에서 줄지 않고 있다. 이를 두고 산업안전보건법 위반 처벌만으로는 중대재해를 감소시키는 데 한계점이 있다는 게 정부의 판단이다.

    그동안 기업 입장에선 중대재해가 발생하더라도 해당 사실을 법적으로 알릴 의무가 없었지만, 정부는 공시 의무화를 통해 기업이 자체적으로 주가를 고려해 산재 예방 체계를 강화하게끔 유도할 계획이다. 

    공시제와 금융권 대출 심사를 연계해 중대재해 발생 기업에 실질적인 금융 제재를 부과하는 방안도 구상 중이다. 공시제 방식은 기존 상장사의 공시 제도에 중대재해 공시를 더하는 방안과 별도 홈페이지를 만들어 공시제를 운영하는 방안이 거론된다. 

    아울러 기업이 산업재해 발생 현황에 더해 재발방지책, 안전 투자 비용 등을 매년 공개하도록 하는 방안도 검토 중이다. 건설업과 제조업 등 위험업종을 선정해 근로자 1000명 이상 사업장부터 우선 적용하고, 적용 사업장을 늘려가는 방안이 유력하다.

    또 정부는 산재 예방의 실질적 효과를 위해 근로감독관의 작업중지 권한을 복원·확대하는 방안을 검토한다. 현재 근로감독관은 사업장을 점검해 위험 요인을 파악하면 시정 조치를 명령하는 데 한계점이 있다.

    근로감독관의 즉시 작업중지 권한은 2019년까지 존재했으나, 감독관의 자의적 해석에 따라 불필요한 작업중지 명령이 과도하게 이뤄졌단 지적에 2020년 산안법 개정에서 해당 권한은 삭제됐다.

    정부는 공공기관의 재무성과관리 항목 비중을 낮추고 안전·재난관리 점수를 높이는 방안도 유력하게 검토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경영평가 성적이 저조하면 기관장 해임으로 이어질 수도 있는 만큼 기관별 실질적인 안전 방안이 마련될 것이란 기대감이 작용한 것으로 풀이된다.  

    다만 이같은 방안들에 대한 우려의 목소리도 존재한다. 중대 재해 공시 의무화에 따라 기업의 이미지가 심각하게 손상될 경우 기업 경영 침해로 이어질 수 있으며, 주주에게도 당장 손해를 끼칠 수 있다. 

    또 근로감독관의 작업중지 판단은 감독관의 주관에 의지하게 되고, 중소기업의 경우 작업 중지에 따른 막대한 손실을 버티기 어려울 수 있다. 업계 관계자는 "산업 현장에서 노동자의 안전을 위한 정부의 판단은 존중한다"면서도 "기업 경영의 현실성도 고려해야 한다"고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