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메리츠·하나·신한·키움증권, TF 신설·시스템 개발 박차당국, 내년부터 규제 체계 강화 … 연내 심사 통과에 만전대주주 사법 리스크 발목 … 금감원, 심사 중단 요청하기도
-
- ▲ ⓒ뉴데일리DB
올해 하반기 증권업계 최대 화두 중 하나로 발행어음 인가가 부상하고 있다. 최근 국내 증시를 둘러싼 대내외 불확실성 확대에 따른 거래대금 감소로 브로커리지 수익 하락이 예상되는 가운데, 발행어음 시장 진출 시 새로운 수익원을 확보할 수 있어서다.특히 금융당국이 내년부터 규제 체계를 강화하겠다고 예고하자 증권사들은 연내 인가 획득을 위한 총력전에 돌입했다. 다만, 시장에선 이들이 발행어음업에 진출하더라도 기존 사업자들과의 경쟁 심화 구조로 이어져 기대효과는 크지 않을 것이라는 전망도 나온다.19일 금융투자업계에 따르면 금융위원회에 발행어음 사업 인가 신청서 제출 후 심사를 기다리고 있는 곳은 삼성증권·메리츠증권·하나증권·신한투자증권·키움증권 등 5곳이다. 사실상 발행어음 사업을 영위하기 위한 기준인 자기자본 4조원 이상의 대형 증권사들은 모두 신청한 셈이다.발행어음은 초대형 투자은행(IB)에 지정된 증권사가 자체 신용으로 자기자본의 2배 한도, 1년 이내의 만기로 발행하는 단기 금융상품이다. 증권사들은 대출이나 회사채 발행 등보다 자금을 간편하게 조달할 수 있고 이자 수익 등 신규 수익원 확보도 가능하다. 또한 발행어음 자금의 50% 이상은 기업금융(IB)에 투자해야 해 포트폴리오 강화도 기대할 수 있다.현재 발행어음업을 영위하고 있는 곳은 미래에셋·한국투자·NH투자·KB증권 등 4사로 약 40조원을 운용 중이다. 현재 인가를 신청한 5사 모두 사업자로 선정된다고 가정하면 유동성은 약 60조원이 늘어나 시장 규모는 약 100조원으로 커질 전망이다.앞서 금융당국은 지난 4월 ‘기업금융 경쟁력 제고 방안’을 통해 발행어음·IMA(종합투자계좌) 규제 체계를 강화한다고 밝히면서 사업자 신청을 받았다. 제고안에 따르면 내년부터는 발행어음 인가를 받으려면 자기자본 요건을 연말 결산 기준 2년 연속 충족해야 한다. 이 밖에 사업 계획의 타당성, 대주주의 제재 이력, 내부통제 시스템 등의 요건을 신설하는 등 지정요건을 대폭 강화했다.또한 발행어음 조달액에 대해 모험자본 공급 의무도 추가했다. 그 비중은 내년 10%에서 2027년 20%, 2028년 25%로 단계적 상향한다. 부동산 운용 한도 비중은 내년 15%부터 시작해 2027년까지 10%로 줄인다는 계획이다.이에 증권사들은 연내 발행어음 인가를 획득하기 위해 총력을 기울이고 있다. 키움증권은 발행어음 준비 태스크포스(TF)를 종합금융팀으로 승격시켜 모험자본 투자를 담당하는 투자운용 부문 산하에 배치했다. 하나증권은 전사적으로 관련 TF를 꾸려 투자 요청부터 심사·집행까지 전 과정을 진행할 수 있는 ‘모험자본 디지털 플랫폼’을 개발 중이다.메리츠증권은 지난 2분기 실적 발표 컨퍼런스콜을 통해 사업 진출 의지를 다지기도 했다. 김종민 메리츠증권 대표는 “발행어음 인가 시 조달 측면에서는 리테일 고객 중심으로 안정적인 상품을 제공하며 조달 원천을 다변화하려는 전략을 가지고 있다”며 “운용 측면에서는 발행어음을 통해 조달된 자금을 자본시장 활성화라는 본연의 목적에 맞게 순수 기업금융과 모험자본 공급을 규제에서 요구하는 수준보다 대폭 확대하는 방향으로 갈 계획”이라고 말했다.시장에서는 금융당국이 이르면 10월, 늦어도 연내에는 심사 결과를 발표할 것으로 보고 있다. 다만, 인가를 신청한 증권사들마다 크고 작은 ‘사법 리스크’를 안고 있어 심사가 중단될 수 있다는 우려도 제기된다.실제 금융감독원은 지난달 열린 금융위 안건심사소위원회에서 일부 증권사에 대한 심사 중단을 요청한 것으로 알려졌다. 발행어음 인가는 금융위가 신청을 받아 금감원에 심사를 위탁하는 구조로 진행된다. 금감원은 이번 심사 과정에서 증권사들에 대한 제재 절차가 진행 중인 점과 사법리스크 등을 고려해 논의 중인 것으로 전해졌다.증권사별로 살펴보면 키움증권은 김익래 전 다우키움그룹 회장이 ‘김건희 집사 게이트’ 관련 수사를 받고 있으며 신한투자증권은 지난해 1300억원 규모의 ETF(상장지수펀드) LP(유동성공급자) 손실 사고가 발생한 바 있다. 메리츠증권은 지난 2023년 이화전기 신주인수권부사채(BW) 불공정거래 의혹이 제기됐고 하나증권은 함영주 하나금융그룹 회장의 은행장 시절 채용 비리 혐의로 대법원판결을 앞두고 있다. 삼성증권의 경우 이재용 삼성전자 회장이 삼성물산·제일모직 합병 관련 재판에서 대법원의 무죄 확정을 받으면서 대주주 적격성 문제가 해소됐다.그럼에도 업계에서는 다수의 증권사가 인가를 받을 것으로 내다봤다. 한 업계 관계자는 “정부의 모험자본 공급 확대는 초대형 IB가 많을수록 빠르게 활성화돼 최대한 많이 승인해주려는 분위기”라며 “인가를 신청한 증권사들의 사업성·자격 요건 측면에서도 결격 사유가 딱히 없다”고 밝혔다.일각에서는 발행어음 인가를 획득하더라도 수익성은 기대에 미치지 못할 수도 있다고 지적했다. 박혜진 대신증권 연구원은 “증권업은 모멘텀보다 구조적 개선을 봐야 한다”며 “발행어음은 추가 사업자가 늘어나 경쟁이 심화하는 구조”라고 말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