석화 기업 구조개편 방안 열흘 넘게 '깜깜 무소식'합작사 많고 각자 이해관계 달라 '치킨 게임' 양상석화 업계는 구조조정 노력 없이 "특별법 제정" 요구"정부가 책임있게 석화 업계 구조조정 적극 추진해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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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석유화학업종의 만성적 불황으로 경영난을 겪고 있는 전남 여수 여천NCC 2사업장. ⓒ여천NCC
정부가 석유화학산업 구조조정을 기업 자율에 맡긴 지 열흘 넘게 지났지만 별다른 진척이 없는 것으로 나타났다.석유화합 업계는 자율 협약에 따라 최대 370만톤(t)의 나프타분해시설(NCC)를 감축해야 하는데, 서로 이해관계가 다른 기업들이 눈치 싸움을 하며 '치킨 게임' 양상을 보이는 것이다. 6개월 뒤 시행되는 노란봉투법도 석화 업계에 부담을 가중시키는 요인으로 떠오르고 있다.반면 정부는 기업들의 자발적인 구조조정 노력이 선행돼야 지원에 나설 수 있다는 입장이다. 정부가 적극적인 개입에 나서지 않고 머뭇거리는 사이 자칫 구조조정의 골든 타임을 놓쳐 석화 업계 전체가 공멸할 수 있다는 우려가 커지고 있다.2일 정부와 업계에 따르면, 지난달 20일 NCC 270만~370만t 감축을 목표로 한 기업 자율적 구조조정 방안이 나온 뒤 구체적인 자구 노력이 나오지 않고 있다. 당시 산업통상자원부는 '선(先) 자구노력, 후(後) 지원' 원칙을 강조하며 각 기업들에 연말까지 자구책을 내놓으라고 요구했다.그러나 업계에선 "정부가 키를 쥐고 교통 정리를 해줘야 한다"는 목소리가 나오고 있다.이에 정부는 지난 28일 여수시에 이어 서산시도 산업위기 선제대응지역으로 지정하는 등 긴급 처방에 들어갔다. 해당 지역에는 2027년 8월까지 2년간 긴급경영안정 자금, 지방 투자 촉진 보조금 우대, 중소기업에 대한 정책금융 강화 등이 지원될 예정이다. 그러나 이는 미봉책일 뿐 근본적인 해결책이 될 수 없다는 게 업계의 중론이다.석화 업계는 대기업간 합작회사로 이루어진 경우가 많아 이해관계가 복잡하다. 정부가 감축 목표를 제시했지만 누구도 먼저 "내 공장부터 문 닫겠다"고 나서지 않고 있는 상황이다.이런 가운데 석화 업계는 신속한 구조조정을 위한 특별법이 필요하다고 주장했다.정대옥 HD현대케미칼 기획부문장은 1일 서울 영등포구 국회의원회관에서 열린 '석화산업 특별법 제정을 위한 국회 공청회'에서 "신속한 석화 산업 재편을 위한 특별법 제정으로 근본적인 (산업) 경쟁력 회복을 위한 기반이 마련돼야 한다. 사업 통폐합에서 발생하는 양도소득세와 법인세 등 세금 면제가 필요하다"고 주장했다.김용수 SK지오센트릭 경영기획실장은 "현행 절차와 요건이 엄격해 사업 재편 논의가 어렵다"며 "기업 지원 승인 절차와 요건을 합리적으로 완화할 필요가 있다"고 했다.특별법은 ▲산업용 전기료 지원 ▲고부가·친환경 제품 투자 시 세제 감면 ▲연구개발(R&D) 확대·금융 지원 ▲사업재편 승인 시 독점 규제 예외 인정 등 정부의 지원 방안이 담겼다. -
- ▲ 구윤철 경제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이 2일 오전 서울 종로구 정부서울청사에서 열린 대외경제장관회의에 참석해 발언하고 있다. 2025.09.02. ⓒ뉴시스
정부는 지원보다 기업들의 자구책이 먼저라는 입장이다. 구윤철 경제부총리겸 기획재정부 장관은 지난달 20일 구조정안을 발표하면서 "구체적인 계획을 업계 스스로 신속히 마련해달라"며 "기업과 대주주가 뼈를 깎는 자구노력을 토대로 구속력 있는 사업재편 및 경쟁력 강화 계획을 빠르게 제시해야 한다"고 촉구했다.그러면서 "업계가 제출한 계획에 진정성 있다고 판단되면 규제완화·금융·세제 등 종합대책을 적기에 내놓겠다"면서 "사업재편을 미루거나 무임승차하려는 기업은 지원 대상에서 배제하고 단호히 대처하겠다"고 강조했다.6개월 뒤 시행되는 노란봉투법도 석화 업계 위기를 키우는 리스크 요인으로 떠오르고 있다.SK(주)는 지난달 28일 1700억원 규모 사채를 발행하는 투자설명서를 공시했다. 이 설명서에서 SK는 손자회사인 SK지오센트릭의 석유화학 부문 사업 재편을 언급하며 "2025년 8월 24일 국회 본회의를 통과한 노동조합법 2조 및 3조 개정안(노란봉투법)이 영향을 미칠 가능성이 존재한다"며 "노동조합법 2조 및 3조 개정안은 회사의 사업 경영상 결정이 근로조건에 영향을 주는 경우 노동쟁의행위가 가능해지기 때문"이라고 공시했다.이어 "노동조합법 개정안이 석유화학 업계의 사업 재편에 부정적 영향을 미치는 경우에는 SK지오센트릭 및 석유화학 업체들의 영업 환경에 영향을 미칠 수 있으므로 투자자 여러분께서는 이를 유의하시기 바란다"고 밝혔다.SK 외에도 GS에너지 등도 "노란봉투법 시행이 기업 경영에 부정적 영향을 줄 수 있고, 이에 따라 투자자들이 투자에 주의해야 하는 이유가 된다"고 공시했다.전문가들은 정부가 지금이라도 키를 쥐고 석화 업계에 구조조정에 적극적으로 나서야 한다고 지적한다.최경환 전 경제부총리는 "지금 석화 업계의 문제는 오버캐파(공급과잉) 때문인데, 캐파를 줄이는 방법 말고는 해결책이 없다"면서 "기업간 자율에 맡길 경우 막다른 골목에 갈 때까지 먼저 구조조정을 하려고 하지 않을 것"이라고 지적했다.그러면서 "결국 이대로 놔두면 정부와 채권단이 나서서 강제력을 동원하기 전에는 구조조정이 어렵다"며 "정부가 지금이라도 책임있는 리더십을 가지고 석화 업계 구조조정을 적극적으로 추진해야 한다"고 말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