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소원 분리·공공기관 지정 맞물려…금감원 ‘총체적 난관’600여 명 직원 로비 집결… 노조, 총파업까지 언급이찬진 원장 직원 시위 외면 속 직원 반발 확산 내부 갈등과 외부 압박 동시 격화… 금융감독 업무 공백 우려 커져
  • ▲ 금융감독체계 개편 반대하는 금감원 노조 ⓒ연합
    ▲ 금융감독체계 개편 반대하는 금감원 노조 ⓒ연합
    금융감독원 내부 갈등이 임계점으로 치닫고 있다. 정부와 여당이 금융소비자보호처(금소처)를 분리해 금융소비자보호원(금소원)을 신설하고, 금감원과 금소원을 동시에 공공기관으로 지정하겠다고 발표하면서 직원들의 집단 반발이 폭발한 것이다. 

    금감원 노조는 조직개편 철회를 요구하며 시위를 시작했고, 총파업 카드까지 언급하며 투쟁 수위를 높이고 있다. 그러나 이찬진 금감원장은 침묵으로 일관하면서 업무 공백의 우려가 일고 있다.

    9일 금융당국에 따르면 기획재정부 소관인 공공기관운영위원회(공운위)에서 금감원·금융소비자보호원(금소원)의 공공기관 지정 여부를 논의한다. 공운위는 정부조직법 개정안 처리 이후 각 기관의 운영 방식, 재원 구조, 감독 효율성 등을 종합 검토한 뒤 판단을 내린다는 입장이다.

    공공기관운영에 관한 법률에 따라 공공기관은 공기업, 준정부기관, 기타공공기관으로 나뉜다. 자체 수입 비율이 50% 이하인 경우 공기업·준정부기관으로 분류된다. 금융회사 감독분담금으로 운영되는 금감원은 과거 2007년과 마찬가지로 '기타공공기관'으로 재지정될 가능성이 높다는 분석이다.

    이 경우 예산·인사·경영공시 전반이 정부 통제 아래 놓인다. 정원을 늘리거나 조직을 개편하려면 공운위 협의가 필수적이며, 인력·예산 감축 지침도 그대로 따라야 한다. 인건비 상한선, 성과급 지급, 연봉 인상률까지 기재부가 주도하는 경영평가 결과에 따라 제한되는 것.

    금감원 직원들은 예산·정원·조직 개편 등 핵심 권한이 정부 통제 아래로 들어가면서 금융시장 감독의 중립성이 흔들릴 수 있다고 지적한다. 금소원 분리 과정에서 금융소비자보호처 소속 약 500명이 '자의'가 아닌 '타의'로 인사 승계를 거쳐야하는 점도 반발하고 있다.

    이에 이날 오전 금감원 본원 로비는 600여 명의 직원들이 검은 옷을 맞춰 입고 모여든 장면으로 가득 찼다. 이들은 "금소원 분리 철회" "공공기관 지정 철회"가 적힌 피켓을 들고 구호를 외쳤다. 

    노조의 비판 수위도 거세지고 있다. 정보섭 노조 수석부위원장은 "이번 개편안은 감독 기능을 왜곡시키고 직원들의 생존권까지 위협한다"며 "금소원 분리와 공공기관 지정 철회를 위해 총력 투쟁에 나설 것"이라고 밝혔다. 

    현장에 들어선 이 원장은 직원들과 눈도 마주치지 않은 채 경호원들의 호위를 받아 전용 엘리베이터로 직행했다. 취재진이 입장을 물었으나 그는 끝내 한마디도 남기지 않으면서 논란을 증폭시켰다.

    이 원장은 노조와의 직접 대화에 나서지 않고 있으며, 내부 의견 수렴에도 소극적이라는 비판이 커지고 있다. 현장 직원들은 "외부 금융회사 CEO와는 적극적으로 만나는 원장이 정작 내부 목소리는 외면한다"며 불만을 쏟아냈다.

    금융권에서는 금감원 조직 내부 혼란이 당분간 수습되기 어렵다고 내다본다. 노조는 대의원대회를 거쳐 총파업 여부를 결정하겠다는 입장이다. 직원들 사이에서도 "이제는 행동으로 보여줘야 할 때"라는 여론이 확산되고 있다. 집단행동이 현실화되면 금융감독 업무 공백은 불가피하다.

    특히 사태가 장기화될 경우 금감원은 총체적 난관에 빠질 수 있다는 전망이 나온다. 정부의 개편안 추진 강도는 높아지는 반면, 내부 결속은 약화되고 있기 때문이다. 다만, 외부에서는 기득권 수호를 위한 '몽니'로 비칠 수 있다는 우려의 시각도 내비친다.

    금융권 관계자는 "이 원장이 금감원 내부의 불만을 어떻게 잠재울지가 관건"이라며 "현재와 같은 침묵 전략이 이어진다면 혼란은 더 커질 가능성이 높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