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해 1인당 GDP 3만7430달러 … 대만에 22년 만에 추월 당할 듯내년 성장률도 1%p 이상 격차 … 대만, GDP 4만달러 달성 눈앞韓경제, 선도경제로 나아가지 못하고 구조적 전환 주저하는 상황"佛 신용강등 반면교사, 구조개혁 경고음 정치권이 응답할 때""미래 기술과 기업 투자에 집중 … 과감한 지출 구조조정 등 단행해야"
  • ▲ 서울 명동거리 모습 ⓒ연합뉴스
    ▲ 서울 명동거리 모습 ⓒ연합뉴스
    올해 우리나라 1인당 GDP가 대만에 따라잡히는 것으로 예측되면서 무너진 경제 성장판에 대한 우려가 커지고 있다. 한국 경제는 혁신 선도경제로 나아가지 못한 채 여전히 기존 산업에 의존하며 구조적 전환을 주저하는 상황이다. 향후 오랜 기간 '저성장 고착' 가능성에 지금이라도 재정만 갉아먹는 포퓰리즘을 접고 구조개혁을 서둘러야 한다는 목소리가 커진다.

    15일 정부와 대만 통계청 등에 따르면 올해 한국의 1인당 GDP는 3만7430달러로 대만 GDP(3만8066달러)를 밑돌 것으로 예상된다. 

    한국의 1인당 GDP는 지난해 명목 GDP 1조8746억달러에 정부의 올해 경상 성장률 전망치(3.2%)를 대입해 올해 명목 GDP 전망치(1조9345억달러)를 구하고, 이를 통계청 인구 추계 데이터상 올해 인구(5169만명)로 나누는 방식으로 추정했다.

    이번 비교 방식은 우리 정부가 지난달 22일 제시한 올해 명목 GDP 성장률 전망치와 대만 통계청이 이달 10일 제시한 올해 1인당 GDP 전망치를 토대로 단순 비교한 것이다. 이런 전망이 현실화될 경우 한국은 지난 2003년 1만5211달러로 대만(1만4041달러)을 제친 후 22년 만에 역전당하게 된다. 

    양국의 1인당 GDP는 지난 2018년 1만달러 가까이 벌어지기도 했으나, 이후 급속히 격차가 줄었다. 작년에는 한국 3만5129달러, 대만 3만3437달러로 격차가 700달러 이내로 붙었다. 특히 역전 시기가 당초보다 한 해 앞당겨지면서 경제 발판 정상화 목소리가 커진다.

    대만이 올해 추월을 앞둔 배경에는 반도체 수출을 중심으로 한 고속 성장이 꼽힌다. 올해 2분기 대만의 실질 GDP는 작년 동기 대비 8.01% 늘어 지난 2021년 2분기(8.28%) 이후 가장 높은 수준을 기록했다. 이를 반영해 대만 통계청은 지난달 15일 올해 실질 GDP 성장률 전망치를 기존 3.10%에서 4.45%로 대폭 상향 조정했다. 

    세계 최대 파운드리 기업 TSMC가 경제를 이끌고 이와 맞물려 반도체 부품·장비·설계 등에서 여러 혁신 기업이 쏟아져 인공지능(AI) 반도체 생태계에 두각을 나타내고 있다. 반도체를 중심으로 한 제조업 혁신이 대만의 경제 성장의 원동력인 것이다. 

    반면 한국은 올해 2분기 실질 GDP가 전 분기 대비 0.7% 증가하는 데 그쳤다. 작년 동기 대비로는 0.6%로 대만과 차이가 더욱 두드러졌다. 특히 한국은 하반기 들어 민간 소비를 중심으로 내수 경기가 모처럼 회복 조짐을 보이고 있지만, 미국 트럼프 행정부 관세 인상에 따른 수출 둔화 우려 등 대외 불확실성이 확대된 상황이다.

    아울러 정부는 내년의 실질 GDP 성장률이 1.8%로 올라설 것으로 전망했지만, 이마저도 대만의 전망치(2.81%)에는 미치지 못한다. 이에 따라 상징적인 1인당 GDP 4만달러도 대만이 한국보다 먼저 달성할 가능성이 커졌다. 대만 통계청은 당장 내년에 자국 1인당 GDP가 4만1019달러에 달해 사상 처음 4만달러 선을 돌파할 것으로 전망했다.

    전문가들은 이재명 정부의 민생회복 소비쿠폰 등 2차 추가경정예산(추경) 집행에 따라 일시적으로 GDP가 올라갈 수 있지만, 건전한 성장을 안정적으로 도모하기 위해서는 현 정부의 과도한 포퓰리즘성 복지 정책을 줄이고 국가 전반에 걸친 구조개혁을 펼쳐야 한다고 강조한다. 

    재정 지출 확대와 복지 포퓰리즘이 '경제 선순환'을 이룰거라는 기대와는 달리 오히려 경제 활력을 저해하는 요인으로 작용하고 있기 때문이다. 단기적인 포률리즘은 생산성과 구조개혁을 유도하기보다는 소비를 자극하는 데 그치며, 장기적으로 재정 건전성을 위협하고 민간의 자율적 성장 동력을 약화시킬 수 있다.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국가 중 국가부채 증가 속도가 가장 빠른 한국으로서는 재정 중독 함정에 빠진 프랑스를 반면교사 삼아야 한다는 지적이다. 최근 프랑스에서는 대규모 재정적자 우려 속 국채금리가 급등했고, 세계 3대 신용평가기관 중 한 곳인 피치는 프랑스 국가신용등급을 'AA-'에서 'A+'로 한 단계 하향 조정했다.

    홍우형 동국대 경제학과 교수는 "정부가 구상하는 27조원 규모의 지출 구조조정이 현실화할지도 모르는 상황에서 과도한 확장 재정을 추진하고 있다"며 "선심성 포퓰리즘 정책보다는 미래 기술과 기업 투자에 집중하고, 과감한 지출 구조조정을 해야 한다"고 제언했다.

    각 지방자치단체와 교육청에서 내년 6월 초 지방선거를 앞두고 남발하는 포퓰리즘 정책도 국가 재정 악화에 일조한다는 지적도 제기된다. 대표적으로 전북 부안군은 정부의 '민생회복 소비쿠폰'과 별도로 '민생안정지원금'을 1인당 30만원씩 주기로 했고, 광주교육청은 내년부터 서점 등에서 쓸 수 있는 바우처를 전체 중고교생에게 1인당 67만~97만원 수준으로 나눠주기로 했다. 

    특히 우리나라는 현재 저출산에 따라 학령인구가 감소하고 있는데도 매년 '내국세의 20.79%'를 자동으로 교부금으로 배정하는 시스템으로 인해 거대 예산이 교육청으로 교부되고 있다는 점이 문제다. 정부가 최근 국회에 제출한 '2025~2029년 국가 재정 운용 계획'에 따르면 교부금은 내년 71조7000억원, 2027년 77조1000억원, 2028년 81조4000억원, 2029년 85조8000억원으로 꾸준히 오르게 된다.

    산업 전반에 걸친 구조개혁에 대한 목소리도 커진다. 한국 경제가 저성장 늪에 빠진 이유가 선도경제로의 전환에 실패하고 여전히 추격경제의 틀에 머물러 있기 때문이다. 과거에는 선진국의 기술과 산업을 모방하며 빠르게 성장할 수 있었지만, 이제는 혁신을 주도하고 새로운 시장을 창출하는 능력이 요구되는 시대다. 

    그러나 우리나라는 여전히 기존 제조업 중심의 산업 구조에 의존하며, 창의성과 자율성을 기반으로 한 선도형 경제로 나아가지 못하고 있다는 지적이 많다. 추격경제의 한계를 넘지 못한 채 재정에 의존하는 방식은 경제의 체질을 더욱 경직시키고, 저성장을 구조화하는 악순환을 초래할 뿐이라는 것이다. 

    김상봉 한성대 경제학과 교수는 "우리 산업에서 구조조정 등 다양한 구조 개혁이 필요하다는 경고음이 지속적으로 나왔는데도 정치권에서부터 회피하면서 우리 경제가 피해를 보고 있다"며 "지금이라도 분야별 개혁을 순차적으로 이뤄내도록 모든 역량을 쏟아부어야 한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