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흰쌀밥은 흔히 혈당을 빠르게 높이고 살을 찌우는 주범으로 지목된다. 하지만 흰쌀밥의 '저항성 전분(resistant starch)'을 잘 관리하면 칼로리와 혈당 문제까지 동시에 해결할 수 있다는 흥미로운 연구 결과들이 등장해 주목받고 있다. 

    17일 업계에 따르면 전분은 기본적으로 포도당이 모여 있는 덩어리다. 갓 지은 따끈한 흰밥을 먹으면 소화 효소가 이를 분해해 혈당을 빠르게 올리고, 남은 에너지는 그대로 칼로리가 된다.

    그러나 '저항성 전분'은 이름처럼 소화 효소의 작용을 '저항'한다. 분해되지 않은 채 대장까지 내려가 장내 유익균을 먹여 살리고, 단쇄지방산을 만들어내 장 건강과 면역 기능을 돕는다. 식이섬유와 비슷한 역할을 하면서 비만 예방에도 효과가 있다는 점이 주목받는 이유다.

    이 '저항성 전분'은 따뜻한 밥보다 차갑게 식힌 밥에서 크게 늘어난다. 밥을 지을 때 열에 의해 '저항성 전분'이 상당 부분 파괴되지만, 식히는 과정에서 다시 활성화되는 것이다. 실제로 밥을 상온에서 식히면 저항성 전분이 약 2배, 냉장 보관하면 약 3배까지 증가한다. 감자 역시 마찬가지로, 뜨겁게 익혔을 때보다 식혀 먹었을 때 저항성 전분 함량이 높아진다.

    2015년 미국 화학학회지에 실린 스리랑카 화학대 연구진의 실험도 이를 뒷받침한다. 연구진은 찬밥 속 저항성 전분이 다이어트에 도움이 된다는 사실을 확인했다. 일반 전분의 열량은 1g당 4㎉이지만, 저항성 전분은 1g당 2㎉에 불과하다. 여기에 흡수가 더뎌 포만감도 오래 지속된다는 것이다.

    무엇보다 중요한 점은 혈당 관리 효과다. 저항성 전분은 혈당을 서서히 올려, 당뇨 환자에게는 따끈한 밥보다 오히려 찬밥이 더 낫다.
  • 흰쌀밥의 '저항성 전분'을 관리할 때 신경써야 할 부분도 있다.

    먼저 밥을 지을 때 쌀 한 컵당 식용유 1~2티스푼을 넣으면 저항성 전분 생성을 촉진할 수 있다. 이후 완성된 밥은 반드시 냉장 보관해야 한다. '찬밥'이라 해서 실온 보관이나 냉동 보관을 떠올리기 쉽지만, 저항성 전분은 1~4도 사이에서 가장 잘 활성화된다. 실온은 식중독 위험이 크고, 냉동은 효과가 떨어지기 때문이다. 

    또한 밥 보관 용기를 고를 때 친환경 천연 소재를 사용했는지, 중금속과 환경호르몬으로부터 안전한 유약을 사용했는지 등을 꼼꼼히 고려하는 것도 안전과 위생에 있어 중요하다. 냉장고에서 꺼낸 밥은 차갑게 그냥 먹기보다, 전자레인지에 약 1분간 데워 따뜻하게 즐기는 것이 바람직하다. 

    이처럼 혈당 관리와 다이어트를 위해 흰쌀밥을 무조건 기피해야 한다는 고정관념은 이제 조금 다르게 볼 필요가 있다. 밥을 차갑게 식히는 단순한 습관만으로도 혈당과 칼로리를 동시에 관리할 수 있기 때문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