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는 12일 방문 … 이달 초 이어 연속 점검 눈길수율·패키징·납기 상황 확인 … 후공정 직접 챙겨AI 팩토리·파운드리까지 맞물린 '공급망 동맹' 시험대
  • ▲ 삼성전자 천안사업장 전경ⓒ삼성전자
    ▲ 삼성전자 천안사업장 전경ⓒ삼성전자
    엔비디아가 삼성전자 천안 패키징 공장을 짧은 간격으로 연속 방문하면서 차세대 HBM4(고대역폭메모리) 공급망 점검이 ‘최종 단계’로 들어갔다는 해석이 확산하고 있다. 업계에서는 이번 행보가 단순한 파트너십 점검을 넘어 엔비디아의 차세대 AI(인공지능) 가속기 '베라루빈'용 HBM4 양산·패키징 라인의 실제 대응력을 현장에서 확인하려는 절차일 가능성에 주목한다.

    중요한 건 “성능 수치”가 아니라 “공급 가능한 성능”이다. 삼성전자가 HBM4 양산 출하와 최고 13Gbps(초당 13기가비트) 구현을 전면에 내세운 상황에서, 엔비디아가 현장에서 확인하려는 포인트는 수율과 패키징 정합성, 납기 대응력으로 좁혀진다는 게 업계의 시각이다.

    9일 반도체업계에 따르면 엔비디아는 오는 12일 ‘감사’ 목적의 일정으로 삼성전자 천안캠퍼스를 방문할 예정이다. 엔비디아는 3월 첫째주에도 같은 사업장을 찾았다. 단기간 내 동일 거점 재방문 자체가 흔치 않다는 점에서 업계는 통상적인 협력사 미팅보다 한 단계 높은 현장 점검 성격으로 해석하는 분위기다.

    천안캠퍼스는 삼성 반도체 패키징·후공정 역량이 집중된 거점이다. HBM은 D램을 8~16개 적층한 뒤 베이스 다이와 결합하고 고난도 패키징을 거쳐 완제품으로 완성된다. 같은 설계·같은 공정이라도 패키징 정밀도와 열·전력 관리, 수율이 흔들리면 대량 공급 단계에서 성능과 납기가 동시에 흔들릴 수 있다. 업계가 “HBM은 웨이퍼보다 패키징에서 갈린다”는 쪽으로 무게를 두는 이유다.

    시장 관심은 베라루빈용 HBM4 공급망으로 향한다. 업계에서는 베라루빈용 HBM4 납품사가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로 좁혀졌고, 미국 마이크론은 베라루빈이 아닌 중급 제품군 중심으로 공급하는 것으로 보고 있다. 
  • ▲ 반도체 클린룸 전경ⓒ삼성전자
    ▲ 반도체 클린룸 전경ⓒ삼성전자
    엔비디아가 HBM4에 요구하는 기준은 국제반도체표준협의기구(JEDEC) 표준인 8Gbps를 넘어 10Gbps 이상으로, 공급사별로 10Gb·11Gb 수준의 품질 테스트가 진행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삼성전자는 1c(10나노급 6세대) D램 기반에 4나노 로직 공정을 적용한 HBM4를 개발해 JEDEC 표준을 웃도는 11Gbps 이상 성능 구현을 제시했고, 최대 13Gbps까지 가능하다는 점을 부각해왔다. 다만 업계는 “성능 구현”과 “양산 안정성”을 구분한다. 샘플 단계의 성능이 아니라, 양산 단계에서 수율·발열·패키징 정합성·공급 안정성이 함께 확인돼야 실제 물량 배정이 움직인다는 이유다.

    베라루빈에 HBM4가 탑재되는 만큼 한 번 물량이 확정되면 공급망은 장기간 고착될 수 있다. 그래서 이번 천안 연쇄 방문을 두고 “최종 검증의 신호”라는 관측이 나오는 배경이다.

    이번 이슈는 HBM4 단일 품목으로 끝나지 않는다. 삼성전자는 지난해 10월 31일 엔비디아와 전략적 협력을 통해 ‘반도체 AI 팩토리’를 구축한다고 발표했다. 삼성전자는 향후 수년간 5만개 이상의 엔비디아 GPU(그래픽처리장치)를 도입해 AI 팩토리 인프라를 확충하고, 옴니버스 기반 디지털 트윈 제조 환경 구현을 가속화하겠다는 계획을 내놨다. 메모리·시스템반도체·파운드리를 아우르는 제조 전 과정에 AI를 적용해 개발·양산 주기 단축과 제조 효율·품질 경쟁력 강화를 추진한다는 구상이다.

    파운드리 축에서도 협력 확대가 거론된다. 삼성 파운드리가 엔비디아 구형 GPU ‘RTX3060’ 물량을 8나노미터 공정에서 재생산할 계획이다. 월3만~4만장 수준으로 거론되는 8나노미터 생산능력과 맞물려, 가동률 개선 기대까지 함께 부각되는 흐름이다. 결국 엔비디아 입장에선 메모리(HBM)와 후공정(패키징), 제조 협력(파운드리)까지 한 묶음으로 공급망 리스크를 관리할 유인이 커진다.

    업계 관계자는 "엔비디아의 삼성전자 감사 이후 HBM4 물량 배분 논의가 실제로 가속화되는지 삼성의 HBM4 확대가 숫자로 이어질지가 관건"이라며 "HBM4 경쟁의 다음 단계는 검증과 물량에서 갈릴 가능성이 커지는 분위기"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