환율·집값 상승세에 … 한은, 10월에도 동결 기류
-
- ▲ 이창용 한국은행 총재. ⓒ한국은행
추석 연휴 직후 예정된 한국은행의 금리 결정이 원·달러 환율 급등과 서울 집값 상승세라는 이중 부담을 안게 됐다. 환율은 한·미 관세 협상 불확실성 속에 1400원대를 넘어섰고, 서울 아파트값도 4주 연속 상승폭을 키우며 금융당국의 고민을 깊게 하고 있다.미국 연방준비제도가 기준금리 인하를 단행한 만큼 한국은행도 10월 금융통화위원회에서 금리를 낮출 것이 기정사실처럼 여겨졌지만, 최근 분위기는 사뭇 달라졌다.◇ 통상협상 불확실성에 출렁이는 환율 … 한은 금리 인하 제약9일 금융권에 따르면 서울 외환시장에서 원·달러 환율은 연휴 직전 1400원에서 정규장을 마쳤다. 지난 7월 1300원 중반대까지 내려갔던 원·달러 환율은 8월 들어 다시 1390원대까지 올랐고, 지난달 25일에는 결국 1400원을 돌파했다.한미 관세 불확실성 탓에 원·달러 환율은 하루 10원 이상 출렁이는 등 변동성이 확대되고 있다.서울 외환시장이 추석 연휴 동안 휴장했지만 해외 시장에서 원·달러 환율은 현재 1420원대까지 치솟은 상황이다. 추석 이후에도 1400원대에서 등락을 이어갈 것으로 전망된다.시장에서는 대미 투자 협상과 한미 간 통화스와프 논의가 추석 이후 환율 향방의 핵심 변수로 작용할 것으로 보고 있다.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은 3500억 달러 규모의 대미 투자를 선불로 요구하고 있다. 이는 우리나라 외환보유액(약 4500억 달러)에 육박하는 막대한 규모로, 실제 집행 시 외화 유출 부담이 원·달러 환율을 끌어올리는 주요 요인으로 작용한다. 우리 정부가 통화스와프 체결을 협상 조건으로 제시했지만, 정치적 이해관계가 얽혀 있어 성사 가능성은 높지 않은 상황이다.여기에 미국의 금리 인하 기대감과 미국 정부의 일시적 업무정지(셧다운) 사태까지 겹치며 달러 값이 크게 요동쳤다. 셧다운으로 약 90만 명의 연방정부 직원이 무급휴직에 들어가고 경기지표 발표가 연기되는 등 불확실성이 커지면서, 안전자산 선호에 따른 달러 강세·원화 약세 흐름이 나타났다.전문가들은 한·미 관세 협상이 장기화될 경우 외환시장 불안으로 이어지며 한동안 환율이 상방(원화 약세) 압력을 받을 수 있다고 내다봤다.이 경우 수출·경기 회복을 위한 통화완화 필요성이 커지더라도, 원화 약세가 심화될 수 있다는 부담 때문에 한국은행이 금리 인하 카드를 쉽게 꺼내기 어려워질 수 있다.◇집값 불안에 경계심 커진 한은, 인하 시기 고심서울 집값도 불안 요인으로 떠오르고 있다. 지난 9월 다섯째 주(9월29일 기준) 주간 아파트 가격 동향에 따르면 서울 아파트 매매가격은 직전 주 대비 0.27% 올라 0.08%포인트 상승폭을 기록했다.정부의 6·27 대출규제 시행 이후 잠시 둔화했던 서울 집값은 9월 둘째 주부터 다시 가파른 상승세로 돌아섰다.한국은행도 지난달 '2025년 9월 금융안정 상황 점검' 보고서를 통해 6·27 대책 이후 가계대출 증가세가 둔화됐지만 주택 관련 대출을 중심으로 여전히 증가 흐름이 나타났다며 경계심을 드러냈다. 그러면서 "5~6월 늘어난 주택거래분이 시차를 두고 대출 실행으로 이어지고 있다"고 말했다.한은이 집값·가계대출 불안에 경계감을 드러내면서 이달 금통위 회의에서 기준금리를 동결하고 올해 마지막 11월 회의에서 인하에 나설 가능성이 제기된다.신성환 금통위원은 해당 보고서의 주관위원 메시지를 통해 "계부채 증가세는 정부 대책 등에 힘입어 다소 진정되는 모습이나, 수도권 주택가격 상승기대가 여전히 유지되고 있다"며 "금융여건 완화 과정에서 금융불균형이 다시 확대될 가능성이 있는 만큼, 당분간 거시건전성정책의 강화기조를 유지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황건일 금통위원도 지난달 23일 기자간담회에서 "올해는 시장 기대처럼 한 번 정도는 (인하를) 해야 하는데, 그게 10월이 될지 11월이 될 지에 대해서는 고민이 되는 상황"이라며 "지금 당장 금리를 결정하라면 개인적으로는 금융안정에 더 초점을 두고 싶다"고 언급한 바 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