셧다운·무역갈등에 글로벌 긴장 확세 … 원화, 5개월 만에 최약세“시장 쏠림 경계” 당국 긴급 발표 … 구두개입 사실상 ‘비상조치’투자심리 얼어붙고 달러 수요 폭증, 외환보유액 방어선 시험대1430원선 붕괴로 환율 상승세 가속 … 시장 “당국 실개입 가능성”
  • ▲ ⓒ연합
    ▲ ⓒ연합
    미·중 무역갈등이 재점화되고 미국 연방정부 셧다운 장기화 우려가 겹치면서 원·달러 환율이 5개월 만에 1430원을 돌파했다. 글로벌 위험회피 심리가 확산되는 가운데, 외환당국은 "시장 쏠림 가능성을 경계한다"며 구두개입에 나섰다. 환율 1440원선 돌파가 가시권에 들어오자 외환당국 전반에 '비상 경계령'이 내려졌다.

    13일 서울 외환시장에서 원·달러 환율은 전 거래일 대비 9.0원 오른 1430.0원에 출발해 장중 1434.0원까지 치솟았다. 지난 5월 2일(1440.0원) 이후 5개월 만에 가장 높은 수준이다. 이후 당국의 구두개입이 알려지며 상승폭이 다소 줄었지만, 1420원대 후반에서 여전히 고점을 유지했다.

    환율 급등 배경에는 미·중 간 통상 갈등 격화가 자리한다. 최근 중국이 희토류 수출 통제를 강화하자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은 오는 11월 1일부터 중국산 수입품에 100% 추가 관세를 부과하겠다고 맞대응했다. 미 연방정부 셧다운이 장기화되고 있는 점도 글로벌 경기 둔화 우려를 키우며 위험자산 회피를 부추겼다.

    외환당국은 즉각 대응에 나섰다. 기획재정부와 한국은행은 이날 공동 입장문을 내고 "최근 대내외 요인으로 원화의 변동성이 확대되는 과정에서 시장의 쏠림 가능성 등에 대해 경계감을 가지고 면밀히 모니터링하고 있다"고 밝혔다. 

    사실상 구두개입으로 시장에 '경고 메시지'를 보낸 것. 시장에서는 환율이 1430원선을 안정적으로 회복하지 못할 경우 외환보유액을 활용한 실개입 가능성도 제기된다.

    정부 안팎에서는 최근의 원화 약세가 단기적 현상에 그칠지, 구조적 불안으로 번질지를 두고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다. 미국의 고금리 기조가 장기화되고 중국 경기 둔화까지 겹치며 신흥국 통화 전반의 약세가 두드러지고 있기 때문이다. 실제 원화는 올해 들어 달러 대비 약 7% 하락해 아시아 주요 통화 중 가장 부진한 흐름을 보이고 있다.

    이민혁 KB국민은행 이코노미스트는 "미·중 무역분쟁이 일시적 변수로 끝날 경우 환율 상승세도 진정될 수 있다"며 "다만 시장이 패닉에 빠질 경우 당국의 실개입과 외환보유액 방어선 시험이 불가피하다"고 말했다.

    환율이 1440원을 상향 돌파할 경우 외국인 채권자금 유출과 수입물가 상승에 따른 인플레이션 압력까지 현실화될 가능성이 있다. 정부는 당분간 외환시장 동향을 예의주시하며 필요할 경우 '시장 안정조치'를 검토할 방침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