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똘똘한 한 채' 타깃 삼은 보유세 강화 시사 세금으로 집값 잡지 않겠다더니 부동산 세제 검토 "종부세 납세자 절반, 고령층으로 조세조항 불보듯"
  • ▲ 서울 롯데월드타워 서울스카이에서 바라본 아파트 단지 전경.ⓒ뉴시스
    ▲ 서울 롯데월드타워 서울스카이에서 바라본 아파트 단지 전경.ⓒ뉴시스
    정부가 '똘똘한 한 채'를 타깃으로 한 보유세 강화를 시사했다. '똘똘한 한 채' 보유자와 다주택자 간 형평성을 고려해 집값이 높을수록 세 부담이 커지는 방향으로 과세 체계를 손보겠다는 것이다. 세금 부담을 '형평성'으로 포장했지만, 사실상 시장에선 고가 1주택자들에 대한 증세 신호로 받아들이고 있다. 

    다만 정부는 조세저항 가능성을 의식해 내년 지방선거 이후로 속도 조절에 나설 것으로 보인다. 매물을 유도하기 위해 보유세와 함께 거래세 등 부동산 세제 전반을 들여다보는 큰 틀의 조정이 이뤄질 것이란 관측이다. 

    정부가 10·15 부동산대책에서 부동산 세제 개편을 예고한 이후 고가 주택에 대한 보유세 강화가 공론화되고 있다. 구윤철 경제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이 보유세 강화와 거래세 인하를 언급하면서 종합부동산세, 재산세 등 보유세 부담은 높이되 양도소득세, 취득세 등 거래세는 완화할 것이란 전망이 제기된다. 

    내년 6월 지방선거 이후 발표될 7월 세제개편안에 담기는 안이 유력하게 거론된다. 관련 연구용역은 이르면 다음달 시작되는 만큼 올해 부동산 세제 개편안이 마련되기 어렵다는게 정부 입장이다. 

    전날 강영규 기재부 대변인은 정례브리핑을 통해 "부동산 관련 세제는 연구용역을 거쳐 마련할 예정인데 일러도 11월께 착수할 수 있을 것"이라며 "연구용역에도 최소 몇개월은 걸려 내년 즈음에나 연구용역이 끝나지 않을까 추측한다"고 언급했다. 

    고가 주택에 대한 보유세 강화 등이 공론화되면서 시장도 동요하고 있다. 정부 안팎에서 거론되는 안은 매물 유도를 위해 보유세를 높이되 거래세를 완화하면서 '똘똘한 한 채' 쏠림 현상을 부른 1주택자·장기보유자에 대한 세제혜택를 축소하는 방향이다. 

    이재명 대통령은 대선 기간 "규제 일변도로는 집값 못잡는다", "세금으로 집값 잡지 않겠다"고 공언했다. 하지만 정부 출범 4개월 만에 벌써 세 번째 부동산 대책이 나왔고 이제는 보유세 강화 방안까지 검토되면서 말과 행동이 엇갈린다는 비판이 나온다. 시장에서는 "결국 세제 강화로 집값을 누르겠다는 문재인 정부 때로 회귀하는 것 아니냐"는 냉소 섞인 반응이 적지 않다. 

    서울 서초구 반포동 한 공인중개소 관계자는 "고가의 1주택을 보유한 고령자들은 이제까지 장기보유특별공제, 고령자특별공제 등 혜택을 받고 있었는데 보유세가 강화되면 세무서에 항의하는 등 조세저항이 심할 것"이라며 "보유세만 강화하고 거래세를 완화시키지 않는다면 다주택자 등이 버티기에 나서 매물 잠김효과가 커질 것"이라고 내다봤다. 

    전문가들은 보유세 강화로 시장이 얼어붙을 수 있다고 우려했다. 

    심형석 우대빵 연구소장은 "세제 개편은 전국에 직접적 영향을 미치기 때문에 굉장히 민감한 부분"이라며 "지방처럼 이미 부동산 가격이 떨어진 경우 공시가격 현실화율이나 공정시장가액비율을 상향하면 집값은 내려갔는데 재산세는 더 많이 나오는 경우가 발생할 수 있다"고 말했다. 

    이어 "정부의 보유세 강화 기조는 명확하고 거래세는 그대로 가거나 소폭 인하할 전망인데, 사실상 이 경우 동결효과로 매물잠김 현상이 일어나 팔지도 못하고 세금은 많이 내게 돼 문재인 정부 때와 비슷하다"며 "입주물량은 갈수록 부족해지는 만큼 2020~2021년 경험했듯 주택 수요가 어느 순간 폭발해 집값 급등으로 이어질 수 있다"고 우려했다. 

    세제 개편이 추진되더라도 시장 상황과 세입 구조를 정교하게 고려하지 않으면 부작용이 더 클 수 있다는 지적도 나온다. 

    박원갑 KB국민은행 부동산 수석전문위원은 "보유세 강화로 집값이 잡힌다면, 문재인 정부 때 이미 집값은 안정됐어야 하지 않겠느냐"며 "정부가 거래세는 낮춘다고 하더라도 규제지역으로 그대로 지정된 상태라면 실효성이 없고 양도세는 국세, 취득세는 지자체 세수와 맞물려 있어 그 디테일을 어떻게 풀어낼지도 문제"라고 우려했다. 

    아울러 "우리나라가 초고령사회로 접어드는 상황 속 현재 종부세 납세자의 절반 가량이 고령층"이라며 "주력 납세 세대 상당수가 이미 반백수 상태인데 이들에게 추가 세 부담을 지우면 과거보다 조세 저항이 훨씬 커질 수 있다"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