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후부, 4대강 재자연화 정책 추진 … 녹조 발생 원인으로 '보' 거론'4대강 보' 홍수방지로 인명피해 無 … 대형화재 시 소방 물수급 기능극한 기후위기서 가뭄방지 … 수상스키·요트업 등 지역활성화 역할도전문가 "보가 녹조 발생 주요 원인 아냐 … 체계적인 물관리 위해 필요"
  • ▲ 금강 세종보 ⓒ연합뉴스
    ▲ 금강 세종보 ⓒ연합뉴스
    이재명 정부가 지난 정부에서 설치한 보(洑)를 개방·해체하는 것을 골자로 한 '4대강 재자연화'를 추진하는 가운데 보가 지닌 본연의 재난방지 역할과 지역활성화 기능을 간과하고 있다는 지적이 제기되고 있다.

    22일 기후에너지환경부에 따르면 이재명 정부는 대선 공약의 일환으로 과거 4대강 사업에서 설치된 보를 개방 또는 해체하기 위한 방향으로 선회하고 있다. 보가 강물의 흐름을 막아 유속을 느려지게 만들면서 녹조 발생을 악화시켰다고 보고 있어서다. 

    ◇극한 폭우에도 홍수 막은 '4대강 보' … 인명·농경지 피해 감축 역할

    다만 보수 진영과 일부 학계에서는 4대강 사업 이후 큰 홍수 피해가 줄었고 가뭄기에도 물 공급에 여유가 생겼다는 점을 강조한다. 이명박 정부 시절 한강, 낙동강, 금강, 영산강 유역을 정비한 4대강 사업으로 만들어진 보가 물을 가둬두는 일종의 '물그릇' 역할을 하면서 홍수 피해를 막았다는 것이다.

    실제로 지난 7월16일부터 20일까지 닷새간 이어진 집중호우로 대규모 인명 피해는 물론 전국 농가들이 초토화됐지만 낙동강을 사이에 둔 고령군과 대구 달성군을 잇는 강정고령보와 달성보 인근 마을은 인명 피해도, 농가 침수도 거의 일어나지 않았던 것으로 파악됐다.  

    반면 금강 지천인 당진천·도당천 등은 이번 폭우로 범람했고, 낙동강 지천인 경산 오목천엔 홍수주의보가 발령됐다. 4대강 사업 과정에서 불거진 '수중 생태계 부정적 영향' 등의 논란으로 정비가 덜 된 4대강 유역 지류와 지천은 폭우로 범람했거나 범람 우려가 컸던 것이다. 당시 폭우로 인해 이들 지역을 비롯한 전국 사망자는 24명에 달했으며, 공공시설 피해는 1999건 접수되는 등 인명과 재산 피해가 속출했다

    농경지 피해도 전국적으로 확산됐다. 당시 폭우로 축구장 약 4만개에 해당하는 약 2만8490헥타르(㏊)의 농경지가 침수 피해를 입었다. 가축 피해는 △닭 142만8900마리 △오리 13만9400마리 △돼지 855마리 △한우 529마리 등으로 집계됐다.

    ◇대형화재·가뭄 등 자연재해 방지 … 대체 관정에 수백억 '혈세' 투입

    보의 물그릇 역할이 홍수로 인한 범람뿐 아니라 대형 화재 시 물 수급 기능과 가뭄 방지 역할을 한다는 주장도 있다. 장거래 전 세종소방본부장은 지난달 30일 세종시청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금강 수위가 안정적이지 않으면 (화재 시) 긴급 대응이 어렵고 시민 안전에도 큰 위험이 있다"며 "세종보는 돌발 가뭄, 대형 화재 시 비상용수 확보의 핵심 자원"이라고 말했다.

    이어 "가뭄이나 장기 강수 부족에도 보가 유지되면 도시와 농업용수 배분 조정이 가능, 재난 대비 역량이 강화된다"며 "재난 대응 훈련, 비상 여건별 대응 방안 등을 사전 협의하고 보 운영은 단순히 물을 가두는 것이 아닌 공공안전 시스템 일부로 고려돼야 한다"고 강조했다.

    정부가 4대강 재자연화에 따른 보 개방 후 지하수 수위가 낮아지면서 물 부족에 처하자 수백개의 대체 관정을 설치한 것이 이러한 주장을 뒷받침한다. 특히 금강 유역의 세종보의 경우 보 개방으로 재생에너지임에도 불구하고 소수력 발전마저 멈춰서는 등 막대한 행정 비용이 발생하고 있다는 지적이다.

    국회 기후에너지환경노동위원회 소속 김위상 국민의힘 의원이 기후에너지환경부로부터 받은 자료에 따르면 2018년부터 현재까지 보 개방에 따른 '대체관정(管井)' 519공을 뚫는 데 102억6900만원이 투입됐다. 대체관정은 강이나 하천의 수위가 낮아져 물이 부족할 때 지하수를 대신 끌어올리기 위해 땅속 깊이 관을 박는 것이다. 

    문재인 정부 시절 보 개방 후 강과 하천의 수위가 낮아지자 다시금 물 수요를 충족하기 위한 대체 시설을 만드는 데 막대한 예산을 쏟아부은 것이다. 심지어 해당 지역에 설치된 관정 길이는 2018년 평균 30m에서 2022년 161m로 늘었고, 이는 보를 개방한 기간이 길어짐에 따라 지하수 수위가 낮아져 더 깊이 뚫을 수밖에 없었던 것으로 분석된다. 

    보가 지역활성화에 기여했다는 목소리도 나왔다. 유수용 수상스키·요트업 동호회 대표는 "시민의 수상레저 활동 기반 부재를 더는 방치할 수 없고 지역 관련 스포츠 시장은 사실상 형성되지 않아 시장성이 높다"며 "수상 레저 활성화는 지역 경제에 활력을 불어넣을 핵심 동력으로 환경단체의 일부 상식 밖의 주장 때문에 세종보 활용 기회를 놓쳐서는 안된다"고 말했다.

    ◇급격한 이상기후로 홍수·가뭄 가속화 … "체계적인 물관리 필수적"

    특히 환경 변화로 인해 이상기후가 가속화되는 상황에서 앞으로 홍수로 인한 피해가 더 극심해질 거란 전망이 나오면서 보의 물그릇 역할은 더 커지고 있다. 환경부와 국립환경과학원이 최근 발간한 '한국기후위기평가보고서 2025'에 따르면 우리나라 연 최대일강수의 예상 빈도는 2071~2100년에 1.91배까지 늘어날 전망이다. 

    남부지역의 폭우 강도는 북부보다 1.54배(전국 중앙값의 1.72배)로 더 세지는 반면, 겨울·봄철 강수량은 평년보다 20% 줄어든다. 짧은 집중호우와 긴 무강수 구간이 교차하는 '극단 패턴'이 예견되는 만큼 극한의 홍수와 가뭄에 대한 확실한 대비책이 필요하단 분석이다.

    박석순 이화여대 환경공학과 명예교수는 "이번 폭우로 인해 4대강 사업의 홍수 방지 효과를 확실히 느꼈음에도 재자연화를 주장하는 것은 비논리적인 행태"라며 "급격한 기후 변화 속에서 산업 발달과 영농의 지속성을 위해서라도 체계적인 물 관리가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보가 녹조 발생 등 수질 오염의 주요 원인이라는 현 정부의 견해와 달리 수질 개선의 역할을 한다는 주장도 내놨다. 박 교수는 "보가 물을 가두면서 윗물에 있던 오염원이 바닥에 가라앉고, 그것을 실지렁이와 같은 무척추동물이 먹고 자라면서 정화 역할을 한다"고 설명했다.

    박 교수는 "움직이던 물에 있던 녹조가 보에 낀 것 때문에 많은 사람들이 보가 물의 흐름을 막아서 녹조를 만든 것이라 생각한다"면서 "'쓰레기통에 쓰레기가 많은 것을 보고 쓰레기통 때문에 쓰레기가 생겼다'는 발상과 같은 이치"라고 일축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