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시가격 동결에도 아파트 보유세 '껑충' … 서울 1주택자들 한숨 는다

정부가 내년 부동산 공시가격 현실화율을 올해와 같이 69%로 유지하기로 결정한 것으로 알려졌다. 4년 연속 동결이나, 올해 서울 아파트값이 '한강벨트'를 중심으로 급등하면서 보유세 부담은 최대 50% 더 커질 전망이다. 

4일 국토교통부에 따르면 오는 13일 '부동산 가격공시 정책 개선을 위한 공청회'를 열고, 내년도 현실화율 등 공시 계획 수정방안 공개할 예정이다. 

국토부는 공청회에서 내년 공동주택과 단독주택·토지에 대한 공시가격을 동결하는 방안을 검토할 예정이다. 공동주택과 단독주택·토지의 공시가격 현실화율은 각각 69%, 53.6%, 65.5%다. 4년 연속 동결이 이뤄지면 올해 시세 변동만 공시가격에 반영될 예정이다. 

당초 부동산 공시가격 현실화 계획 상 내년 공동주택 공시가격 현실화율은 80.9%에 달할 예정이었으나, 정부는 세금 부담과 시장 상황을 감안해 올해 수준으로 동결하기로 가닥을 잡은 것으로 알려졌다. 

김윤덕 국토부 장관도 최근 국정감사에서 내년 공시가율을 올해 수준으로 동결하겠다는 입장을 밝힌 바 있다. 김 장관은 "국토부는 윤석열 정부에서 내놓은 대책을 유지하는 것으로 방침을 정하고 있으며, 올해 안에 공시가율을 조정할 계획이 없다"고 했다. 

이 같은 결정의 배경에는 10·15 부동산 대책 이후 크게 악화된 민심과 내년 지방선거를 앞둔 정치적 부담이 복합적으로 작용한 것으로 분석된다. 

공시가격이 단순히 보유세 산정에만 쓰이는 것이 아니라 각종 행정 기준으로 폭넓게 활용된다는 점도 정부가 고려한 요소다. 공시가격이 상승하면 지역 건강보험료 인상, 기초생활수급자 자격 상실 등 건보 뿐 아니라 복지 영역에서 구멍이 날 우려가 있다는 점도 반영된 것으로 보인다. 

실제 집값 상승세도 이어지고 있다. 한국부동산원이 발표한 주간 아파트 가격 동향에 따르면 10월 넷째 주(27일 기준) 서울 아파트 매매가격은 전주 대비 0.23% 올랐다. 이는 직전 주 상승률(0.50%)보다 둔화했지만 선호지역을 중심으로 여전히 신고가 거래가 이어지고 있다. 

규제에서 벗어난 일부 지역에서는 풍선효과 기대감이 확산되며 집값 상승세가 나타나고 있다. 동탄을 포함한 화성은 보합세에서 0.13% 오름세로 전환됐고, 서울과 인접한 구리는 0.18% 상승하며 전주(0.10%)보다 상승 폭이 확대됐다. 

정부가 공시가격 현실화율을 동결하더라도 강남을 비롯한 한강벨트 일대의 1주택자 보유세 부담은 최대 50%까지 늘어날 것으로 추정됐다. 지난해보다 아파트값이 크게 오르면서 세 부담도 가중된 것이다. 

우병탁 신한 프리미어 패스파인더 전문위원에 의뢰해 서울 주요 아파트의 내년 공시가격과 보유세를 추정한 결과, 강남과 한강벨트 지역의 시세 20억~30억원대의 종부세 대상 아파트 보유세가 크게 늘어나는 것으로 나타났다. 

서울 마포구 아현동 래미안푸르지오 전용면적 84.59㎡의 최근 실거래가는 25억원 수준이다. 이 가격이 연말까지 유지될 경우, 해당 주택의 공시가격은 지난 13억3800만원에서 올해 17억6053만원 선으로 31% 넘게 상승할 것으로 예상된다. 

이에 따른 보유세(재산세+종부세)는 올해 299만6000원에서 내년에는 416만2000원 선으로 세부담 상한인 50%까지 보유세가 상승하게 된다. 

성동구 옥수동 '래미안옥수리버젠' 전용 84.8㎡는 내년도 추정 공시가격이 18억4300만원으로 올해 13억6400만원 대비 약 35% 상승할 전망이다. 보유세도 256만원에서 내년 353만원으로 50% 증가할 것으로 보인다. 

서울 서초구 '반포 자이' 전용 84㎡ 소유자의 내년 보유세는 올해 1275만원보다 40.4% 증가한 1790만원으로 예상된다. 강남구 대치동 '은마' 전용 84㎡ 보유세 역시 올해 700만원 선에서 내년 1005만원으로 43% 늘어날 것으로 관측된다. 

권대중 한성대 일반대학원 경제·부동산학과 석좌교수는 "내년도 공시가격 현실화율이 동결될 가능성이 크다"며 "다만 공정시장가액비율 조정할 가능성은 여전히 남아 있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