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0~60%'·'53~60%' 감축 두 가지 안 제시산업계 제시한 48%보다 높아 … "현실 외면한 수치"철강·석화·車업계 "2030년 목표도 버겁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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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김성환 기후에너지환경부 장관이 6일 서울 여의도 국회 의원회관에서 열린 2035 국가 온실가스 감축 목표(2035 NDC) 대국민 공개 논의 공청회에서 환영사를 하고 있다. ⓒ연합뉴스
정부가 2035년까지 온실가스 배출을 2018년 대비 50~60% 줄이겠다는 국가온실가스감축목표(NDC)를 공식 제시하면서 산업계가 패닉에 빠졌다. 정부가 제시한 두 안은 하한선이 각각 50%와 53%로 설정됐는데, 이는 산업계가 제시한 48%보다 모두 높다.이에 따라 기업들은 탄소 감축 시설 투자와 배출권 추가 구매 등으로 막대한 비용을 부담해야 한다며 울상을 짓고 있다. 가뜩이나 사업 불확실성이 큰 상태서 탄소 감축에 천문학적 비용이 더해지는 경우 기업의 투자와 고용 여건도 위축될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6일 기후에너지환경부 등에 따르면 정부는 이날 서울 영등포구 국회의원회관에서 ‘2035 국가 온실가스 감축 목표’(2035 NDC) 공청회를 열고 2018년 대비 50~60%, 또는 53~60%의 온실가스 감축 범위를 제시했다. 정부는 국무회의 논의와 국민 의견 수렴 절차를 거쳐 이달 중 최종안을 확정, 유엔에 제출할 계획이다.이번 안은 현행 ‘2018년 대비 2030년까지 40% 감축’ 목표보다 한층 강화됐다. 특히 두 안은 상한선이 60%로 같지만, 하한선이 모두 산업계가 제안한 48%보다는 높아 기업들 사이에서 과도한 목표라는 목소리가 잇따르고 있다.NDC에 직접적 영향을 받는 제조업종인 반도체, 자동차, 석유화학, 철강업계는 그야말로 패닉에 빠졌다. 재생에너지 등 관련 인프라가 잘 구축되지 않은 상황에서 NDC를 달성하기 위해선 탄소 감축 기술이나 설비에 큰 투자가 불가피한데, 이때 신사업 투자와 고용은 위축돼 기업 경쟁력 훼손이 불가피하기 때문이다.더욱이 NDC는 배출권 거래제 할당과 연동돼 규제로 작용할 가능성이 커 기업 근심이 더욱 커지고 있다. 기업은 NDC가 제시한 수준까지 온실가스 배출을 줄이지 못하면 배출권 부족분을 시장에서 추가로 구매하는데, 이 비용이 천문학적이란 게 문제다.반도체업계는 에너지 사용량이 많아 다량의 탄소배출이 불가피하다. 재생에너지 등 인프라가 부족한 우리나라에서는 기한 내 NDC 달성이 불가능할 뿐만 아니라 반도체 산업 경쟁력을 크게 떨어뜨릴 것으로 업계는 보고 있다.반도체업계 관계자는 “정부가 국내 투자 활성화를 강조하는 상황에서 무리한 NDC 목표 설정은 기업들이 추가 투자를 주저하게 만드는 요인이 될 것”이라며 “기업 부담 가중을 고려해 현실적인 목표 설정과 함께 규제 완화를 병행해야 한다”고 말했다.자동차 업계는 정부가 당초 ‘2035년 신차의 90% 이상을 전기·수소차로 전환’하겠다는 계획을 다소 완화한 데 대해 “일단 숨통이 트였다”는 반응이지만, 현재 제시된 NDC에 따라 정부가 제시한 2035년 무공해차 목표 또한 현실적으로 어렵다는 입장이다.김성환 기후부 장관은 이날 “2035년 신차의 70%를 전기·수소차로 보급하겠다”고 발표했다. 그러나 이는 업계가 제시한 ‘2035년 신차 판매 55~65% 수준(누적 보급 550만~650만대)’보다 공격적인 수치다.한 완성차업계 관계자는 “2035년뿐만 아니라 당장 2030년 목표치인 누적 450만대 달성도 시장·보조금 여건상 쉽지 않다”며 “보급률이 급격히 오를 것이라는 정부의 기대는 지나치게 낙관적”이라고 지적했다.철강업계는 정부가 제시한 수소환원제철 기술 기반 감축 계획이 기술 현실과 맞지 않는다며 강하게 우려하고 있다. 정부는 철강 부문에서 수소환원제철 기술을 통해 최소 150만t의 온실가스를 감축하는 계획을 발표했다.철강업계 관계자는 “수소환원제철 상용화 시점이 2037년 전후인 만큼 2035년까지 공정 전환만으로 48% 감축은 사실상 불가능하다”면서 “결국 생산량을 줄이는 수밖에 없어 경쟁력 약화와 고용 감소로 이어질 수 있다”고 토로했다.석유화학업계도 기업들의 온실가스 감축 기술 발전 속도를 고려하면 2035년까지 48% 감축이 그나마 가능한 수준이라는 입장이다. 탄소포집·활용·저장(CCUS) 기술 개발이 진행 중이지만 아직 상용화 단계에는 이르지 못해 정부 제시안을 충족하기엔 역부족이란 지적이다.항공업계는 이미 국제민간항공기구(ICAO)의 탄소감축제도(CORSIA)가 적용되고 있어 이번 규제에 따른 충격이 상대적으로 덜 하지만, 지속가능항공유(SAF) 사용 의무화 기준에는 난색을 표하고 있다. 정부는 2027년부터 국내 출발 항공편에 SAF를 최소 1% 이상 혼합 사용하도록 의무화하고, 2030년 3~5%, 2035년 10%까지 단계적으로 확대한다는 계획이다.산업계는 정부가 목표 수치를 제시하기보다 현실적 실행 로드맵과 지원책 마련에 집중해야 한다고 입을 모은다. 감축 기술의 상용화 시점, 시장 여건, 에너지 가격 등 복합 요인을 반영한 장기 시뮬레이션이 필요하다는 것이다.대한상공회의소와 한국철강협회, 한국화학산업협회, 대한석유협회 등 8개 업종별 협회는 전날 발표한 정부 공동 건의문에서 “국내 제조업체들은 중국발 공급 과잉, 주요국의 관세 인상, 내수 침체 장기화 등으로 이미 수익성이 악화했다”며 “이런 상황에서 나온 기후에너지환경부의 ‘2035 NDC 감축 시나리오’와 ‘4차 배출권거래제 할당 계획’은 막대한 부담을 줄 것”이라며 현실적인 제안을 요구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