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입 비중 높은 원자재 중심으로 비용 급등납품단가 전가 난항… 현금흐름 악화 뚜렷환헤지 역량 낮아 충격 확대… 생태계 위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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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자료사진 ⓒ뉴데일리
고환율이 장기화하면서 국내 중소 제조업체의 원가 부담이 빠르게 확대되고 있다. 원자재 상당 부분을 수입에 의존하는 산업 구조가 겹치며 조달 비용 상승이 즉시 원가로 반영되는 데다, 납품 단가 인상도 쉽지 않아 수익성 하락 압력이 전방위로 확산되는 모습이다.특히 부품·소재 기반 중소 제조업은 환율 변동에 상대적으로 취약해 타격이 크다는 분석이다.17일 중소기업계에 따르면 최근 원·달러 환율이 1500원에 육박하면서 수입 원자재 단가가 줄줄이 상승하고 있다. 환헤지 수단을 충분히 운용하기 어려운 중소기업들은 조달 비용 증가분을 고스란히 떠안는 구조에 놓여 있다. 여기에 장기 공급 계약이나 정가 납품 구조가 많아 단가 전가 속도는 더딘 편이다.◆ 중소제조업, 부자재·부품·설비까지 달러 결제중소 제조업 전반은 고환율의 영향권에 있다. 플라스틱, 화학소재, 금속·철강 판재, 전기·전자 부품 등 다수 원자재가 달러 기반으로 거래되기 때문이다. 부자재뿐 아니라 금형·설비 부품 등 생산라인 유지에 필요한 항목도 수입 비중이 높아 환율 상승이 원가에 연쇄적으로 반영된다.문제는 중소 제조업의 상당 부분이 대기업·유통사의 납품 구조에 묶여 있어 가격 전가 여력이 낮다는 점이다. 환율이 5~10% 상승해도 단가 인상분은 1~2%에 그치는 경우가 많아 영업이익률이 빠르게 훼손된다.한 중소 제조업계 관계자는 "원/달러 환율이 계속 오르면서 원자재 매입대금 선결제 부담이 커지고, 재고 확보에 필요한 운전자금도 확대돼 현금흐름 리스크가 큰 상황"이라고 밝혔다.업계에서는 고환율 구간이 길어질수록 생산 축소나 원자재 대체 등 ‘비자발적 비용 절감’이 나타날 가능성을 우려한다. 이는 곧 품질 저하, 고객사 이탈, 납기 리스크로 이어질 수 있어 중소 제조업의 체질을 흔드는 요인이다.◆ 제지·펄프, 수입 비중 높아 환율 민감도 커특히 제지업계는 고환율의 영향을 가장 빠르게 받는 대표 업종으로 꼽힌다. 제지 원재료인 펄프는 대부분 해외에서 들여오는 구조라 환율이 오르면 조달 단가가 즉각 상승한다. 펄프 가격 자체가 변동성이 큰 데다, 운임·해상 물류비까지 달러로 결제되는 경우가 많아 환율이 10원만 올라도 원가 증가 폭이 눈에 띄게 커진다.폐지 역시 일본·미국 등에서 일정 물량을 수입하는 만큼 환율 부담이 존재한다. 특히 최근 전력·증기 등 에너지원 가격까지 함께 오르며 원가 구조 전반이 흔들리는 상황이다.국내 한 제지업계 관계자는 "수입 원가가 오르면 톤당 생산비가 민감하게 반응하는데, 납품 단가를 즉각 반영하기 어려워 마진이 빠르게 줄어든다"고 밝혔다. 대기업이 자체 재고나 대량 구매를 통해 비용을 일부 흡수할 수 있는 것과 달리, 중견·중소 제지사는 환율 변동에 사실상 무방비로 노출돼 있다.대기업은 선물환 계약이나 복수 통화 기반 조달 등으로 환리스크를 관리하지만, 중소기업은 낮은 거래 규모와 비용 부담으로 사실상 환헤지를 하기 어렵다. 실물 재고 확보도 환율 고점에서는 쉽지 않아, 고환율은 충격은 더 뼈아프다.여기에 최근 고유가, 글로벌 운임 재상승 기류까지 겹치며 생산 원가가 복합 상승하는 환경이 조성돼 충격이 배가되고 있다.전문가들은 고환율 장기화가 중소기업의 재무 건전성 악화로 이어질 경우 산업 생태계 전반의 위험 요인이 될 수 있다고 지적한다. 원자재 가격 급등을 납품단가에 연동시키는 제도의 실효성이 낮은 만큼, 상시 조정 체계를 강화할 필요가 있다는 의견이다.또한 중소기업이 자체적으로 환헤지를 활용할 수 있도록 선물환 비용 지원, 환리스크 관리 컨설팅, 수입 대금 분할 결제 지원 등 제도적 뒷받침이 필요하다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한 중소기업 관계자는 "환율 변동성이 커질수록 중소기업의 비용 충격은 몇 배로 확대된다"며 "단가 조정과 환율 안정 장치가 병행돼야 한다"고 말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