반도체만 믿는 회복론에 "경제 체질 개선 없인 착시일 뿐""지속적 재정 여력 없어 … 소비·투자·생산 등 모두 위축""일본의 잃어버린 30년 닮아간다"…양극화·거품경제 우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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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서울 시내 모습 ⓒ연합뉴스
정부는 반도체 수출 호조를 근거로 경기 회복을 주장하고 있지만, 전문가들은 수출 편중, 내수 침체, 고용 악화, 환율 불안, 양극화 심화 등 전방위적 리스크를 지적하며 "지금은 낙관이 아니라 구조적 대응이 필요한 시점"이라고 경고한다.경제학자들은 최근 반도체 산업 호황을 근거로 한 경기 회복세를 강조하는 정부의 진단에 '착시'에 불과하다면서 특정 산업 의존을 줄이고, 지속 가능한 소비 기반과 고용 안정, 재정 여력에 맞는 정책을 설계하는 등 한국 경제의 구조적 취약성을 해결해야 한다고 강조했다.안동현 서울대 경제학과 교수는 13일 뉴데일리와 통화에서 "우리나라 경제에서 수출의 반도체 편중 현상이 가장 큰 문제 중 하나"라며 "3년 전만 해도 반도체 시황이 나빠지면서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가 법인세를 거의 내지 못했고, 그 결과 세수 부족 현상이 발생했다"고 지적했다. 이는 특정 산업에 지나치게 의존하는 구조가 국가 재정에도 영향을 미친다는 점을 보여주는 사례다.박정수 서강대 경제학과 교수 역시 "우리나라 경제 규모로 볼 때 하나의 산업만 믿고 가기에는 위험요소가 크다"며 "제조업과 건설업이 악화되는 가운데 반도체 수출만으로 경기 회복을 장담할 수는 없다"고 말했다. 그는 특히 "정부가 반도체 사이클이 인공지능(AI) 붐을 타고 상승할 것으로 기대하지만, 이는 불확실성이 큰 전망"이라고 덧붙였다.내수 부문에서도 회복세는 체감되지 않는다. 정부는 민생회복 소비쿠폰 등 대규모 예산을 투입했지만, 소비는 두 달 연속 감소세를 보이며 마중물 역할을 하지 못했다는 평가다.염병배 충남대 경제학과 교수는 "소비쿠폰은 반짝 효과만 있었고, 숨 넘어가는 사람에게 진통제를 잠깐 놓은 것과 다름 없다"며 "케인즈 이론에서도 재정으로 경기를 부양하려면 지속적인 지출이 필요하지만, 우리나라의 재정 여력은 그걸 감당하기 어렵다"고 말했다.그는 이어 "소비가 줄면 투자와 생산도 위축되고, 결국 경제 성장의 문이 막히는 길로 간다"고 경고했다. 실제로 자영업자 폐업이 증가하고, 저소득층은 물가 상승으로 생계비 부담이 커지면서 소비 여력이 줄어드는 악순환이 반복되고 있다. -
- ▲ 13일 서울 중구 하나은행 딜링룸 현황판에 코스피 지수 등이 표시되고 있다. ⓒ연합뉴스
환율 불안도 경제의 불확실성을 키우는 요인이다. 최근 원달러 환율은 1470원대를 돌파하며 수입 원자재 비용 상승과 소비자물가 인상으로 이어질 가능성이 커졌다. 염 교수는 "환율은 국가 경제의 맥을 짚는 바로미터인데, 지금처럼 급등하면 기업과 소비자 모두 부담을 안게 된다"고 설명했다.청년 고용 악화는 장기적인 성장 저해 요인으로 지목된다. 김진일 고려대 경제학과 교수는 "지난달 고용동향을 보면 청년 고용지표가 19개월째 악화되고 있고, 30대 '쉬었음' 인구가 역대 최대치를 기록했다"며 "저출산으로 생산인구가 줄고 있는데, 일하려는 청년마저 줄어들면 국가 전체 노동력이 감소하고 부양해야 할 인구는 늘어난다"고 분석했다.관세 협상 지연도 수출 불확실성을 키우고 있다. 김 교수는 "사실상 미국 대통령 한 명에게 우리 기업과 경제의 미래가 달려 있는 상황"이라며 "불확실성만 증폭된 게 현실"이라고 말했다. 박정수 교수 역시 "무역 수지 감소뿐 아니라 재정적자 우려도 제기되는 상황"이라고 했다.양극화 문제도 심각하다. 고소득층은 주식 수익 등으로 소비를 늘리고 있지만, 저소득층은 생계비 부담으로 소비를 줄이고 있다. 김진일 교수는 "전 세계적으로 '악어입'이라고 불리는 양극화 현상이 디지털 시대에 더욱 심화되고 있다"며 "소득 양극화가 심해지면 국가 전체 소비가 줄어들게 된다"고 말했다.안동현 교수는 "최근 국내 주식이 크게 늘었지만, 자산 양극화의 주 요인은 문재인 정권에서 시작된 부동산 정책"이라며 "진보 정권은 평등을 외치지만 정작 양극화를 심화시키는 정책을 썼고, 현재는 감당하기 힘들 정도로 상황이 나빠졌다"고 비판했다.이러한 흐름 속에서 한국 경제가 과거 일본의 '잃어버린 30년'을 따라갈 수 있다는 우려도 제기된다. 염병배 교수는 "소득 양극화 속에서 물가가 오르니 저소득층은 외식비와 의류비를 줄였고, 작년 자영업자 100만 명 폐업이 이를 뒷받침한다"며 "구조적으로 변한 게 없는 주식에 거품이 끼고, 부동산 폭증은 과거 일본의 모습과 다를 게 없다"고 했다.전문가들은 정부가 지금처럼 낙관론에 기대기보다, 최악의 시나리오를 상정하고 전방위적 대응책을 마련해야 한다고 조언한다. 염 교수는 "정부가 기업들의 마음을 달래기 위해 긍정적 시그널을 낼 수는 있지만, 지나친 낙관은 방심을 초래할 수 있다"고 경고했다.그는 "지금은 정치적 논쟁에 매몰될 때가 아니라, 경제부처와 공무원들이 민생 회복을 위해 집중할 수 있도록 해야 할 시점"이라고 강조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