당국·한은, ‘은행 vs 비은행권’ 발행 주체 놓고 온도차내달 9일 정기 국회 종료 예정 … 시간적 여유 없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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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내 처리”를 장담했던 스테이블코인 입법이 막판 난기류에 휩싸였다. 금융정책과 통화정책을 둘러싼 당국 간 이견에 발목이 잡히며 법안 심사 일정이 한 달 이상 늦춰진 가운데, 연내 국회 통과 가능성도 급속히 희박해지고 있다.23일 금융권에 따르면 스테이블코인의 가장 큰 쟁점은 발행 주체다. 국회와 금융당국은 기본적으로 인가를 받은 사업자만 스테이블코인을 발행할 수 있도록 하는 인가제를 전제로, 발행 주체를 은행으로 한정하지 않고 요건을 충족한 빅테크·핀테크 등 비은행 금융회사에도 개방하는 방향을 검토해 왔다. 이 과정에서 최소 자기자본 기준을 5억원에서 50억원 수준으로 대폭 상향하는 방안도 논의되고 있다.반면 한국은행은 ‘은행 중심 발행’ 원칙을 고수하고 있어 조율이 쉽지 않은 상황이다. 한은은 원화 스테이블코인 도입 시 예상되는 위험으로 디페깅, 코인런, 소비자 보호 공백, 외환·자본 규제 우회, 통화정책 효과 약화, 금융중개 기능 훼손 등을 지목했다. 무엇보다 IT·유통기업 등 비은행이 스테이블코인을 발행해 결제까지 수행할 경우, 사실상 산업자본이 은행업을 영위하는 ‘내로우뱅킹’ 형태가 돼 금산분리 원칙과 충돌할 수 있다고 우려했다.발행 인가와 감독 권한을 누가 쥐느냐도 민감한 문제다. 금융위는 금융산업 전반에 대한 주무부처라는 점을 들어 스테이블코인 인가·감독의 컨트롤타워를 금융위가 맡아야 한다는 입장이다. 반면 한은은 통화정책과 금융안정에 직접적인 영향을 미치는 문제인 만큼, 인가 단계부터 중앙은행이 실질적인 거부·조건부 승인 권한을 가져야 한다고 주장한다.여기에 금융위 내부에서도 ‘제도화로 혁신을 뒷받침해야 한다’는 기류와 ‘리스크를 더 면밀히 보자’는 신중론이 동시에 나타나고 있다.이억원 금융위원장과 권 부위원장이 연내 입법 의지를 거듭 밝히는 반면, 안창국 금융위 상임위원은 최근 금융안정위원회(FSB) 총회에서 “스테이블코인의 국경 간 거래와 온·오프라인 결제가 확산하면서 외환부문, 자금세탁 위험에 대한 우려가 커지고 있다”며 국가 간 규제차익 방지를 위한 국제 공조 필요성을 강조했다.입법 일정에도 빨간불이 켜졌다. 당초 금융당국은 연내 2단계 법안을 발의한다는 계획을 밝혀왔지만, 국회 정기국회가 내달 9일 종료되는 만큼 현실적으로 시간적 여유가 크지 않다. 여기에 내부 논의가 예상보다 길어지면서 법안 발의가 내년으로 넘어갈 가능성도 제기된다. 다만 오는 24일 정무위 전체 회의에서 정부안이 논의될 가능성이 거론된다.전문가들은 제도화 지연이 시장 불확실성만 키울 수 있다고 우려한다.서대훈 한국산업은행 미래전략연구소 연구원은 “원화 스테이블코인은 단기적으로 기관 간 지급결제 등에서 사용되고, 소규모 발행을 통한 실증 테스트가 이뤄질 것으로 보여 수요가 제한적일 것"이라며 "본격적인 도입을 위해서는 해외 사례처럼 관련 법규의 조속한 제정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한 거래소 관계자는 “스테이블코인은 결제·송금 등 실사용 영역과 직접 연계된 만큼 법적 기반이 우선 정비돼야 한다”며 “감독·발행·준비금 규율 체계가 마련돼야 산업도 안정적으로 성장할 수 있다”고 말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