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사업 구조 전환 본격화 … 로보스타·이노텍 시총 급등배당 확대·자사주 소각·사업 재편 등 밸류업 조치도 효과구광모 체제, 실행력 입증되며 그룹 기업 가치 껑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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올해 들어 그룹 시가총액 100조 원을 돌파하거나 100조 원에 근접한 대기업들이 잇따라 등장하고 있다. 미국의 관세정책을 포함한 글로벌 불확실성이 확대되는 상황에서도 전기차·에너지·인공지능(AI) 등 신사업 성과가 시장 평가에 빠르게 반영된 결과다. 사업 추진 속도와 실행력의 차이가 기업가치에 직접 반영되며 그룹 간 격차가 한층 뚜렷해졌다는 분석이다. 연초 대비 시총 증가율이 크게 나타난 그룹들을 중심으로 젊은 리더들이 어떤 전략과 의사결정으로 기업가치를 끌어올렸는지 살펴본다. <편집자주>
- ▲ 구광모 LG그룹 회장.ⓒLG
- 올해 들어 LG그룹 시가총액은 전자·화학 등 주력사업의 둔화에도 불구하고 뚜렷한 증가세를 보이고 있다. 시장에서는 구광모 회장이 취임 이후 일찌감치 육성해온 로봇·인공지능(AI)·전장 중심의 미래 포트폴리오 전환이 가시화되면서 외형 확대를 이끌었다는 분석이 나온다. 여기에 자사주 소각을 포함한 강력한 밸류업(기업가치 제고) 정책, 국내·해외 계열사 상장 전략이 결합되며 그룹 전체 시가총액 상승 흐름을 가속했다는 평가다.◆ 1년 새 그룹 시총 28%↑… 신사업이 외형 확대 주도5일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전날 종가 기준 LG그룹 12개 계열사의 시가총액은 181조5398억원으로 올해 첫 거래일(1월 2일) 141조3063억원 대비 28% 증가했다. 증가분 가운데 약 6조941억원은 2월 5일 상장한 LG CNS가 새로 편입된 효과다. 이를 제외하더라도 기존 상장사들의 시가총액은 34조1394억원(약 24%) 불어났다.시가총액 증가율을 보면 로보스타가 두드러진다. 로보스타의 시가총액은 올해 첫 거래일 2525억원에서 전날 종가 7839억원으로 210% 증가하며 가장 큰 폭으로 늘었다. 로보스타는 다양한 산업용 로봇과 스마트팩토리 등 차세대 공장 자동화 분야에서 경쟁력을 지닌 것으로 평가받는다. LG그룹이 차세대 성장동력으로 휴머노이드 사업을 키우고 있는 만큼, 로보스타가 로봇 생태계의 핵심축으로 거듭날 것이란 기대감이 반영됐다.LG이노텍도 그룹 시가총액 증가율 2위를 기록했다. 올해 초 3조7275억원이었던 LG이노텍의 시가총액은 전날 종가 기준 6조6978억원으로 80%나 증가했다. AI 서버용 기판 수요가 늘고 있는 데다 자율주행·전기차 등 차세대 모빌리티 부품 사업(전장)의 수익성 개선이 이뤄질 것으로 예상돼서다. LG이노텍은 차량용 라이다·레이더, 로봇·도심항공교통(UAM)용 센서 등 차세대 센싱 제품군을 강화하며 고부가가치 사업을 중심으로 포트폴리오 조정을 진행하고 있다.시가총액 증가율이 눈에 띄는 두 기업은 모두 구광모 회장이 미래 먹거리로 점찍어 키워온 신사업이다. 구 회장은 2018년 7월 취임 한 달 만에 로봇을 미래 먹거리로 점찍고 로봇 제조 전문 기업인 로보스타 지분을 인수했다. 이후로도 로봇 관련 기업 투자와 사업 제휴를 확대해오며 그룹 차원의 로봇 생태계 구축을 서둘렀다. 로봇·휴머노이드에 대한 전략적 선점이 실제 시가총액 성장으로 연결되기 시작한 셈이다.전장사업도 같은 흐름 위에 있다. 구 회장은 취임 두 달 만인 2018년 8월 오스트리아 자동차 전장사업 헤드램프 업체 ZKW 인수를 마무리했다. 당시 기준 LG그룹 역대 최대 규모 인수합병이었다. 이 인수를 기점으로 전장사업은 LG전자 VS사업부, LG마그나 합작법인, LG이노텍 센싱부품, LG디스플레이 차량용 패널 등으로 확대되며 그룹의 차세대 성장축으로 자리 잡았다.로봇과 전장은 각각 제조·모빌리티 영역에서 LG그룹의 미래 포트폴리오를 대표하는 사업군으로, 구 회장이 초기부터 만든 큰 그림이 시가총액 상승으로 이어진 셈이다.구광모 회장은 취임 이후 과감한 사업 구조 재편을 단행해오고 있다. 비핵심 사업을 정리하고, 미래 성장 가능성이 높은 분야에 자원을 집중 투자하는 식이다. 중심에는 ‘ABC(AI·바이오·클린테크)’가 있다. LG그룹은 2028년까지 5년간 100조원 규모의 국내 투자를 단행할 계획인데, 이 가운데 50조원 이상을 미래 성장 사업과 신사업에 투자할 계획이다. 관세 장벽 등 대내외 경영환경의 불확실성이 커지는 상황에서도 새로운 성장 기회를 선제적으로 확보해, 장기적으로 기업가치를 끌어올리겠다는 구상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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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구광모 LG그룹 회장.ⓒLG
◆ 주주환원·IPO 효과 가시화 … 밸류업이 가치 재평가LG화학, LG유플러스, LG디스플레이, LG전자, LG에너지솔루션, ㈜LG 등 대부분 계열사 시가총액도 두 자릿수 상승률을 기록했다. 재무구조 개선과 사업 포트폴리오 체질 개선 등이 주가에 반영된 영향이다. 특히 배당 강화·자사주 소각 등 구광모 회장의 밸류업 기조에 맞춘 주주환원 확대가 계열사 가치 재평가를 이끈 요인으로 꼽힌다. LG그룹은 지난해 10대 그룹 가운데 처음으로 밸류업 예고공시를 진행하는 등 강력한 밸류업 의지를 드러낸 바 있다.올 한 해에만 LG 상장사들의 자사주 소각 규모는 약 5000억원에 달한다. ㈜LG는 5000억원 규모의 자사주 중 절반에 해당하는 2500억원 규모를 지난 9월 소각 완료했다. LG전자와 LG생활건강, LG유플러스 등도 올해 총 2500억원 규모의 자사주를 연이어 소각했다. 계획과 실제 소각이 속도감 있게 진행됐다는 평가다.배당 성향도 꾸준히 확대하고 있다. ㈜LG는 최소 배당 성향을 기존 50%에서 60%로 10%포인트 상향키로 한 계획에 따라 지난해 별도 조정 당기순이익 기준 배당 성향 76%를 달성했다. LG전자는 연결 기준 당기순이익의 25% 이상을 배당한다는 정책에 맞춰 배당금액을 2023년 1449억원에서 2024년 1809억원으로 확대했다. 올해 역시 약 900억원을 중간배당 하는 등 배당 규모를 늘려오고 있다. LG이노텍은 연결 당기순이익 10% 이상으로 유지 중인 배당 정책을 오는 2027년 15%, 2030년에는 20%까지 높여갈 예정이다. LG유플러스는 주주환원율을 최대 60% 수준을 달성하겠다는 중장기 계획을 진행 중이다.기업공개(IPO)도 그룹 외형 성장을 견인하는 요소로 작용했다. LG그룹은 올해 2월 LG CNS를 국내 증시에 상장했고, 지난 10월 LG전자 인도법인을 인도증시에 올렸다. 두 기업 모두 흥행을 거두며 그룹 기업 가치 제고에 중추적인 역할을 했다.LG그룹은 내년에도 이러한 기조를 이어갈 계획이다. ㈜LG는 시장 신뢰도를 한층 제고하는 차원에서 내년 상반기 중 나머지 2500억원 규모의 자사주를 소각한다. LG전자는 보유한 자사주 전량을 내년 주주총회 승인을 거쳐 소각할 계획이다. 더불어 향후 2년간 2000억원 규모 주주환원을 추가로 진행한다. LG생활건강도 오는 2027년까지 자사주 전량 소각에 나설 예정이다.시장에서는 올해 LG 계열사들의 시가총액 상승을 특정 테마나 기대감이 아니라, 구광모 회장 취임 이후 진행돼온 의사결정이 실제 성과와 재무 지표로 드러나기 시작한 결과로 보고 있다. 로봇·전장 등 신사업 부문의 투자가 실제 수주와 경쟁력 강화로 이어졌고, 자사주 소각·배당 확대·IPO 등 밸류업 조치가 연속적으로 이행되면서 미래 성장성과 자본정책의 신뢰도 모두가 확인됐기 때문이다. 즉, 신사업의 진전과 주주환원 정책이 동시에 작동함에 따라 시장의 평가 기준이 달라졌고, 이는 올해 그룹 시가총액 확대 흐름으로 연결된 셈이다.재계 관계자는 “LG가 현재 세계 시장에서 인정받고 있는 배터리, 유기발광다이오드(OLED), 자동차 부품 등의 사업도 20~30년가량의 기술 개발과 투자가 뒷받침된 결과”라면서 “AI와 휴머노이드 등 신사업에서 성과가 가시화되면 그룹 기업가치는 더욱 확대될 것”이라고 전망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