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화에어로, KAI 지분 확대하며 보유 목적 '경영 참여'로 변경김승연 회장 "우주는 한화의 사명"… 그룹 차원 우주 드라이브수은 지분가치만 4조6000억원대… 프리미엄 감안하면 6조원 안팎현대차그룹, 위아 방산부문 로템 이관 검토… 지상체계 강화
  • ▲ 김승연 한화그룹 회장(가운데)과 김동관 한화그룹 부회장(왼쪽)이 지난 1월 한화시스템 제주우주센터를 찾아 해상도 15㎝급 초저궤도(VLEO) 초고해상도(UHR) 합성개구레이더(SAR) 위성의 실물 모형을 살펴보고 있다. ⓒ한화
    ▲ 김승연 한화그룹 회장(가운데)과 김동관 한화그룹 부회장(왼쪽)이 지난 1월 한화시스템 제주우주센터를 찾아 해상도 15㎝급 초저궤도(VLEO) 초고해상도(UHR) 합성개구레이더(SAR) 위성의 실물 모형을 살펴보고 있다. ⓒ한화
    K-방산이 인수합병(M&A)을 축으로 한 시장 재편 움직임을 보이고 있다. 한화그룹은 한국항공우주산업(KAI) 지분을 늘리며 항공·우주 분야까지 영향력 확대를 노리고 있다. 현대차그룹은 현대위아 방산부문을 현대로템으로 모아 지상체계 역량 결집에 나섰다. 

    글로벌 방산 시장이 단일 무기 판매에서 패키지 수출 경쟁으로 바뀌면서 국내 방산 기업들도 제품 경쟁을 넘어 포트폴리오 경쟁에 뛰어드는 모습이다.

    ◆ 한화, 정부 KAI 매각 발표 없었는데 '경영참여' 전환

    6일 방산업계에서 가장 주목받는 곳은 한화에어로스페이스다. 

    한화에어로스페이스는 최근 KAI 지분을 추가로 사들이며 보유 목적을 '단순 투자'에서 '경영 참여'로 바꿨다. 시장에서는 KAI와의 협력 강화는 물론 중장기적으로 경영권 확보 가능성까지 염두에 둔 행보로 해석하고 있다. 한화 측은 당장 인수를 추진하는 것은 아니라는 입장이지만 정부 보유 지분 매각 절차가 열릴 경우 유력 인수 후보로 거론된다.

    KAI는 국내 유일의 완제기 체계종합 기업으로 꼽힌다. 한국형 전투기 KF-21, 경공격기 FA-50, 수리온 헬기, 위성 사업 등을 맡고 있다. 한화에어로스페이스는 항공기 엔진, 지상 화력, 유도무기, 발사체, 위성, 해양 방산으로 사업 영역을 넓혀왔다. 두 회사의 사업 영역이 맞물릴 경우 전투기와 헬기 등 플랫폼에서 엔진, 무장, 위성, 유지·보수(MRO)로 이어지는 통합 밸류체인을 구축할 수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일례로 지난 3일 KAI가 차세대 중형위성 2호 발사에 성공한 가운데 한화에어로스페이스의 누리호 체계종합 역량에 KAI의 위성 제조 기술이 더해질 경우 발사체와 위성을 아우르는 한국판 '스페이스X'의 도약도 가능하다는 분석이다.

    한화의 KAI 지분 확대는 김승연 한화그룹 회장의 우주 사업 의지와도 맞닿아 있다. 김 회장은 지난 1월 새해 첫 현장 경영 행보로 한화시스템 제주우주센터를 찾아 "우주로 가는 것이 한화의 사명"이라는 메시지를 냈다. 김동관 부회장 역시 그룹 우주 사업 총괄 조직인 '스페이스 허브'를 이끌며 우주를 그룹 성장축으로 키워왔다.
  • ▲ KAI가 차세대 중형위성 2호 발사에 성공했다. ⓒKAI
    ▲ KAI가 차세대 중형위성 2호 발사에 성공했다. ⓒKAI
    KAI 인수전의 첫 번째 허들은 가격이다. KAI 최대주주인 한국수출입은행은 KAI 주식 2574만5964주를 보유하고 있다. 지분율은 26.41%다. KAI 전 거래일 종가 18만원을 기준으로 단순 계산하면 수출입은행 보유 지분 가치는 4조6342억7352만원이다. 여기에 경영권 프리미엄 20~30%가 붙으면 실제 거래 규모는 5조6000억원에서 6조원 안팎까지 커질 수 있다.

    한화에어로의 2026년 1분기 말 연결 기준 현금 및 현금성자산과 유동성 기타금융자산은 8조3347억원이다. 수출입은행 보유 지분의 단순 가치는 이 금액의 약 55.6%에 해당한다. 산술적으로는 KAI 최대주주 지분 인수를 검토할 수 있는 수준이다. 다만 경영권 프리미엄 20%를 적용하면 거래금액은 약 5조5611억원으로 늘고, 현금성 유동성 대비 비중은 약 66.7%로 높아진다.

    또 한화에어로의 현금성 자산에는 지난해 해외 생산능력 확충과 합작법인 설립 등을 목적으로 조달한 2조9188억원 규모의 유상증자 자금이 녹아있을 가능성이 있다. 실제 인수전이 열릴 경우 보유 현금성 자산만 투입하기보다 차입, 회사채 발행, 자산 유동화, 계열 차원의 자금 조달을 병행할 가능성이 크다는 분석이 나오는 이유다.

    한화가 앞서 풍산 방산부문 인수를 검토했던 것도 방산 포트폴리오 확장 흐름과 궤를 함께 한다. 한화에어로스페이스는 지난 1분기 컨퍼런스콜에서 "풍산 탄약 사업부 인수 논의는 중단됐다"면서도 "같은 밸류체인으로 인수할 경우 시너지 효과는 있을 것"이라고 밝힌 바 있다. 

    탄약 사업은 화력체계와 직결되는 영역인 만큼 한화 입장에서는 기존 지상 화력·유도무기 사업과의 접점을 넓힐 수 있는 분야다. 풍산 인수는 일단 무산됐지만 향후 매물로 다시 나올 경우 포트폴리오 확장 차원에서 재도전할 여지는 남겨뒀다는 해석이 나온다.
  • ▲ 현대로템이 현대위아 방산사업 인수를 검토하고 있다. ⓒ현대로템
    ▲ 현대로템이 현대위아 방산사업 인수를 검토하고 있다. ⓒ현대로템
    ◆ 현대차, 방산부문 쪼개고 모은다

    현대차그룹은 한화와 다른 방식으로 재편에 나서고 있다. 외부 인수보다 내부 결집에 방점을 찍었다. 현대위아 방산부문을 현대로템으로 이관하는 방안을 검토하며 그룹 내 방산 역량을 지상체계 중심으로 재정비하려는 움직임이다. 현대로템은 K2 전차를 앞세워 폴란드 등 해외 시장에서 수출 성과를 내고 있다. 현대위아의 화포·구동계 등 방산 역량이 더해지면 전차와 장갑차, 화력 체계를 하나로 묶은 지상무기 패키지 경쟁력이 강화될 수 있다.

    현대차그룹의 재편은 한화와 비교하면 상대적으로 단순한 구조다. 

    현대위아 방산부문을 같은 그룹 계열사인 현대로템으로 넘기는 계열 내 사업 조정 성격이 강하기 때문이다. 정부 지분 매각이나 경영권 프리미엄, 독과점 심사 등 복잡한 변수들이 얽힌 KAI 인수 시나리오와 달리 현대차그룹은 이미 보유한 방산 자산을 한곳에 모아 효율성을 높이는 데 초점이 맞춰져 있다.

    다만 한화에어로의 KAI 인수 시나리오는 한층 복잡하다. 최대주주인 수출입은행 지분 매각에 대한 정부의 정책 판단이 선행돼야 한다. KAI는 항공우주·방산 핵심 자산인 만큼 특정 기업에 국가 전략 자산을 넘긴다는 특혜 시비를 피하려면 공정하고 투명한 매각 원칙을 세우는 것이 우선이다.

    정책 환경도 변수다. 이재명 정부는 지난해 11월 공공자산 매각에 제동을 건 상태다. 당시 정부는 공공자산 매각을 전면 중단·보류하고, 꼭 필요한 매각은 국무총리 재가를 거치도록 하겠다는 방침을 밝혔다. KAI 경영권 매각 역시 이런 정책 기조와 무관하게 추진되기는 어렵다는 분석이 나온다.

    일각에서는 한화에어로의 KAI 인수를 기정사실화하는 분위기도 감지된다. 지난 3월 한화에어로의 KAI 지분 취득이 알려지자 업계에서는 "정부와 일정 부분 교감이 있었던 것 아니냐"는 해석이 나왔다.

    2023년 류광수 전 KAI 부사장을 영입한 것도 KAI 인수를 염두에 둔 포석으로 보는 시각도 있다. 방산은 국가 안보와 직결된 산업인 만큼 자금력만으로 핵심 기업 인수전에 나서기 어렵기 때문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