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재·모빌리티·레저 계열 재편 속도… "화학·반도체 매각 안해"코오롱인더 1분기 영업익 619억원… 전년比 129.9% 증가지분 승계 앞두고 경영능력 입증 과제… 오너 4세 체제 힘 실려
  • ▲ 이규호 코오롱 부회장 ⓒ코오롱
    ▲ 이규호 코오롱 부회장 ⓒ코오롱
    이규호 코오롱그룹 부회장이 승계 입지를 넓히고 있다. 그룹 전반에서 계열 재편과 사업 효율화 작업을 밀어붙이는 가운데 주력 계열사인 코오롱인더스트리가 올 1분기 수익성을 크게 개선하면서다. 지분 승계에 앞서 경영능력 입증이 과제로 꼽혀온 이 부회장에게 첫 성과가 숫자로 확인되기 시작했다는 평가가 나온다.

    11일 재계에 따르면 코오롱인더스트리는 올 1분기 연결 기준 매출 1조2374억원, 영업이익 619억원을 기록했다. 매출은 전년 동기보다 0.5% 늘어나는 데 그쳤지만 영업이익은 129.9% 증가했다. 같은 기간 당기순이익은 797억원으로 303.1% 늘었다. 전분기와 비교하면 영업이익 증가율은 534.3%에 달한다.

    수익성 개선은 산업자재와 화학, 패션 부문이 고르게 받쳤다. 산업자재 부문에서는 아라미드와 엔지니어링 플라스틱 판매가 늘며 실적을 끌어올렸다. 화학 부문은 정기보수를 마친 석유수지 설비가 다시 가동되며 이익 회복에 기여했다. 패션 부문도 상품 운용 효율화와 신상품 판매 확대에 힘입어 흑자로 돌아섰다.

    코오롱인더스트리는 지난해부터 추진해온 OE(Operation Excellence·운영 효율화) 프로젝트와 AX(AI Transformation·인공지능 전환)이 이번 실적 향상을 이끌었다고 보고 있다. 생산과 판매, 재고 운용 전반에서 낭비 요인을 줄이고 고부가 제품 판매를 늘리면서 대외 불확실성 속에서도 수익성을 방어했다는 것이다. 

    세부적으로 케미칼 사업부는 지난해 AI를 활용한 공정 지능형 제어 시스템을 들여와 품질 안전성을 크게 높였고 아라미드 사업부 역시 AI 가상 환경 내에서 사전 검증하는 시스템을 통해 생산 효율을 끌어올렸다. 

    재계에서는 이번 실적을 이 부회장 체제의 초기 성과로 해석하는 분위기도 있다. 이 부회장은 그룹 경영 전면에 나선 뒤 대형 인수합병보다는 계열사 통합, 완전자회사화, 비주력 사업 정리 등 사업 구조를 다시 짜는 작업에 속도를 내왔다. 

    외형 확대보다 지배구조를 단순화하고 수익성이 낮은 사업을 정리하는 데 무게를 둔 셈이다.

    대표적인 사례가 코오롱모빌리티그룹을 완전 자회사한 것이다. 코오롱모빌리티그룹은 코오롱글로벌에서 인적분할돼 출범한 수입차 유통 계열사다. BMW, 아우디, 볼보, 로터스 등 수입차 판매를 맡고 있다. 코오롱은 주식교환을 통해 이 회사를 지주사 ㈜코오롱의 완전자회사로 편입했다. 상장 계열사를 지주사 안으로 넣어 의사결정 구조를 단순화하고 모빌리티 사업 재편 여지를 키운 것이다.

    소재 부문 재편도 속도를 냈다. 코오롱인더스트리는 올해 4월 엔지니어링 플라스틱 전문 계열사 코오롱ENP와 합병을 마무리했다. 코오롱ENP는 자동차와 전기전자, 의료 등 산업용 고기능 플라스틱 소재를 생산해온 회사다. 코오롱인더스트리는 이번 합병으로 기존 산업자재와 화학 사업에 엔지니어링 플라스틱 역량을 더하게 됐다. 고부가 소재 중심으로 포트폴리오를 다시 짜는 흐름이다.

    복합소재 사업도 별도 축으로 재편했다. 코오롱그룹은 지난해 첨단 복합소재 전문회사 코오롱스페이스웍스를 출범시켰다. 그룹 내에 흩어져 있던 차량 경량화 부품, 방탄 특수소재, 수소탱크, 배터리 경량화 소재 사업 등을 한데 묶은 것이다. 우주항공과 모빌리티, 방산 분야로 활용 범위를 넓히려는 포석으로 풀이된다.

    코오롱글로벌도 사업 포트폴리오를 넓히고 있다. 지난해 말 MOD와 코오롱LSI를 흡수합병하며 레저·호텔 운영 역량을 더했다. MOD는 골프장과 콘도 사업을, 코오롱LSI는 호텔과 식음료 서비스 사업을 맡아왔다. 코오롱글로벌은 기존 건설·상사 중심 사업에 리조트와 골프장, 호텔 운영 사업을 붙이며 수익원 다변화에 나섰다.

    비주력 사업 정리도 병행되고 있다. 코오롱글로텍은 생활소재사업부 매각을 추진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해당 사업부는 인조잔디 등을 생산하는 부문이다. 

    코오롱인더스트리도 저수익 사업을 정리하고 확보한 재원을 아라미드, 수소 소재 등 고부가 영역에 투입하는 방안을 검토해왔다. 그룹 전반의 재편 방향이 '덜어낼 것은 덜어내고 키울 것은 키우는' 선택과 집중에 맞춰져 있는 셈이다. 

    다만 일각에서 제기하는 산업·화학재 부문 매각은 이뤄지지 않을 전망이다. 코오롱인더스트리 관계자는 "반도체 사업 부문(MPPO)의 매각은 전혀 고려하고 있지 않다"면서 "안정적인 수익 구조를 갖춘 고부가 가치 사업"이라고 밝혔다. 

    이 같은 흐름은 단순한 몸집 불리기와 거리가 있다. 코오롱그룹은 분산돼 있던 계열 사업을 묶고, 지주사 중심 의사결정 구조를 강화하는 방식으로 포트폴리오를 재정비하고 있다. 

    코오롱인더스트리의 1분기 실적 개선은 이 같은 체질 개선 작업이 성과로 연결되기 시작했다는 점에서 이 부회장에게 힘을 실어주는 대목이다.

    이 부회장의 핵심 과제로는 지분 승계가 남아 있다. 이 부회장은 지난해 코오롱인더스트리와 코오롱글로벌 주식을 장내 매수하며 처음으로 상장 계열사 지분을 확보했다. 취득 규모는 약 2억원 수준이다. 코오롱 측은 이를 책임경영 차원의 주식 매입이라고 설명했다. 다만 승계의 핵심인 지주사 ㈜코오롱 지분은 아직 보유하지 않고 있다.

    이 때문에 이 부회장에게는 경영 성과가 어느 때보다 중요하다. 이웅열 명예회장이 과거 경영능력 입증을 강조해온 만큼, 지분 이전에 앞서 실적으로 존재감을 보여줘야 하는 상황이다. 그룹 사업재편과 주력 계열사의 실적 개선이 맞물릴수록 이 부회장의 승계 입지도 한층 강화될 수 있다.

    업계 관계자는 "코오롱의 최근 재편은 계열사를 단순히 합치고 나누는 수준을 넘어 그룹의 수익 구조를 다시 짜는 작업으로 볼 수 있다"며 "주력 계열사의 실적 개선 흐름이 이어진다면 이규호 부회장의 경영능력 입증에도 긍정적인 요인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