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산증 소득 증가율 최저·부채 10% 급증집값·고물가·고환율 겹치며 '삶의 질 쇼크' 금리까지 올라가며 빚 부담 더 커져내수 부진 심화에 자산 양극화 뚜렷 전문가들 "부의 불평등 되돌리기 어려운 단계, 사다리 사라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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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서울 시내에 설치된 은행 ATM기. ⓒ연합뉴스
중산층으로 분류되는 소득 3분위(상위 40∼60%) 가구의 소득 증가율이 지난해 역대 최저로 떨어졌다. 이미 고소득층과 저소득층 간 소득과 자산 격차가 크게 벌어진 상황에서 '경제·사회 중추'인 중산층의 기반까지 흔들리며 양극화가 전방위로 번지고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반도체 경기가 좋아지면서 전체 성장률은 다소 나아지는 듯하지만, 소비 부진이 심각하고 청년층 일자리가 극심하게 부진하면서 중산층의 근간인 자영업자가 버티지 못하고 무너지는 현상이 빨라지고 있다. 소득 증가세는 둔화하는 반면, 고환율에 따른 고물가 상황이 심해지고 기준금리 인하 종료 움직임에 국채 금리가 오르면서 주택담보대출 금리가 치솟으며 가구들의 빚 부담도 눈덩이처럼 커지고 있다.'집값·물가·환율·금리' 4高에 저소득층은 물론 중산층의 삶의 질까지 빠르게 악화하고 있는 셈이다.◇중산층 소득 증가 역대 최저14일 국가데이터처의 국가통계포털(KOSIS)에 따르면 지난해 소득 3분위 가구의 평균 소득은 5805만원으로, 1년 전보다 1.8% 늘어나는데 그쳤다.2017년 관련 통계가 집계되기 시작한 이래 최저 수준의 증가율이다. 같은 기간 고소득층(5분위)은 4.4%, 저소득층(1분위)은 3.1% 늘어나, 중산층 증가율은 전체 소득 분위 중에서도 가장 낮았다.중산층 소득 증가세가 약화한 배경으로는 소득에서 가장 큰 비중을 차지하는 근로소득 증가폭 둔화와 사업소득 감소가 지목된다. 경기 모멘텀이 약화하는 상황 속에서 고용 지표가 후퇴하고 내수 마저 힘을 잃으면서 경제 전반에 구조적 부담이 누적되고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소득의 약 60%를 차지하는 근로소득은 3483만원으로 1.5% 증가하는 데 그쳤다. 이는 2020년(1.3%) 이후 가장 낮은 증가폭이다. 자영업 소득에 해당하는 사업소득도 1172만원으로 0.1% 줄어들며 2020년(-3.3%) 이후 첫 감소세를 기록했다. 경기 둔화와 내수 부진 여파가 가계 소득에까지 전이되고 있는 모습이다.재정 여력 악화는 자산과 부채에서도 고스란히 드러난다. 소득 3분위 가구의 평균 자산은 4억2516만원으로 전년 대비 3.6% 늘었지만, 전체 가구 평균 증가율(4.9%)에는 미치지 못했다. 자산 축적 속도가 둔화하고 있는 셈이다.반면 부채는 8059만원으로 9.9% 급증해 자산 증가율의 두 배를 웃돌았다. 그 결과 순자산은 3억4456만원으로 2.2% 증가하는 데 그쳐, 전체 가구 평균 순자산 증가율(5.0%)의 절반 수준에 머물렀다. 부채 부담이 빠르게 커지면서 중산층의 재무 건전성에도 적신호가 켜졌다는 지적이 나온다.이미 소득 양극화 골은 이미 깊어질 대로 깊어졌다는 지적이 나온다. 지난해 기준 소득 상위 20%와 하위 20% 가구 간 평균 소득 격차는 11.2배에 달했고 근로소득 격차는 30배 수준까지 벌어졌다. 부채를 포함한 순자산 규모는 상위 20%가 하위 20%의 8.4배에 달했다.강인수 숙명여대 경제학부 교수는 "저성장 기조가 장기화하고 있는데, 우리 경제 구조에서 높은 비중을 차지하는 소상공인이 내수 침체로 어려움이 지속되고 있다"며 "대내외 불확실성이 커지면서 수출 여력이 줄어들고 고용 창출도 어려운 상황으로, 자산 양극화 흐름도 뚜렷해지고 있다"고 우려했다. -
- ▲ 서울 지하철 5호선 광화문역 출근길 시민들. ⓒ연합뉴스
◇집값·물가·환율 '고공행진', 부채 부담까지 급증더욱이 문제는 서울 집값과 물가가 고공행진을 이어가고 있다는 점이다. 집값과 환율 불안이 이어지면서 금리 인하도 사실상 종결됐다는 관측이다. 기준금리 인하 종료 가능성이 점쳐지면서 주택담보대출 금리의 기준이 되는 코픽스 금리는 수직 상승하고 있다. 시중은행의 주담대 금리는 혼합형(고정) 기준 상단이 2년만에 처음으로 6%대까지 치솟았다. 하단도 1년 만에 4%대에 진입했다.이런데도 10·15 부동산 대책 발표 후 현재까지 평균 집값은 계속 상승곡선을 그리고 있다. 직방 조사결과 지난달 서울 아파트 상승거래 비중은 54.1%로 전월보다 1.9%포인트(P) 상승했다. 강남 3구 상승거래 비중은 전월 대비 3.4%P 하락했음에도 60.7%로 60%대를 유지했다. 시장 전반의 매수 심리가 식지 않고 있다는 반증이다.지난 11일 한국부동산원이 발표한 12월 둘째주 주간 아파트가격 동향에 따르면 서울은 0.17%에서 0.18%로 3주만에 다시 상승폭을 키웠다. 특히 25개 자치구 중 19곳의 상승폭이 확대되면서 매수세가 다시 살아나는 양상이다.자치구별로는 송파구가 0.34%로 오름폭이 가장 크게 나타나는 등 집값 바로미터로 불리는 강남 3구 모두 전주 대비 오름폭이 커졌다. 이어 동작구(0.32%), 용산구(0.28%), 성동구(0.27%), 영등포구(0.26%) 등 비강남권에서도 오름세가 이어졌다.환율이 1470대에 고착되는 양상을 보이면서 소비자 물가도 치솟고 있다. 달러당 원화값이 급락하면서 수입물가를 밀어올린데 따른 영향이다.국가데이터처의 '11월 소비자물가 동향'에 따르면, 지난달 소비자물가는 1년 전 대비 2.4% 상승했다. 농축수산물 물가는 5.6% 급등하며 전체 물가를 0.42%P 끌어올린 것으로 나타났다. 농축수산물 품목별로는 귤(26.5%), 사과(21.0%), 쌀(18.6%) 등이 급등하며 물가 부담을 키웠다.고환율은 석유류 상승세도 이끌었다. 석유류는 전년 동기보다 5.9% 올랐다. 국제유가는 하락세지만 유류세 인하폭이 축소되고 고환율 요인까지 반영되면서 경유(10.4%), 휘발유(5.3%)가 모두 상승했다.환율과 집값 불안이 이어지면서 통화정책도 운신 폭이 크게 좁아졌다. 한국은행이 기준금리 동결 기조를 이어가자 은행채 등 시장금리는 상승 흐름이 강화되고 있다. 연간 가계대출 증가 목표치를 넘긴 은행들은 가산금리를 추가로 인상해 대출 문턱을 한층 높이고 있다.고금리, 고물가, 고환율이 맞물리는 상황 속 서울 집값도 강세를 보이면서 서민들의 체감 고통이 한층 커지며 양극화가 심화되고 있다는 평가가 나온다.김정식 연세대 경제학부 명예교수는 "서울을 중심으로 한 주택가격 상승이 이어지면서 부의 불평등이 심화되고 있다"며 "소득 불평등은 경기가 좋아지면 일정 부분 해소될 여지가 있으나 부의 불평등은 자산 격차가 이미 크게 벌어져 되돌리기 어려운 단계로, 부의 사다리가 무너지고 있다"고 지적했다.이어 "내수 경기에 미치는 영향이 큰 건설경기를 부양하고 산업경쟁력을 강화해 양질의 일자리를 늘리는 한편 신산업, AI 등 투자를 늘리는 방향이 바람직하다"며 "부의 불평등을 완화시키기 위한 핵심은 주택시장 안정인데 최근 집값 상승이 실수요 중심으로 나타나는 만큼 교통 인프라 확충과 세제 개편 등이 뒤따라야 할 것"이라고 조언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