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감원장 직속 '소비자보호총괄' 신설 … 감독 축 재편사후구제에서 사전차단으로, 감독 프레임 전환상품 설계부터 분쟁조정까지 '원스톱 규제'소비자 보호 강화인가 권한 팽창인가 … 시장 긴장 고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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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이찬진 금감원장 ⓒ뉴데일리
이찬진 금융감독원장이 취임 이후 처음으로 대대적인 조직개편과 금융소비자보호 로드맵을 동시에 꺼내 들었다. 표면적으로는 사후 구제에서 사전 예방으로의 전환이지만, 금융권에서는 감독 권한이 원장 직속으로 급격히 집중되는 구조 변화에 주목하고 있다. 소비자 보호를 명분으로 금감원의 감독 프레임 자체를 재편하는 사실상의 '권력 재배치'라는 평가가 나온다.22일 금감원에 따르면 이 원장은 기존 금융소비자보호처(금소처)에 분산돼 있던 핵심 기능을 걷어내 '소비자보호총괄' 부문으로 재편하고 이를 원장 직속 컨트롤타워로 격상시켰다. 소비자보호를 특정 부서의 업무가 아니라 금감원 전체 감독·검사 체계의 기준으로 삼겠다는 구상이다. 이에 따라 감독서비스 전반을 소비자 관점에서 진단·조정하는 구조가 처음으로 도입된다.조직 개편의 파장은 금융상품 감독 방식에서 가장 뚜렷하게 나타난다. 이 원장은 금융상품을 판매 이후 관리하는 방식에서 벗어나, 설계·제조 단계부터 위험 요소를 걸러내는 체계로 전환하겠다는 입장이다. 상품 구조에 내재된 핵심 위험, 제조사와 판매사 간 교차 검증, 상품 이해 난이도 평가까지 감독 범위에 포함됐다. 사실상 '출시 전 관문'이 생기는 셈이다.분쟁조정 체계도 대폭 손질됐다. 그동안 금소처 산하에서 운영되던 분쟁조정 직접처리 기능은 은행·증권·보험 등 각 업권 감독국으로 이관된다. 상품 심사부터 분쟁조정, 검사까지 한 라인에서 처리하는 원스톱 구조다. 금감원이 규제 설계자이자 판정자 역할을 동시에 맡게될 가능성이 엿보이는 대목이다.이와 함께 이 원장은 민생금융범죄 대응과 디지털 리스크 관리까지 감독 범위를 넓혔다. 불법사금융과 보이스피싱에 대응하기 위한 특별사법경찰(특사경) 도입 준비 조직을 신설하고, 해킹·개인정보 유출 등 디지털 금융 리스크를 사전에 분석하는 전담 조직도 꾸렸다. AI·연금시장 대응 조직까지 포함되면서 금감원의 역할은 소비자 보호를 축으로 전방위로 확장되고 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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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직 개편과 동시에 공개된 금융소비자보호 개선 로드맵 역시 궤를 같이 한다. 로드맵은 분쟁 발생 이후의 사후 구제 중심 체계를 한계로 규정하고, 위험을 사전에 포착·차단하는 '리스크 기반 소비자보호 감독체계' 구축을 골자로 한다. 금융상품 설계·제조 단계부터 판매, 사후관리까지 전 생애주기를 감독 범위에 포함시키겠다는 구상이다.문제는 감독 권한의 집중 속도다. 금융권 안팎에서는 소비자 보호를 명분으로 한 이번 개편은 금융회사의 영업 자율성과 시장 역동성을 동시에 압박할 수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특히 고위험·고수익 상품이나 혁신 금융상품의 경우 사전 심사 강화가 보수적 상품 설계로 이어질 가능성도 배제하기 어렵다는 것.금융권 관계자는 "(이 원장의 구상은) 소비자 보호를 금감원 조직과 권한의 최상위 가치로 끌어올린다는 점에서 분명한 색깔이 있다"면서도 "다만 감독과 규제의 경계가 흐려질 경우 금융산업의 리스크 관리가 아닌 행정 리스크가 더 커질 수 있다"고 우려했다.전문가들 역시 소비자 보호 강화가 금융시장 안정과 혁신을 동시에 담보하지 못할 경우 규제의 또 다른 이름으로 작동할 수 있다고 경계한다. 감독국이 상품심사와 분쟁조정, 검사까지 한 라인에서 처리하는 구조는 자칫 규제 설계자와 집행자의 경계가 흐려질 수 있다는 점에서다.경제학계 한 교수는 "감독 권한이 원장 직속으로 과도하게 집중될 경우 정책 일관성과 시장 예측 가능성이 떨어질 수 있다"며 "소비자 보호 성과를 수치와 체감으로 입증하지 못하면 규제 피로감만 키울 수 있다"고 지적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