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재부·법무부·공정위, 2차 경제형벌 합리화 방안 발표쿠팡 사태 계기로 기존 형벌 중심 제재방식 실효성 의문기업 형사 리스크 줄이고 과징금 기준 최대 30%로 상향총 331개 경제형벌 규정 정비 … 경미 위반은 형벌 완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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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공정거래위원회. ⓒ뉴시스
정부가 형벌 중심의 경제제재 체계를 손봐 기업의 형사 리스크를 줄이는 대신, 중대한 위법행위에 대해서는 과징금 등 금전적 제재를 대폭 강화하기로 했다.쿠팡의 대규모 개인정보 유출 사태를 계기로 독점적 시장지배력을 가진 대기업이 지위를 남용해 부당한 가격 결정을 하면 관련매출액의 최대 20% 내에서 과징금을 부과할 방침이다.대신 캠핑카 튜닝검사 미이행, 아파트 관리비 서류 미보관, 프랜차이즈 정보제공 기간 위반 등 민생·영업 현장에서 자주 발생하는 위반행위 상당수는 징역·벌금형에서 과태료나 행정제재 중심으로 전환된다.기획재정부·법무부·공정거래위원회 등 관계부처는 30일 '2차 경제형벌 합리화 방안'을 발표하고, 총 331개 경제형벌 규정을 정비하겠다고 밝혔다. 정부는 앞서 지난 9월 30일 1차 방안을 통해 110개 규정을 손본 데 이어, 이번 2차 방안에서 금전적 책임성 강화, 사업주 형사리스크 완화, 민생경제 부담 완화를 3대 축으로 추가 개편에 나섰다.정부는 "형벌은 형사 절차 특성상 처벌 확정까지 장기간 소요되어 신속한 위법행위 시정에 한계가 있고, 특히 최근 개인정보 유출 및 불공정 거래 등 기업의 중대 위법행위에 대한 형벌 중심 제재방식의 실효성에 의문에 제기된다"며 배경을 설명했다. 과도한 형벌 규정이 투자·고용 등 민간 경제활동을 위축시키고, 자영업자·저소득층을 중심으로 형사 부담이 과중하다는 점도 문제로 지적됐다.이번 방안의 기본 방향은 중대한 위법행위에 대해서는 과징금 상향 등 금전적 책임성을 강화하되, 단순 행정의무 위반이나 경미한 위반에 대해서는 형벌을 과태료·행정조치로 대체해 기업과 국민의 형사 리스크를 줄이는 것이다. 정부는 책임성, 시의성, 보충성, 형평성·정합성, 글로벌 스탠다드 등 5대 원칙을 기준으로 정비 대상을 추렸다.우선 공정위 소관 대규모유통업법, 하도급법, 가맹사업법, 대리점법, 공정거래법 등에서 과징금 부과 기준이 대폭 상향됐다.대형마트·백화점 등이 납품업자의 다른 사업자와의 거래를 부당하게 방해하는 행위(배타적 거래 강요)에 대해서는 현행 징역 2년 이하, 벌금 1억5000만원 이하, 시정명령, 과징금 병과 체계를 없애는 대신, 시정명령과 함께 정액과징금 상한을 5억원에서 50억원으로 크게 올린다. 시정명령을 따르지 않을 경우에만 형벌을 부과하는 구조로 바뀐다.건설사가 발주자로부터 선급금을 받았음에도 하도급 업체에 지급하지 않는 경우 역시 위법 즉시 벌금을 부과하던 규정은 삭제하고, 시정명령과 함께 정액과징금 상한을 20억원에서 50억원으로 상향한다. 시정명령을 이행하지 않을 때에만 형사처벌이 가능하다.프랜차이즈 본부가 정보공개서를 제공한 날부터 14일이 지나기 전에 가맹계약을 체결하는 경우에도 마찬가지로 형벌 조항은 폐지되고, 시정명령과 정액과징금(상한 5억→50억원)으로 제재가 전환된다. 정보공개서 자체를 등록하지 않은 경우에는 형벌 규정을 유지해 중대한 위반과 단순 절차 위반을 구분했다.대리점법상 거래상 지위를 이용한 대리점 경영활동 부당 간섭, 상호출자제한기업집단의 순환출자 관련 공정거래법 위반 등도 위법 즉시 형벌 부과 구조는 없애고, 시정명령과 과징금을 중심으로 제재 수단을 재편한다.대리점 경영활동 부당 간섭의 경우 시정명령과 정액과징금(상한 5억→50억원)이 부과되며, 상호출자제한기업집단의 순환출자 관련 위반 행위시 시정명령과 과징금(의결권 행사 주식 가액의 20%)이 부과된다.위치정보 유출 방지 의무를 다하지 않은 이동통신사 등에 대해서는 징역 1년 이하 형벌을 폐지하는 대신 정액과징금 상한을 4억원에서 20억원으로 5배 올렸다.공정거래법상 시장지배력이 있는 사업자가 부당하게 가격을 결정하는 행위(시장지배적 지위 남용) 등에 대해서는 과징금 기준을 현재 '관련매출액 6%'에서 '관련매출액 20%'로 상향한다. 매출 산정이 어려울 경우 부과되는 정액 과징금은 20억원에서 100억원으로 5배 늘린다.담합 행위에 대한 과징금은 '관련매출액 20%(정액 10억원)'에서 '관련매출액 30%(정액 100억원)'으로, 거래상 지위를 이용한 불공정 거래 행위에 대한 과징금은 '관련매출액 4%(정액 10억원)'에서 '관련매출액 10%(정액 50억원)'로 상향된다.이밖에도 특수관계인 등에게 상품·용역·자금을 부당하게 지원하는 행위와 사업자가 거짓, 과장, 기만적인 표시·광고를 통해 소비자를 속이는 행위에 대해선 관련매출액의 10%를 기준으로 과징금(정액 50억원)이 부과된다.공정위는 반복적으로 법을 위반하는 사업자에 대해 과징금 가중 규정도 강화한다. 현재는 1회 반복 시 10% 수준으로 가중하고 있지만, 향후 1회 반복만으로도 최대 50%를 가중하고 위반 횟수에 따라 최대 100%까지 가중되도록 할 방침이다.사업주의 단순 행정의무 위반에 대해서는 형벌을 과태료로 바꾸거나, 선행정조치·후형벌 구조로 완화한다. 자동차 제작사가 온실가스 배출허용기준 준수 여부 확인에 필요한 자료를 법정 기한까지 제출하지 않은 경우는 지금은 벌금 300만원 이하 대상이지만 앞으로는 동일 금액의 과태료로 전환된다. 다만 거짓 자료 제출에는 형벌을 유지한다.자본시장법에서는 금융투자업자가 아닌 회사가 상호에 '금융투자' 또는 'Financial Investment' 등 유사 명칭을 사용하는 경우 징역 1년 이하·벌금 3000만원 이하 형벌 대신 최대 3000만원 과태료만 부과하도록 바꾼다. '신용보증기금', '신용협동조합' 등 유사 명칭 사용에 대해서도 과태료 체계로 정비해 유사 입법 간 형평을 맞춘다.자동차 부품 제조사가 성능시험 대행자에게 제원을 통보하지 않고 자기인증 표시를 한 경우 지금은 징역 1년 이하·벌금 1000만원 이하 형벌 대상이지만, 앞으로는 과태료와 시정명령이 먼저 부과되고, 시정명령을 따르지 않을 때에만 형벌이 가능하다. 테마파크업 대표자·상호 변경 후 신고를 하지 않고 영업한 경우도 시정명령을 먼저 내리고, 미이행 시에만 징역 1년 이하 또는 벌금을 부과하는 방식으로 바뀐다.국민이 일상에서 맞닥뜨리기 쉬운 생활밀착형 위반행위에 대한 형벌도 대폭 완화된다. 캠핑카 튜닝 후 튜닝검사를 받지 않은 경우는 현행 벌금 100만원 이하에서 과태료 100만원 이하와 시정명령 부과로 변경된다. 시정명령을 이행하지 않을 때에만 징역 1년 이하 또는 벌금 1000만원 이하 처벌이 가능해진다.아파트 관리사무소 등이 관리비 징수·사용 관련 서류를 5년간 보관하지 않은 경우는 징역 1년 이하·벌금 1000만원 이하 형벌에서 과태료 1000만원 이하로 전환된다. 허위 서류 작성 시에는 기존 형벌 규정을 유지해 고의적인 부정 행위와 단순 실수를 구분했다.정부는 이번 2차 방안에 담긴 331개 규정 개정안을 묶어 2026년 1분기 중 국회에 제출할 계획이다. 내년 1분기에는 추가 과제를 담은 '3차 경제형벌 합리화 방안'도 마련할 방침이다.정부 관계자는 "형벌 만능주의에 기인한 과도한 형벌 규정이 기업의 경영 불확실성 요인으로 작용, 투자·고용 등 민간의 경제활동을 위축시킨다"며 "소상공인 등 일반국민이 민생 현장에서 빈번하게 직면하는 불합리한 생활밀착형 형벌 규정을 정비해나가겠다"고 말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