호르무즈 해협 봉쇄 지속 … 중동전쟁 장기전 조짐까지 원유값·환율 '더블쇼크' … '저물가 기조' 역전에 'S공포'비축유 7개월분 있다지만 … 휘발유값 이틀째 200원 상승석유화학 기업 타격 불가피 … "반등 어려우면 정리해야"가계 부채 때문에 금리 못 올려, 통화량 줄여야 호르무즈 봉쇄 대응, 길게 보고 원유 공급망 다변화해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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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국제 유가 (PG) ⓒ연합뉴스
이란이 미국과 이스라엘의 공격에 호르무즈 해협 봉쇄로 맞대응한 가운데 주변 걸프 국가들을 대상으로 미사일과 드론 공격을 감행했다. 이후 쿠웨이트와 카타르 등 주변국들이 국경으로 중장거리 타격 무기를 배치하는 등 전선이 확대되면서 중동전쟁이 장기전에 돌입할 조짐을 보이고 있다. 미국에서는 고용 쇼크까지 겹치면서 스태그플레이션(경기 침체 속 물가 상승) 우려가 부상하고 있다.전문가들은 이런 양상이 지속된다면 한국 경제도 상당한 타격이 불가피하다고 경고한다. 원유값과 환율 오름세로 경상수지 감소, 제조업 타격, 물가 급등, 소비 감소 등 전방위적 침체로 스태그플레이션은 물론, 최악의 상황에선 올해 1% 성장도 어려워질 수 있다는 것이다.7일 국가데이처에 따르면 올 2월 소비자물가 지수는 전년 대비 2.0% 상승하며 표면적으로 안정세를 이뤘다. 석유류 가격 하락과 농산물 가격 상승폭 둔화 덕에 물가 상승률이 6개월 연속 2% 초중반 대에 머물 수 있었던 것이다.문제는 해당 지표에 최근 발발한 중동 전쟁의 충격이 전혀 반영되지 않았다는 점이다. 이달 초부터 급등한 휘발유 가격은 3월 물가 지표에 고스란히 반영될 예정이다. 특히 국제 유가 변동이 국내 시장에 전이되는 2~3주의 시차를 고려하면, 향후 몇달간 연달아 나올 물가 동향 지표에서 기존의 '저물가 기조'가 뒤집힐 가능성이 커진다.강인수 숙명여대 경제학과 교수는 "최근 우리나라는 유가 상승에 환율 문제까지 겹치며 수입 물가 전반이 오를 수밖에 없는 구조"라며 "중동 상황 전개 양상에 대한 불확실성이 큰 상황에서 3월부터 물가 상승률이 다시 3%대로 복귀할 가능성이 매우 크다"고 말했다.물가 상승에 따른 소비 침체 고착화도 우려 사항이다. 앞으로 예상되는 물가 상승은 소비 과열이 아닌, 원유 및 원자재 값에 따른 것으로 경기침체와 물가 상승이 동시에 발생하는 '스태그플레이션'으로 진입할 가능성이 커진다는 얘기다. -
- ▲ 서산 대산석유화학산업단지 전경 ⓒ연합뉴스
◇"국제유가 100달러 진입 가능" … 경상수지 역전 '불가피'최근 흐름대로 중동 전쟁이 지속된다면 우리 경제 상황은 단순 물가 상승에서 멈추지 않고, 소비와 경상수지마저 직격탄을 맞는 종합 위기에 마주할 수 있다는 점도 우려 사항이다. 한국은행이 전날 발표한 '2026년 1월 국제수지(잠정)' 자료에 따르면 지난 1월 경상수지는 132억6000만달러 흑자를 기록했다.이번 경상수지 호실적에는 반도체 등 IT품목을 중심으로 수출을 이끈 동시에, 유가 하락으로 수입 증가 폭이 억제된 것이 영향을 끼친 것으로 분석됐다. 주요 품목 덕에 역대 최대 실적을 찍었던 전월(187억달러)보다는 29.1% 줄었으나, 1년 전(26억8000만달러)과 비교하면 394.8% 늘어났다.그러나 시장에서는 최근 중동 사태가 장기화할 경우 당장 3월부터 경상수지 호조세에도 타격이 불가피할 것으로 보고 있다. 지난해 전체 수입액(6318억달러)에서 원유가 차지하는 비중이 11.9%에 달했던 만큼, 유가 상승에 따른 에너지 수입 증가로 경상수지가 큰 폭으로 줄어들 수 있다는 뜻이다.올 1월 61.97달러에 머물던 두바이유 가격은 2월 68.4달러로 오른 뒤 3월에는 중동 사태의 영향으로 이미 86.1달러까지 뛰었다. 강 교수는 "글로벌 불확실성이 계속된다면 국제유가는 100달러 진입도 가능해 보인다"고 전망했다.이와 같이 유가와 환율이 동시에 오르는 '이중 부담'은 원자재 도입 비용을 급증시켜 소비 감소 및 기업의 실적 악화를 초래하게 만든다. 특히 에너지 집약적인 석유화학이나 제조 분야에서 비용 상승분을 수출 가격에 전가하지 못할 경우 구조적 위기가 굳어질 수 있다.김상봉 한성대 경제학과 교수는 "석유화학 업종은 애초에 상황이 안 좋아서 정부가 지원 방안을 모색하고 있었다"며 "글로벌 위기 상황에 마주한 상태에서 반등이 어려운 기업들은 지금부터 정리를 하거나, 자구책을 마련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
- ▲ 서울 휘발유와 경유 가격이 1900원대를 넘어섰다. ⓒ연합뉴스
◇가계부채 탓에 금리 인상 어려워 … "통화량부터 줄여야"이에 따라 전쟁이 장기화될 경우 우리나라 경제성장률이 최근 한은 전망치인 2%는커녕 1%조차 버거울 수 있다는 우려도 제기된다. 우리나라의 중동산 원유 의존도는 69.1%에 달하며, 이 중 95% 이상이 호르무즈 해협을 거쳐 국내로 들어올 정도로 이곳에 대한 의존도가 절대적이기 때문이다.염병배 충남대 경제학과 교수는 "호르무즈 해협 봉쇄는 우리나라뿐 아니라, 대부분 원유 수급을 이란을 통해 받는 중국에도 큰 피해 끼치기에 간접적 상황까지 따져봐야 한다"며 "호르무즈 봉쇄 장기화와 반도체 사이클 하방이 맞물린다는 가정 하에 우리 경제도 최악의 상황을 맞이할 수 있다"고 말했다.이에 일각에선 과거 이란-이스라엘 분쟁이 단기전에 머물렀으나, 이번 '중동 리스크'가 확전 양상에 따른 상시적 변수가 된 만큼 우리 경제가 대외 충격에 민감한 구조를 탈피하기 위한 정부 차원에서의 시급한 대책 마련을 요구하고 있다.현재로선 정부와 민간이 확보한 7개월분 상당, 1억 배럴 가량의 비축유가 있어 단기적인 수급 대란은 막을 수 있단 시각이 지배적이지만, 최근 서울 주유소 휘발유 가격이 이틀 만에 200원 가까이 오르는 상황까지 발생한 만큼 어느 때보다 선제적인 조치가 필요하단 목소리다.김 교수는 "최근 환율 인상으로 금리 인상 목소리가 있겠지만, 한은이 엄청난 가계부채 탓에 금리를 쉽게 올리지는 못할 것"이라며 "통화량을 줄이는 것 외에는 방법이 없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호르무즈 해협 봉쇄에 대응하기 위해선 중장기적으로 원유 공급망 다변화가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