호르무즈 해협 봉쇄로 유조선 통과 사실상 중단쿠웨이트 감산·이라크 축소…중동전반 공급 차질전쟁 장기화 땐 국내 정유사 가동률 하락 가능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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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호르무즈 해협 ⓒ연합뉴스
미국과 이스라엘의 이란 공습 이후 중동 지역 긴장이 급격히 고조되면서 글로벌 에너지 공급망이 크게 흔들리고 있다. 호르무즈 해협 봉쇄로 원유 수송이 막힌 가운데 산유국들의 감산까지 이어지며 한국 정유업계에도 비상이 걸렸다.8일 에너지 업계와 외신 등에 따르면 이란과 서방 간 군사 충돌 여파로 걸프 지역의 핵심 원유 수송로인 호르무즈 해협의 해상 운송이 사실상 마비 상태에 들어갔다.전쟁 이전 하루 평균 50척 이상 통과하던 유조선은 최근 하루 0~3척 수준으로 급감했고 약 300척의 유조선이 해협 인근 해역에서 대기 중인 것으로 파악됐다. 세계 석유 물동량의 약 20%가 이 해협을 통과하는 만큼 글로벌 공급망 병목이 현실화됐다는 분석이 나온다.문제는 단순한 운송 차질을 넘어 산유국들의 생산 축소로까지 이어지고 있다는 점이다. 수출길이 막히면서 생산된 원유가 저장시설로 몰려 '탱크 탑(tank top)' 상황이 임박했기 때문이다.월스트리트저널에 따르면 쿠웨이트는 저장시설 부족으로 일부 유전의 생산량을 줄이기 시작했다. 데이터 분석업체 케이플러는 현재 추세가 이어질 경우 쿠웨이트 원유 저장시설이 약 12일 안에 포화 상태에 도달할 수 있다고 전망했다.쿠웨이트 국영 석유회사(KPC)는 실제로 '불가항력'을 선언하고 원유 및 정제 처리량을 줄이겠다고 발표했다. 불가항력 조항은 전쟁과 같은 통제 불가능한 상황에서 계약상 의무 이행을 면제하거나 연기할 수 있도록 하는 장치다.쿠웨이트는 지리적으로 걸프 해역 가장 안쪽에 위치해 원유 수출 대부분을 호르무즈 해협에 의존하고 있어 봉쇄 영향이 특히 큰 국가로 꼽힌다.다른 산유국 상황도 크게 다르지 않다. 사우디아라비아와 아랍에미리트(UAE)의 주요 저장시설 역시 빠르게 채워지고 있으며 약 3주 안에 저장 한계에 도달할 가능성이 제기된다.이라크는 이미 일부 대형 유전 생산량을 절반 수준으로 줄였고 세계 주요 액화천연가스(LNG) 생산국인 카타르도 드론 공격 여파로 생산량 감축에 나섰다.산유국 입장에서 유전 생산을 완전히 중단하는 것은 최후의 선택지로 꼽힌다. 유전을 멈추면 저류층 압력 손상 등 장기적 피해가 발생할 수 있고 재가동에도 상당한 시간과 비용이 필요하기 때문이다. 그럼에도 저장 공간이 한계에 도달할 경우 추가 감산이 불가피하다는 전망이 나온다.중동 공급 차질이 확대되면서 국제 유가도 빠르게 상승하고 있다. 브렌트유 가격은 분쟁 이전 배럴당 70달러 초반에서 최근 90달러선에 근접했고 일부 시장에서는 배럴당 100달러 돌파 가능성도 거론된다.이 같은 상황이 장기화될 경우 국내 정유업계에도 직접적인 영향이 불가피할 것으로 보인다. 한국은 원유 수입의 상당 부분을 중동에 의존하고 있어 공급 차질이 이어지면 정유사 가동률 조정이나 원유 조달 비용 급등이 발생할 수 있기 때문이다.업계에서는 특히 호르무즈 해협 봉쇄가 장기화될 경우 정제 설비 가동 자체가 영향을 받을 수 있다는 우려도 나온다.한 정유업계 관계자는 "원유 공급이 원활하지 않으면 정제설비 가동률을 조정할 수밖에 없다"며 "상황이 길어질 경우 원유 확보 경쟁과 정제마진 변동성이 동시에 커질 가능성이 있다"고 말했다.전문가들은 이번 사태가 단기간에 해결되더라도 에너지 공급 충격은 상당 기간 이어질 수 있다고 보고 있다. 생산을 줄인 유전이 정상 가동까지 시간을 필요로 하는 만큼 호르무즈 해협 봉쇄가 해제되더라도 글로벌 원유 공급 부족과 가격 상승 압력은 당분간 지속될 가능성이 크다는 분석이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