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란, 호르모즈 봉쇄·전선 확대 의지에 유가 급등 "유가 100달러 이상 지속시 종전되도 정상화 지연"사모대출 부실화 위험 확대에 위험 회피 심리 확산 반도체 공급 과잉 가능성 속 이란 전쟁에 공급망 위기 최태원 "대미 통상 변수에 중동사태 … 에너지·공급망 셈법 복잡"전문가 "불확실성 커지면서 수출·산업 환경 악화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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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11일 호르무즈 해협에서 이란 혁명수비대의 공격을 받은 태국 화물선 마유레나레호에서 검은 연기가 피어오르고 있다. ⓒ연합뉴스
한국 경제 전반에 복합 위기 경고음이 켜졌다. 중동 전쟁으로 촉발된 국제 유가 급등과 미국 월가 사모대출 부실화 우려, 반도체 산업의 피크아웃(정점 통과) 가능성이 동시에 부각되면서다. 대외 의존도가 높은 한국 경제로서는 사면초가의 형국이다. 복합 위기의 파고가 거세지는 가운데, 한국 경제의 체질 개선과 리스크 관리 능력이 시험대에 올랐다.◇이란 호르무즈 봉쇄 의지에 유가 100달러 돌파경제의 가장 큰 뇌관은 중동이다. 미국·이스라엘과 이란 전쟁 여파로 국제 유가가 한때 배럴당 120달러에 육박하는 등 천정부지로 치솟고 있다. 이란의 새 최고지도자로 선출된 아야톨라 세예드 모즈타바 하메네이가 호르무즈 해협 봉쇄 지속을 강조한데 이어, 미국과 이스라엘을 향해 비타협적 강경 입장을 천명하면서 국제유가가 급등했다.13일(현지시간) 5월 인도분 브렌트유 선물 종가는 배럴당 103.14달러로 전장보다 2.7% 상승했다. 종가 기준으로 이틀 연속 배럴당 100달러를 넘어서며,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 여파가 거셌던 2022년 7월 말 이후 3년 7개월여 만에 최고 수준을 기록했다.모즈타바는 전날 국영TV를 통해 발표한 첫 공식 성명에서 "적(미국·이스라엘)을 압박하는 수단으로서 호르무즈 해협 봉쇄라는 지렛대를 계속 사용해야 한다"며 "적이 경험하지 못했고 취약한 '제2의 전선'을 형성하는 것에 대한 검토가 끝났다"고 경고했다.이란 최고 지도자가 호르무즈 봉쇄 강경 메시지와 함께 전선 확대 의지를 드러내면서 국제유가 배럴당 100달러를 돌파했다. 전 세계 원유 물동량의 20%가 지나는 요충지가 마비되면서 공급 불안은 극에 달했다. 최근 이틀 동안 페르시아만 일대에서 총 6척의 외국 선박이 이란의 공격을 받았다.최악의 경우 유가는 배럴당 150달러까지 오를 것이란 전망이다. 호르무즈 해협 봉쇄가 이어지면 국제유가는 상승 압력을 받을 수 밖에 없는 구조여서다. 이란은 국제 유가가 배럴당 200억달러까지 오를 수 있다고 엄포를 놓고 있다.허재환 유진투자증권 연구원은 "미국은 물러서도 이스라엘과 이란은 물러설 생각이 없어 퇴로가 분명하지 않다"며 "유가 100달러 이상이 지속되면 전쟁이 끝나더라도 유가가 제자리를 찾는데 시간이 걸린다"고 우려했다.오재영 KB증권 연구원은 "유가가 배럴당 100달러를 돌파했고 이후의 유가 상단은 러·우 전쟁 당시 상단인 120~130달러"이라며 "만약 미국·이란 사태가 장기화하며 중동 내 여러 에너지 시설에 피해가 확산될 경우 유가 상단이 배럴당 150달러까지 열려있다는 판단"이라고 밝혔다.글로벌 금융사들도 호르무즈 해협의 원송 운용 차질이 장기화되면 국제유가가 배럴당 130~150달러까지 치솟을 수 있다고 경고한다. 모건스탠리는 호르무즈 봉쇄가 몇 주 이상 장기화한 상황을 최악의 시나리오로 가정하고 "공급 균형을 맞추기 위한 유일한 수단은 수요 감축이기 때문에, 새 균형 가격은 잠재적으로 배럴당 130달러를 훌쩍 뛰어넘을 수 있다"고 분석했다. 맥쿼리도 "호르무즈 해협이 몇 주 동안 실질적으로 폐쇄된 상태로 유지될 경우 유가는 배럴당 150달러 이상으로 치솟을 수 있다"고 경고했다. -
- ▲ 12일(현지시간) 미국 뉴욕증권거래소 트레이더.ⓒAFP/연합뉴스
◇사모대출 부실화에 자금 이탈 '엑소더스'여기에 미국 월가의 사모대출 부실화 우려가 글로벌 신용시장 전만에 위험 회피 심리를 확산시키고 있다. 사모대출 펀드 환매 압력이 커지면서 12일(현지시간) 뉴욕증시에서 사모대출 위험도가 큰 관련 운용사 주가가 일제히 급락하고 3대 주요 지수도 하락 마감했다.이날 다우존스30 산업평균지수는 전장보다 9.42포인트(1.56%) 내린 4만6677.85에 거래를 마치며 올해 들어 가장 낮은 수준으로 떨어졌다. 스탠더드앤드푸어스(S&P) 500 지수는 전장보다 103.18포인트(1.52%) 내린 6672.62에, 나스닥 종합지수는 전장보다 404.16포인트(1.78%) 내린 2만2311.979에 각각 마감했다.모건스탠리 주가는 전장 대비 4.05% 하락 마감했다. 블루아울 캐피털(-4.55%), 아폴로 글로벌(-5.47%), 아레스 매니지먼트(-6.73%), 블랙스톤(-4.78%), KKR(-3.73%) 등 주요 사모대출 관련 투자회사들도 주가가 일제히 밀렸다.모건스탠리는 최근 사모대출 펀드에 투자자들의 환매 요청이 몰리자 자사의 사모대출펀드의 1분기 환매 환도를 펀드지분의 5%로 제한했다. 투자자들의 환매 요청 규모는 약 10% 수준이었지만 투자자 환매 요청의 절반 규모만 수용하면서 시장의 불안감을 키웠다.현재 사모대출 시장 규모는 약 1조8000억 달러로 추정된다. 월가는 사모대출 업체들이 일부 소프트웨어 기업 가치를 지나치게 고평가해 자금을 공급한 것은 아닌지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다. 앤스로픽의 '클로드 코워드' 출시로 AI가 웬만한 서비스 업종을 모두 대체할 수 있을 것이라는 전망이 시장을 지배하면서 사모 대출 자금이 집중됐던 소프트웨어(SW) 기업 대출 부실화가 가시화될 것이란 경고가 나온다.여기에 최근 미국 최대 은행인 JP모건체이스가 이를 반영해 SW기업에 돈을 빌려준 사모대출 펀드의 담보자산 가치를 하향 조정하면 쐐기를 박았다. 블룸버그 통신은 "대출 부실화 우려로 투자자들이 사모대출펀드에서 자금을 회수하고 은행까지 대출을 조이면서 펀드 수익률 하락과 투자자 이탈이 이어지는 악순환이 심화할 수 있다"고 지적했다.박상현 iM증권 연구원은 "실제로 고유가와 금리 급등 등으로 미국 사모대출 부실화 위험이 더욱 확산되면서 사모대출 투자펀드의 환매 요청도 급증하고 있다"며 "사모대출 펀드에 대한 대출 규모 축소가 현실화되고 있는 것은 사모시장의 또 다른 악재"라고 지적했다. -
- ▲ 부산 남구 신선대(사진 아래) 및 감만(위) 부두 야적장에 수출입 컨테이너가 쌓여 있다. ⓒ뉴시스
◇공급망 위기에 산업 전반 타격한국 경제의 고질적 문제인 반도체 편중 현상이 심화하는 가운데 반도체 산업에서도 2028년 공급 과잉 가능성에 우려의 목소리가 나온다.현재 반도체 산업은 AI 투자 확대로 메모리 반도체 슈퍼사이클을 맞이했지만 투자 속도 조절을 고민하고 있는 것으로 전해진다. 삼선전자 DS부문 내부에서는 2028년 공급 과잉으로 다시 불황기에 접어들 가능성을 대비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현재 고대역폭메모리(HBM) 시장은 엔비디아, AMD, 브로드컴 등 빅테크들의 수요 폭증으로 급성장 중으로 삼성전자와 SK하이닉의 전체 D램 매출의 절반 이상을 HBM이 차지하고 있다.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 뿐만 아니라 미국 마이크론, 일본 키옥시아, 중국 YMTC 등이 D램, 낸드플래시 등 생산 라인 증설에 경쟁적으로 나서고 있다. 공장 건설과 장비 도입 등에 통상 2년 이상의 시간이 필요하다는 점을 감안하면 2028년부터는 메모리 기업들의 생산 능력이 도약해 공급 과잉이 발생할 가능성이 제기된다.낸드플래시 시장에서는 이미 공급 경쟁이 격화되고 있는 상태다. 키옥시아와 YMTC까지 시장 공세에 나서면서 가격 하락 압력이 커졌고 그 여파로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도 적자를 피하지 못했다.여기에 호르무즈 봉쇄 장기화가 원료 공급망에 연쇄 타격을 주면서 우리나라 산업 전반에 찬물을 끼얹는 형국이다. 중동 사태가 장기화 국면으로 흐르면서 원유 수입의 69%를 중동에 의존하는 우리나라에 더 치명타다.정부는 지난 11일(현지시간) 국제에너지기구(IEA) 긴급 이사회에서 총 4억 배럴 규모의 비축유 방출 공동행동 결의함에 따라 전체 방출유의 5.6%인 총 2246만 배럴을 할당받아 방출하기로 했다. IEA의 비축유 공동 방출은 2022년 러·우 전쟁 이후 약 4년 만으로 역대 최대 규모다.이번 조치가 단기적으로는 유가 상승세를 억제하는 효과가 낼 수 있지만 전쟁 장기화나 호르무즈 해협 봉쇄가 이어지면 그 효과는 제한적일 수 밖에 없다는 평가다. 실제로 IEA의 사상 최대 규모의 전략비축유 방출 결정에도, 이란의 호르무즈 해협 봉쇄 의지에 국제유가는 다시 배럴당 100달러를 돌파한 상태다.이번 방출량은 우리나라 하루 원유 소비량이 약 300만 배럴 수준이라는 점을 감안하면 7~8일치에 그친다. 정부와 민간을 합쳐 약 7개월(280일) 분량의 비축유를 갖고 있지만 전쟁 장기화로 이가 소진되면 에너지 수급 불안으로 인한 파장이 우려된다.원유 뿐 아니라 정유·석유화학의 주요 원료인 나프타와 초경질유(콘덴세이트) 수입도 경고등이 켜졌다. 나프타는 40~45%를 수입에 의존하고 있는데 주요 수입처는 사우디아라비아, 쿠웨이트 등 중동 국가다. 나프타 공급이 흔들리면 에틸렌과 프로필렌 생산 비용이 상승해 석유화학 산업 전반에 부담을 키운다.나프타·액화석유가스(LPG) 등의 원료가 되는 콘덴세이트도 카타르와 아랍에미리트(UAE) 등 중동 수입에 기대고 있다. 공급 차질이 발생하면 산업 전반에 도미노 타격이 우려된다. 이를 정재하는 국내 정유 산업이 직접적 영향을 받게 되고, 원료 생산 차질로 석유화학산업 뿐 아니라 플라스틱, 합성섬유, 고무 등 다양한 소재 산업으로 생산 불안이 확산될 수 있다.알루미늄, 브롬, 헬륨 등 핵심 원자재도 동시에 흔들리고 있다. 알루미늄 가격은 중동 지역 수출 선적 중단으로 4년 만에 최고치로 뛰었고, 반도체 제조공정의 핵심소재인 브롬도 중동 의존도가 높다. 전세계 브롬 생산의 약 3분의 2는 이스라엘과 요르단에서 이뤄지는 만큼 반도체 산업에 미칠 영향에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다.반도체 제조과정에서 발생하는 열을 제거하고 리소그래피 공정에서 필수적인 헬륨도 공급망이 흔들리고 잇다. 카타르가 전 세계 헬륨 공급의 3분의 1 이상을 생산하고 있다. LNG 생산 과정서 부산물 형태로 생산되는데 이란 드론 공격에 카타르 국영 에너지기업 카타르에너지 라스라판 산업단지가 가동이 중단된 상태다.최태원 대한상공회의소 회장(SK그룹 회장)은 이날 재정경제부 주최로 열린 '기업혁신 지원 민관협의체' 킥오프 회의에 참석해 "대미 통상 불확실성이 남아 있는 상황에서 중동 사태까지 터지며 기업들의 에너지와 공급망 셈법이 복잡해졌다"며 대외 환경에 대한 우려감을 표시했다.김정식 연세대 경제학부 명예교수는 "이란 전쟁으로 우리 수출 전선에 경고등이 켜진 상황으로, 환율 상승이 수출에 우호적인 측면도 있지만 불확실성이 워낙 커 수출과 산업 전반의 환경은 악화하고 있다"며 "사이클산업이 반도체도 업황이 꺾일 가능성이 있고 전쟁 여파로 미국 경제도 악영향을 받으면 대외 수요가 줄어들어 수출에 부정적"이라고 우려했다.





